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생 606인의 시국선언이 더운 날씨에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진행됐다.

  여의도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거리로 모여들기 시작한 8월 14일 정오 무렵 새누리당 당사 맞은편에 ‘민족고대 시국회의’ 운영진과 오프라인 참여자들이 돗자리, 국화, 제사상을 들고 나타났다. 시국선언 현장 참가자들은 뜨겁게 데워진 아스팔트 위에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온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제사상 위에 향이 피어오르고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장례식’, ‘謹弔(근조)’라고 적혀있는 푯말이 세워졌다.

  운영진은 학생들에게 시국선언 참여에 대한 온라인 서명을 받았다. 8월 6일부터 일주일 간 △페이스북 계정 △오프라인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신청으로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본교생은 606명이다. 14일은 오프라인으로 시국선언을 하기 위해 운영진을 포함해 모두 26명이 모였다. 

  ‘고려대학교 학생 606인 시국선언’ 운영진은 결연한 분위기 속에서 시국선언문을 차분히 읽어나갔다. 선언문은 김형남(정경대 정외09) 씨, 이샛별 이과대 회장, 한승범 문과대 회장, 이과대 권기경 사무국장이 대표해 읽었다. 시국선언문에서 운영진은 “새누리당의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것”이라며 대통령이 문제의 당사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또한 그들은 “4.19혁명의 도화선을 지폈던 민족고대의 자랑찬 기상으로 이 땅이 부여한 청년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고려대 시국선언의 의미를 되짚었다. 이외에도 시국선언문에는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끈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과 국정원 사태 보도에 대한 언론 통제를 꼬집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뒤이어 헌법 제 1조를 위한 장례식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제사상 앞에 나와 묵념을 하고 흰 국화를 바쳤다. 오후 12시 30분부터 민주회복을 염원하는 108배 퍼포먼스가 30분간 진행됐다. 대표자 김형남(정경대 정외09) 씨가 붙이는 “1배!”, “2배!” 구령에 따라 박자를 맞춰 햇볕을 반사하는 돗자리에 눈이 부셔 힘들어하는 참가자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108번 째 절까지 이어졌다. 하루 중 가장 햇볕이 따가울 때 이뤄진 108배 이후, 26명 참가자의 등 뒤에는 땀자국이 선명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김병일(남‧37) 씨는 “선배로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고 후배들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부끄럽다”며 “땡볕에서 108배를 하고 있는 학생들 안쓰러워 음료수를 사다주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민들은 아무 말 없이 돗자리에 음료수를 두고 가기도 했다. 이외에도 “화이팅”, “지지합니다” 라는 응원이 큰소리로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편, 한 할아버지는 “쟤네 19명 성폭행한 학교 아니야” 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부 구경꾼 무리 사이에선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욕설이 들리기도 했다.
시국선언은 새누리당 민원국장에게 시국선언문과 고려대학교 학생 606인 명단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시국선언 전부터 새누리당 경호원과 경찰력이 다수 배치됐지만 시국선언문을 전달할 때는 경찰이 방패를 동원해 스크럼을 짤 정도로 더욱 경비가 삼엄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시국선언 운영진이 대표로 시국선언문을 전달했다.

  서세영(사범대 가교13) 씨는 “지나가는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표해줘 행사를 성공리에 마쳤다”며 “다음에 이런 자리가 만들어 진다면 더 많은 학우들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국선언문 낭독 이후 자유발언을 한 권기경 이과대 사무국장은 “민족고대생이 지금에야 시국선언을 하게 되어 유감”이라며 “국정조사를 철저히 하고 책임자를 밝혀내 처벌할 때까지, 끝까지 지켜보고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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