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1번 '나의 멘토가 되어주세요'노래에 맞춰 배우들이 안무를 맞추고 있다.

“아! 마아아아⤤ 아!⤥”
  학생회관 6층 연습실에서는 목을 풀기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뮤지컬 배우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연 연습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가와 연출가는 대본을 보며 연습할 부분을 맞췄고 작곡가는 음향기기를 점검했다. 방학 정기 연습을 위해 분주한 창작 뮤지컬 동아리 소울메이트의 모습이다. 소울메이트는 연출팀, 극본팀, 음악팀, 기획팀으로 구성돼 뮤지컬 연출과 음악의 작사, 작곡 등 공연 전반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학생들 스스로 창작하는 동아리다. 이미 뜨거워진 햇살이 민주광장을 채우던 8월 27일 오전 10시 소울메이트의 연습실을 찾았다. 

  공연 준비는 극의 소재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민 끝에 선정되는 소재는 대부분 대학생과 관련돼 있다. 이번 달 초에 열리는 공연에선 사회적으로 불고 있는 멘토 열풍의 지나친 상업화를 다룬다. 소재가 정해지면 작가는 플롯을 구상하고 연출가와 함께 완성된 극본을 이끌어낸다. 정해진 극본에 맞춰 작곡과 작사가 이뤄지고 안무와 연출이 이에 더해지면 바쁜 연습이 시작된다. 

  땀방울로 채워진 연습실
  “자 씬 1번 갈게요!” 이번 공연의 총 연출을 맡은 이진아(문과대 사학11) 씨가 연습 시작을 알렸다. 진아 씨의 소리에 웃고 떠들던 연출가, 작곡가, 작가, 배우들의 표정엔 어느새 진지한 기운이 맴돌았다.
“나의 멘토가 되어줘요~” ‘진정한 멘토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울려 퍼지자 10명의 배우들 모두 정해진 안무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삶과 공부에 치인 학생들이 진정한 멘토를 필요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씬 1번은 군무와 합창으로 구성돼 배우들의 단합과 하모니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안무를 직접 구상한 진아 씨는 배우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바라봤다. 노래가 끝나자 진아 씨는 서로 다르게 추는 안무들을 조정해주고 틀린 부분을 지적했다. “진아 언니! 이 부분에서는 앞에 보는 거야? 옆에 보다가 앞에 보는 거야?” 배우의 질문에 진아 씨는 직접 춤까지 춰가며 장면을 설명한다. “안무는 극본, 노래와 조화를 이루면서 무대 위에 섰을 때 깔끔한 동선을 이뤄야 해요. 몸짓 뿐 아니라 표정까지도 부각시켜주는 안무를 짜야하죠” 

  안무 연습이 끝나고 배우들이 노래 연습을 위해 작곡가 주변으로 몰려가 동그랗게 선다. 배우들은 수줍은 듯 장난스런 미소를 머금으면서도 서로의 눈을 끝까지 바라보며 하모니를 맞춘다. 작곡에 참여한 박지윤(정경대 정경13) 씨는 배우들이 박자를 맞추도록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른다. 이번 연극에 쓰이는 ‘나의 멘토가 되어주세요’, ‘꿈은 그리 멀지 않아’, ‘어디로 사라진걸까’ 등 총 18곡의 음악은 뮤지컬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발성, 안무, 노래 등 공연을 위한 연습이 끝나고 소울메이트 멤버들은 오늘 연습을 통해 수정된 것들을 다시 되짚는다. “아까 바꾼 안무에서 오른손은 차렷 자세 인거 잊지 말자”, “노래 처음 시작할 때 박자 놓치지 않는 거 잊지 말고 표정에도 좀 더 신경 쓰자”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연습실에서 한참을 춤추고 노래해 멤버들은 땀범벅이가 되었지만 얼굴에는 공연을 앞두고 들뜬 모습이 역력했다. 

  고통과 행복의 이중주 
 

두 연출가가 배우들의 안무를 보고 동선과 동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한 회의 공연은 작가, 작곡가, 배우, 스텝 등 모든 구성원이 서로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민해 나온 작품이다. 특히 연출은 극본과 음악의 조화, 배우들의 감정선, 공연의 흐름과 무대장치 조작 뿐 아니라 연습 일정까지 관리해야 한다. 진아 씨는 ‘창작의 어려움’이 연출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라 말한다. 기존 작품으로 공연 할 경우 이미 무대 위에서 공연된 영상자료들이 있어 공연 모습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창작극의 경우엔 자신들이 준비하는 공연이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일지 가늠하기 어려워 더 조심스럽다. “실제 무대 위에서 연습하면 어떤 조명을 쓰면 좋은지, 조명이 어떻게 비춰져야 가장 지루하지 않으면서 극을 돋보이게 할지, 배우들이 어떻게 서면 좋을지 등을 알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창작의 고충이 연출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뮤지컬의 플롯을 구성한 작가 김예나(문과대 철학12) 씨는 극본을 짜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자신의 극본으로 공연을 꾸려지는 것에 큰 부담감을 느낀다. “제가 만든 극본으로 배우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공연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감이 엄습해요. 그래도 기존 작품을 사용하면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극이 어색해 질 수 있는데 저희는 창작을 하기 때문에 우리의 의도를 최대한 살릴 수 있어서 좋아요.”

  이번 공연에 쓰일 18곡을 작곡한 3명의 작곡가도 ‘창작’이라는 고통의 터널을 거쳐왔다. 박지윤 씨는 신입부원으로 들어올 때 작곡을 배운 적이 없었던 초보였다. “작곡 프로그램을 처음 배우다 보니 작곡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특히 이번에 맡은 곡들이 다 남성 보컬의 곡들인데, 성별이 다르다 보니 발성 호흡도 달라 애를 먹었죠”라며 어려움을 회상했다. 

 

연출가가 음악에 따라 배우들의 동선을 짜 놓은 콘티, 조명의 이동선을 적어놓은 계획서, 노래 가사 모음집, 하도 많이 봐서 닳고 찢어진 대본.소울메이트의 창작의 노력이 엿보인다.

극본이 나오고 노래와 안무가 다 짜인 상황에서도 연습을 하다보면 많은 수정이 필요하다. 소울메이트 회장 임경민(문과대 영문12) 씨는 창작품이 완성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수정 사항이 생기면 배우들이 다시 연습해야 하고 흐름도 다시 생각해야 해요. 순수 창작인 만큼 기한에 맞춰 작품이 나오기 힘들죠”라고 말했다. 창작을 하고 연습을 해서 공연을 완성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2달 남짓이어서 그 긴장감은 한 층 더하다.

  그럼에도 소울메이트가 창작극을 고집하는 이유는 창작극만이 주는 충족감 때문이다. 임경민 회장은 “뮤지컬 창작은 정말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일이지만 무대가 끝나고 막이 내리면 울컥하고 뿌듯한 마음이 생겨요”라고 말했다. 작곡가 지윤 씨 역시 “나와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게 하나씩 늘어가고 있어서 든든해요”라며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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