본교 박물관(관장=조명철)은 8월 25일까지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 전시회를 연다. 이번 특별전은 ‘표현주의 거장’ 서용선(서울대 서양화과) 화백의 작품을 통해 정전 60주년을 되돌아보자는 의미로 기획됐다. 서용선 화백은 이번 전시회를 ‘탈이데올로기를 시도한 전시회’라 설명했다. 도슨트(안내인)를 맡은 김한별(공과대 신소재08) 씨의 설명과 함께 전시회를 돌아봤다.

  박물관 입구에는 ‘우리의 현대사에 대한 시선과 관점을 다시 생각하게끔 화두를 던져두는 것’이라는 전시목적이 적혀 있었다. 한별씨는 “기존 6.25를 그린 화가들과 달리 서 화백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그림을 그렸다”며 <박헌영>을 소개했다. <박헌영>은 조선공산당을 창설하고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중장을 맡았던 박헌영을 그린 작품이다. 공산주의자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점에서 탈이데올로기를 추구했던 서용선 화백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 눈에 띈 작품은 <Gift_Roosevelt House>였다. 1905년 한국의 식민지 운명을 결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이뤄진 루즈벨트의 방을 그린 작품으로 방 한가운데 일본 무사 모형이 도드라져 보였다. “저 모형은 러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 제독 도고가 루즈벨트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합니다. 강대국간 밀실야합을 상징하지요. 서용선 화백은 이때부터 이미 6.25전쟁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말합니다.”

  ‘You are new cross 38th parallel’이라는 글귀가 인상적인 그림 앞에 멈춰 섰다. 작품의 제목은 <김일성, 박헌영>이다. 서 화백은 한 그림 안에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 넣어 전쟁의 비극을 종합적으로 드러냈다. “이 작품에는 38선, 김일성과 박헌영, 마오쩌둥과 스탈린, 학살당한 사람들 등 한 그림에 4가지 장면이 들어가 있어요. 김일성과 박헌영은 중국과 소련의 원조를 받아 전쟁을 준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른편 아래의 학살당한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죠” 전쟁을 모의하던 정치가와 전쟁의 희생자간의 대비는 전쟁의 비극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기자의 발길이 머문 곳은 <흥남철수> 앞이었다. 흥남철수는 1950년 12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가 불리해지자 유엔군이 진행한 대규모 철수 작전으로 중공군의 원산 점령으로 육로가 막히자 해상 루트로 감행했던 철수다. 수송선이 한정된 상황에서 민간인의 고통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득 한국전쟁 사상자의 과반수가 민간인이라는 통계가 떠올랐다. 이데올로기는커녕 하루하루 현실에 벅차했던 민간인들이 그들과 상관없는 전쟁에 휘말려야 했다는 사실이 <흥남철수>의 장면과 겹쳐 보였다.

  태백, 노근리, 양구 등 세 차례 답사를 거치며 전시회를 준비했다는 서 화백이 본 한국전쟁은 이데올로기의 대결이 아닌 한민족의 비극이었다. 전시회장 출구에 쓰여 있던 문구가 기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비극들은 곳곳에 각인되어 우리의 일상과 심리에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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