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의 여러 파란과 굴곡 속에서도 학교를 굳건히 지키고 후학 양성에 애써온 교수 17명이 올해 65세로 정년을 맞았다. 그 중 최동호(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노명완(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조윤애(의과대 의학과) 교수, 허훈(과기대 제어계측공학과) 교수를 만나 재직기간 동안 지켜온 투철한 교육관과 따뜻한 제자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사진 | 이지영 기자 ljy@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학생들과 술 마신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소탈하게 웃는 최동호(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에게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함이 느껴졌다.
  정지용 최고 연구가로 손꼽히는 최 교수는 1982년부터 현재까지 30년간 15편의 정지용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정지용 시인이 판금작가였던 시절부터 연구를 계속한 최 교수는 “정지용 시는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전범이었기 때문에 공부하게 됐다”며 “정지용 연구를 통해 시 쓰는 법을 배우고 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집념 있는 연구는 정지용 시인을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 자리에 올렸다.
  최 교수가 학생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엄격한 트레이닝과 인간적인 소통 사이의 균형이다. 최 교수는 학생들에게 많은 양의 공부를 요구하면서도 학생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인간적인 관심과 유대감을 나누려 노력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여름, 후배들과 마지막 MT를 다녀왔다. “학생들은 마음 속 얘기를 모교 선생님과 나누고 싶어 합니다. 서로 시간을 갖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본인 혼자 끙끙 앓고 있던 고민의 해답이 나오죠. 학생과의 소통은 교수에게도 생각을 전환할 기회를 줍니다”
  최 교수는 문학도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 학생들에게 “끈기를 가지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공부하라”고 당부한다. 최 교수는 최근 많은 학생들이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시대 속에 표류하는 것 같다며 걱정했다. 최 교수는 “목표를 하나로 정했다면 최소한도 10년 공부, 30년 공부하듯 그 목표를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며 우직함을 강조했다. 끈기와 노력만이 한 분야에 내실을 갖춘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퇴임 후 최 교수는 고향인 수원으로 돌아가 ‘수원 남창동 최동호 시창작 교실’을 운영한다. 수강생은 문인을 꿈꾸는 청년부터 자신의 마지막 인생을 글로 표현하려는 노인까지 다양하다. 최 교수는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시를 같이 공부하고 인문적 교양을 향상시키는데 봉사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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