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정치외교학과 84학번) 소장
사진┃조해영 기자 hae@

  이철희(정치외교학과 84학번)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최근 <썰전-독한 혀들의 전쟁(썰전)>의 패널로 출연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철희 소장은 “2000여 명을 보유한 팬카페도 생겼다”며 “막상 팬카페가 생기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그는 나비넥타이를 메고 생글생글 웃으며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던진다. ‘웃음 베인 독설’은 팬들에게 인정받은 트레이드마크다. 정계에 입문한지 어느덧 26년차가 되는 이철희 소장에게 시사예능 프로그램의 역할과 한국 정치의 SNS 활용에 대해 들어봤다.

- 시사평론가로 예능 프로그램 패널까지 발을 넓힌 이유는
“시사와 예능이 결합하면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불신을 해소하고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대중이 정치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싶었다.”

- 시사 프로그램 패널로서 자신만의 강점은
“2012년 하반기 방송 출연을 가장 많이 한 시사평론가로 선정되는 등 이전에도 여러 시사 프로그램의 패널로 활동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를 전공해 정치 이론을 많이 알고 실제 정계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쌓인 노하우로 ‘대안 있는 비판’을 제기한다고 인정받았다.”

- 시사 프로그램과 시사예능 프로그램의 차이는
“기존 시사 프로그램은 기본 지식은 생략하고 비교적 딱딱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시사예능 프로그램은 패널들이 말싸움을 하고 농담 섞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정치적 지식을 전달한다. 시사예능 프로그램에서 말할 때는 대중이 소화 가능한 형태로 논리를 압축해 한두 마디로 전달하거나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통해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편집에도 차이가 있다. 시사 프로그램은 치열한 논리싸움이 이어져 편집이 거의 없지만 시사예능 프로그램은 패널의 캐릭터와 재미를 고려한 편집 과정을 거친다.”

- 시사예능 프로그램이 정치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미 한국 정치는 암묵적으로 예능화됐다. 대중은 정치인을 인물 자체가 아닌 인기, 스펙 등 외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썰전>은 예능화 된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수면 위로 끌어내 정치와 유권자의 간격을 좁히는 순기능을 한다. 정치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순 없겠지만 정치가 길거리에 넘쳐나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정치인이 대중 매체와 SNS를 통해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다
“한국에선 정치인이 대중과 소통하는 수단이 미디어뿐이라 정치인의 미디어 활용을 나무랄 순 없다. 문제는 정치인이 미디어라는 감성 매체를 통해 얻은 인기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 스스로 인기에 보답하는 좋은 정치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정치전략가로서 한국정계의 정치마케팅 수준을 평가하면
“국내 정치마케팅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우리나라는 정치인의 발언 제한 등 선거법 제약이 심해 정치마케팅 방식이 다양하지 않다. 대조적으로 선거법 제약이 약한 미국은 정치 컨설턴트가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마케팅을 시도한다. 그러나 무작정 제약을 완화하면 돈이 정치를 지배할 가능성이 커져 선거법 규제 정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 SNS를 통한 정치 마케팅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소통의 수단인 SNS로 여론을 즉각 파악할 수 있지만 쌍방향적 소통이 부진하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념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공유하는 단계에 그치고 정치인이나 정당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경향이 크다. 정당이 오프라인에서 먼저 실질적 담론을 형성하고 온라인 토론장으로 끌어와야 SNS 내 실질적인 쌍방향적 소통을 기대할 수 있다.”

- 직접 정계에 뛰어들지 않고 다른 정치인의 참모 역할을 도맡았다
“리더보다 참모로서의 삶에 매력을 느꼈다. 참모는 리더와 상하 관계가 아닌 대등한 파트너 관계로 올바른 방향으로 리더를 리드한다. 참모에겐 리더보다 훨씬 많은 공부가 요구되고 정치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외부 재정지원 없이 두문정치전략연구소를 스스로 운영하며 외부 네트워킹 협력자와 함께 정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정치전략가로 활동하며 참모로서 삶을 계속할지, 새롭게 정치계에 뛰어들지를 결정하려 한다. 방송 출연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아 방송과 관계없이 스스로의 미래를 고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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