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송민지 기자 ssong@

  만나고 헤어짐을 가볍게 여기는 20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볍게 여기는 뜻의 ‘관계의 인스턴트화’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가 발달하며 더욱 심화됐다. 김문조(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디어를 통한 접촉은 클릭 한 번에 켰다 껐다가 가능해 사람들이 관계를 더욱 쉽게 생각한다”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서로의 속마음까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의 인스턴트화는 온라인에서뿐 아니라 오프라인으로까지 확산돼 사람들 사이에 친근함이 아닌 일시적 만남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속에서 진지한 만남을 전제로 이성을 연결해주는 ‘소셜데이팅’ 서비스가 업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소셜데이팅(Social Dating)은 SNS를 뜻하는 ‘소셜’과 ‘데이트’의 합성어로 일종의 온라인 소개팅이다. 소셜데이팅 업체 ‘이음’의 박희은 대표는 “지인을 통해 이성을 소개받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소셜데이팅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만남의 기회가 적은 싱글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음’ 가입자 수는 2010년 베타서비스 당시 3만 명이었지만 현재는 90만 명에 이른다. 동종 업체 ‘코코아북’ 역시 2011년 4월 서비스를 출시한 이래 1년 만에 회원을 14만 명을 모았다.

온라인 속 진지한 만남의 장
  소셜데이팅은 온라인에서 인연을 만든다는 점에서 인터넷 등장 초기부터 성행해온 ‘랜덤채팅’ 서비스의 연장선상이다. 랜덤채팅은 손쉬운 가입과 익명성 보장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많다.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어플) ‘밤비’를 사용해본 이두준(가명, 문과대 국문12) 씨는 “심심풀이로 어플을 다운받았는데 채팅방에 들어가자마자 상대방이 ‘나이가 몇 살이냐?’, ‘죽고 싶냐’라며 시비를 걸고 심한 욕을 해서 바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해 좀 더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사용자를 겨냥한 어플이 출시된 셈이다.
  소셜데이팅 어플 가입을 위해선 기본적인 프로필 외에도 △성격 △외모 △능력 △연애희망사항 △이상형 △종교 등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와 여러 장의 사진을 등록해야 한다. 프로필 작성을 마쳐도 서비스 이용을 위해선 2일에서 5일까지 심사기간을 거친다. 프로필 작성을 성의 없이 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사진을 게재한 사용자는 가입이 거부되기도 한다. 소셜데이팅 어플 ‘정오의 데이트’ 이용자 하영주(가명, 경희대 무역학11) 씨는 “생각보다 가입 시 적어야 할 게 많아 작성에 40분이 넘는 시간을 쏟았다”며 “바로 가입 되지 않아 나란 사람을 심사받는 기분이 들어 더욱 신중했다”고 말했다.
  소셜데이팅 회사가 이처럼 까다로운 가입절차를 두는 이유는 보다 진지한 만남을 연결해주기 위해서다. 일부 업체는 프로필을 성의 있게 작성한 회원은 좋은 조건의 상대와 연결해주기도 한다. 소셜데이팅 업체 ‘코코아북’의 남경식 대표는 “소셜데이팅은 단순히 보면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며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통해 회원들의 불안감과 만족감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입이 승인되면 이용자는 어플에 따라 하루에 많게는 3명, 적게는 1명의 프로필을 받아볼 수 있다. 이는 잦은 프로필 노출에 거부감을 느끼는 회원을 배려하면서도 이용자들이 서비스 사용에 진정성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상대 프로필을 보고 남녀 이용자가 서로 호감을 표하면 회사는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해준다. 호감 표시 역시 가볍게 접근하는 사람을 줄이기 위해 하루 한 번만 가능하다. 소셜데이팅 어플 ‘이츄’의 표순규 대표는 “하루에 많은 인연을 소개하거나 1일 다수 선택권을 준다면 빠른 시간 내에 커플이 성사될 수 있지만 진지한 만남을 방해한다”며 “많은 상대를 소개받고 선택권이 많아지면 상대 프로필을 꼼꼼하게 읽어보지 않고 화려한 스펙의 사람만을 고르는데 치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온라인 만남의 한계를 깨기 위해 오프라인 만남으로까지 소셜데이팅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소셜데이팅 회사는 파티나 소셜다이닝, 영화팅, 연극팅 등을 통해 직접 사용자들이 만나 친해질 계기를 마련한다. ‘정오의 데이트’ 권순영 대표는 “온라인이 가지는 한계를 해결하고 본인의 매력을 어필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남녀가 일대 일로 만나 요리를 배우는 쿠킹클래스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에게 주목 받는 소셜데이팅
  ‘이츄’의 가입자는 현재 약 45만 명에 이른다. 이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70%다. 업계에선 소셜데이팅 서비스가 20대의 수요를 만족시킨 것으로 평가한다. 20대를 겨냥해 편리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음’ 사용자 강진우(가명, 문과대 철학07) 씨는 “소셜데이팅 어플은 상대의 프로필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나와 맞는 사람인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어 좋다”며 “실제로 소개팅에서는 나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야 해서 번거롭다”고 말했다.
  소셜데이팅 서비스의 저렴한 비용은 또 다른 경쟁력이다. 소셜데이팅 업체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14일간 제한 없이 호감을 표할 수 있는 티켓’, ‘지나간 인연에게 다시 호감을 표할 수 있는 티켓’ 등의 아이템을 구매해도 대부분 1만 원 미만이다. 이는 실제 소개팅에 드는 비용보다 저렴해 대학생이 느끼는 부담감을 줄여준다. 심지어는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통해 결혼에 성공하는 커플이 증가하면서 결혼정보업체 비용과 더욱 비교되기도 한다. 업체마다 ‘이음’은 70쌍, ‘정오의 데이트’는 60쌍이 결혼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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