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말한다. 잊고 싶은 전쟁이라는 뜻이다.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잊지 말아야 할 민족의 비극이다. 본교 박물관(관장=조명철)과 역사연구소(소장=민경현)는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 전시회와 ‘한국전쟁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잊힌 기억을 재조립하고 한국전쟁을 새롭게 ‘기억’하고자 한다. 역사연구소 소장 민경현(문과대 사학과) 교수를 만나 전시회와 아카이브 프로젝트에 대해 물었다.

역사연구소 소장 민경현(문과대 사학과) 교수가 한국전쟁 아카이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송민지 기자 ssong@

- ‘한국전쟁을 그린 화가는 왜 적을까’란 의문으로 이번 전시회를 구상했다고 들었다. 한국전쟁을 다룬 미술작품의 수는 왜 적다고 생각하나
“한국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을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하는 것은 힘들다. 특히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를 요하는 회화의 경우 문학에 비해 저자의 자기검열이 더 엄중하다. 공식적인 규제는 없지만 화가들의 내면에 거리낌이 있는 것이다.” 

- 탈이데올로기를 지향했던 서용선 화백도 작품에 관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순수한 ‘반전 이미지’로서의 전쟁회화는 가능한가
“충분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국전쟁을 이해한다면 전쟁의 진짜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기 위한 사실자료 수집과 분석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 참고할 사실자료가 부족하다보니 전쟁을 그리는 예술가들이 정치적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서 화백의 작품이 구설수에 오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얼마 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둔 좌·우파 간 논쟁 또한 마찬가지다. 우파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악의적 편집을 통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폄하했다고 주장했고 좌파는 이에 문제가 없는 정당한 표현이라며 반론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주장을 뒷받침할 팩트는 부족했다.”

- ‘한국전쟁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사실관계를 통해 한국전쟁을 이해하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한국전쟁과 관련된 텍스트, 이미지, 영상, 보도자료, 인물 프로필 등 모든 관련 자료를 모아 한국전쟁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방식의 전자문화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자료를 모으는 중이다.”

-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다양한 해석이 담긴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 한국전쟁의 진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나
“기록된 사료에 담긴 시각의 차이는 나라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진상 확인은 다양한 자료를 모아 분석할 때 가능하다. 십자군 전쟁도 기독교권에선 전쟁이라 부르지만 이슬람권에선 침략이라고 부르지 않나. 한국전쟁도 마찬가지다. 남한은 한국전쟁을 6.25라고 부른다. 6월 25일 발생한 북한의 침략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반면 북한은 조국해방전쟁,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고 조선을 돕는다’는 뜻인 항미원조전쟁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사료를 모아 그 안에 담긴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 전쟁의 진상은 드러날 것이다.”

- 한국전쟁에 대한 젊은 세대의 무관심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전쟁에 접근하는 기성세대의 태도가 젊은 세대의 무관심을 불러왔다. 현재 연구자마다 개인의 정치성향에 따라 한국전쟁을 다르게 연구한다. 기성세대부터 한국전쟁을 사실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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