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연광 기자 kyk@

한지환(숭실대 대학원 사학과) 씨는 30세의 젊은 남성운동가다. 국내에 남성학을 최초로 소개한 故 정채기(강원관광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제자로 정 교수 등과 함께 2007년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학과 남성운동>을 집필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그를 일컬어 ‘나이는 젊지만 남성학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한지환 씨를 만나 국내 남성운동과 여성운동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 남성학과 남성운동은 무엇인가
“남성학은 1970년대 미국에서 출발한 인간적이고 바람직한 남성상을 추구하는 학문 및 운동이다. 남성학과 남성운동을 아울러 매스큘리즘(Masculism, 남성주의)이라 부른다. 매스큘리즘은 남녀를 양분하는 현 체계를 비판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으로 나뉜다. 매스큘리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흔히 매스큘리즘이 페미니즘에 찬성하는지의 여부로 매스큘리즘의 노선을 구분한다. 이는 매스큘리즘을 페미니즘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하위 개념으로 인식해 본질을 가릴 수 있다.”

- 남성운동의 갈래 중 어떤 노선을 지지하나
“친(親)여권론적 노선 중 자유주의적 입장을 지지한다. 기존의 페미니즘은 전통적 사회문화 구조 아래 발생했던 여성의 피해에만 집중했다. 친여권론적 남성운동은 페미니즘이 간과한 남성의 피해에도 주목해 진정한 성해방을 추구하고자 한다.”

- 국내 남성운동에서 남성연대는 어떤 의미인가
“일부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지만 남성연대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진 않는다. 일례로 남성연대는 기존의 성역할을 고수하는 보수주의적 노선을 취하면서도 ‘남성 역시 피해자’라는 주장을 하는 등 일관되지 못했다. 하지만 남성연대의 주장이 지지를 얻었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국내 여성운동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남성뿐 아니라 일부 여성의 지지까지 얻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존재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펴고 관련 사회운동을 지원하는 정부기구가 있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한 쪽의 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현재의 여성가족부는 옳지 않다. 여성 문제가 보다 심각해 여성문제를 우선한다지만 여성 억압과 남성 억압이 동전의 양면 관계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여성 문제를 우선하는 여성가족부는 진정한 성해방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없다.”

- 남성운동과 여성운동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나
“남성학과 여성학은 궁극적으로 성학(性學, Gender Studies)으로 통합돼야 한다. 젠더 문제는 단순히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쪽을 편드냐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운동과 여성운동의 논의는 전통적 남녀관계 유지 여부를 놓고 먼저 이뤄져야 한다. 남녀관계의 상호성을 고려해 권리와 책무를 조율하는 작업은 이 다음이다.”

- 남성연대가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던 것처럼 남성운동은 ‘보수’, 여성운동은 ‘진보’의 논리로 인식된다. 대중의 이러한 인식은 옳은 것인가
“남성운동과 여성운동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은 전자는 기존의 남녀관계를 옹호하고 후자는 이를 비판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친여권론적 관점의 남성운동은 여성운동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사회문화 구조를 타파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남성운동 전체를 보수의 논리로 뭉뚱그려 논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 남성운동을 바라보는 대중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운동과 남성운동은 모두 기존에 강요됐던 성의 이미지를 거부한다. 여성도 강할 수 있고, 남성도 약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강한 여성상과 달리 유약하고 섬세한 새로운 남성상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취약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남성운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찌질’해 보이진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딜레마다. 남성운동이 좀 더 사회에 정착하고 새로운 남성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해결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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