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장비와 경기장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장비의 변화에 따라 경기의 판도가 바뀌기고 하고, 선수의 심리 상태가 동요하기도 한다. 대학 선수들의 장비와 경기장의 상태가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대학야구 주관 단체인 대한야구협회(KBA)는 2001년부터 알루미늄 배트를 나무 배트로 교체했다. 알루미늄 배트는 반발력이 높고 타구가 빨라 공을 잡는 야수의 부상 확률이 높고, 나무 배트를 쓰는 프로무대 적응력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나무 배트는 반발력이 좋아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있는 알루미늄 배트와 달리 비거리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대학리그 경기 양상이 ‘투고타저(投高打低)’로 바뀌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현장의 일부 지도자들은 투수, 타자 유망주의 균형발전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이유로 알루미늄 배트 재전환을 촉구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황석중 KBA 심판이사는 “나무배트가 자주 부러지고 선수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다 보니 일부에서 알루미늄 배트 재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나무 배트가 젊은 선수들에게 당장은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수들의 기량향상과 프로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화는 브랜드와 품종에 따라 신발의 무게, 스터드의 수가 달라진다. 빠른 돌파를 즐겨 하는 윙 포워드는 가벼운 착용감과 짧은 스터드를 갖춘 축구화를, 공수 양면의 가담이 잦아 급격한 방향 전환이 필요한 중앙 미드필더의 경우 스터드가 긴 축구화를 선호한다. 명준재(사범대 체교13, FW) 선수는 “다른 선수에 비해 스터드의 길이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많이 뛰는 스타일이다 보니 가벼운 신발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수의 축구화 스터드 특성은 그라운드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잔디가 부드럽고 무른 천연잔디 경기장에선 스터드가 깊어야 방향 전환이 쉽지만 잔디가 짧고 딱딱한 인조잔디 경기장에선 짧고 많은 스터드가 방향 전환에 유리하다. 축구부 안진범(사범대 체교11, MF) 선수는 “보통 천연잔디 구장에선 다른 스터드보다 깊은 쇠 스터드를 사용한다”면서도 “쇠 스터드는 불편해서 스터드가 긴 인조잔디용 축구화를 천연잔디 구장을 쓰는 정기전 때 착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의 규격과 땅의 상태 역시 심리적, 기술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목동야구장은 2013시즌 고려대 야구부에겐 ‘무덤’이었다. 6월 15일 전국대학야구하계리그에서 성균관대에게 2대1로 승리하기 전까지 5전 전패했다. 목동구장은 프로무대에서도 한국의 ‘쿠어스필드’(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라고 불릴 만큼 타자친화적인 구장이다. 야구부 김주한(사범대 체교12, 투수) 선수는 “목동야구장에서 장타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껴본 적은 없다”면서도 “목동구장은 포수 뒷공간이 상당히 넓어 포수와의 거리가 멀어 보여 투구하는 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축구부는 홈경기장인 녹지운동장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고려대 녹지운동장은 가로 105m, 세로 65m로 국제경기 규칙(최소 가로 100m, 세로 64m) 하한선에 근접할 정도로 작다.

   일반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패스 축구를 하는 팀은 경기장을 좁게 쓰는 것이 유리하다. 경기장이 좁으면 중원에서 미드필더 간의 공간이 좁아 볼 간수와 배급을 잘하는 미드필더가 많은 팀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려대에겐 녹지운동장이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의 경기 스타일과 잘 맞는단 구장이란 평이다. 강영철 성균관대 축구부 감독은 “고려대 운동장처럼 세로가 짧은 구장은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위주로 하는 고려대와 같은 팀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경기장이 좁을 경우 상대 수비수 간의 간격이 좁아져 공격 속도가 느려지면 골을 넣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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