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상징색을 바꾼 민주당을 풍자한 그림이 새누리당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와 올바른 정치 담론 형성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았다.

  SNS의 확산으로 정치 마케팅의 일종인 ‘정치소셜 마케팅’은 이미 활성화된 전략이다. 이는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 매체를 정치적 전략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최근 정치인 개인뿐 아니라 주요 정당까지 이용하는 하나의 정치마케팅 방법이 됐다.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고 친밀감을 높이려는 본래 의도와 달리 일부 정당은 여론 조작과 허위 사실 유포, 관리 미흡 등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정치계에 도입해 악용
  급속한 파급력이 특징인 SNS는 적은 비용으로도 대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 정치 마케팅에 활용된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는 아프리카TV를 통해 유세를 생중계했고, 당선 후 판도라TV를 통해 세계 최초 인터넷 생중계 취임식을 가졌다. 장우영(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SNS를 활용해 정치 현장을 생중계한 본 사례는 저비용・고효율의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취임 현장을 편집 없이 생중계해 대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은 상대 당을 폄하하는 네거티브 전략으로 SNS를 불법 활용해 논란이 됐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전 새누리당 국민편익위원회 산하 SNS 미디어단장 윤 모 씨는 선거법상 등록되지 않은 사무실에서 ‘대선 작전상황실’이라는 문구를 게시하고 SNS 여론을 조작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현재 고소된 상태다. 당시 새누리당은 대변인을 통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대선 작전상황실’은 당의 선거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 사무실”이라며 “당에서는 개인이 사무실을 얻어 무슨 활동을 하는지 파악할 수 없어 당 책임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통합당(민주당) 역시 18대 대선과정에서 70여 명을 동원해 여러 사이트에 댓글을 달았다는 불법선거 의혹으로 조한기 전 민주당 SNS지원단장은 현재 고소된 상태다. 조한기 전 단장은 “새누리당은 선거판세가 막판에 불리해지자 직권 남용으로 허위 영상을 만들어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한다”며 “재판 진행 상황을 말할 순 없지만 재판을 통해 무죄가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가 안 되는 공식 SNS
  정당은 당의 입장을 홍보하는 소셜 마케팅 수단으로 공식 페이스북, 트위터, 동영상 채널 등을 운영한다. 하지만 정당 차원의 소셜 마케팅 역시 상대 당을 풍자하거나 도가 지나친 사적 견해를 반영해 문제된다. 또한 일부 정당은 SNS를 통해 대중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질 낮은 게시물을 공유해 비판받았다. 당내 SNS 담당자가 상관의 동의나 회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고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정당의 공식 SNS는 정당 이름을 걸고 운영되지만 실제 당 차원의 SNS 관리는 미흡한 수준이다.
  새누리당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saenuridang)에 올라오는 그림 중 일부는 공식 사이트에 적합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2일 게시된 ‘버린 거 주워 먹으면 지지’라는 문구가 적힌 그림은 민주당이 과거 한나라당이 사용한 파란색으로 상징색을 바꾼 것을 비꼬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TV프로그램에서 논란이 됐지만 새누리당 페이지는 ‘오히려 그림이 방송을 탔다’며 프로그램 캡처 사진을 게시했다. 일부 네티즌은 해당 게시물에 ‘대한민국 제1여당 공식 페이스북인데 페이지 관리 누가하는지’ 등의 댓글을 달며 페이지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홍보부 관계자는 “SNS는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소통하고 공유하는 방식 중 하나기 때문에 크게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며 “당 차원에서 페이지에 대한 관리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故 성재기 남성연대 전 대표가 투신했던 7월 26일 공식 트위터(twitter.com/minjoodang)에 부적절한 글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글의 일부인 ‘민주당 카스와 트위터에 여가부(여성가족부) 폐지 운운하시며 남성연대와 같은 주장을 하시던 분들에게 한마디 #연대의최고는_입금이라니까요’와 특정 계정에 보낸 멘션 내용인 ‘저한테 남성연대 만세라고 하신 분들이 다 돈을 내셨다면 1억이 넘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등이 논란이 된 게시물이다. 이후 시신을 찾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자 민주당은 이 게시물을 삭제했다. 민주당 홍보미디어국 박영주 간사는 “당시 논란 됐던 게시물을 삭제한 이유는 여론의 비판 때문이 아니라 당시 사건이 시신을 찾지 못해 큰 사고로 번졌기 때문”이라며 “SNS에 글을 올릴 때 상급자의 동의가 필요치 않아 혼자 올리고 삭제한다”이라고 말했다.

대중의 자정 능력 갖춰야
  정당이 공식 SNS에 게재한 글에는 자신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상대를 비방하거나 지나친 욕설이 섞여 있는 댓글・리트윗이 많다. 따라서 공식 SNS를 이용하는 대중 스스로 자정 능력을 갖 춰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공식 트위터의 글을 리트윗한 내용 중에는 ‘정신 차려야 산다 민주당아 무식하니’, ‘무늬만 파랑, 속살은 공산 숙주 새빨강’ 등이 있다. 박영주 간사는 “지나치게 원색적인 리트윗 내용을 게재한 사람에겐 다음부터 자중해달라고 부탁한다”며 “비판이 많은 만큼 당의 트위터가 영향력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조희정 입법조사관은 “네티즌 간 언어폭력, 부정적 사고의 확산은 소셜 미디어 내 정치 발전을 저해하므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중심의 정치로
SNS 상에선 글자보다 시청각적 정보인 사진과 동영상에 눈길이 간다는 점에서 정치 마케팅은 정책에 대한 설명보다 시장 방문 사진, 명절 인사 영상 등 보여주기 식의 ‘이미지 정치’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장우영 교수는 “이미지 정치는 이미 매스미디어의 출현과 함께 한국 정치계에 보편화된 현상이지만 SNS가 이런 이미지 정치를 더욱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라며 “SNS를 매개로 대중과 정당 간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당들은 당 대변인의 논평을 SNS에 게재하고 이를 요약하는 포스터 문구를 만드는 등 매니패스토 정치로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당 차원에서 주최하는 캠페인과 컨퍼런스를 홍보해 대중의 정치 참여를 유도한다. 박영주 간사는 “작년에 비해 트위터 팔로워와 페이스북 공유하기 수가 2배 정도 증가했다”며 “SNS에 올라온 민원을 관련 부처에 넘기고 당내 행사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면서 대중들의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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