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최다희 전문기자

  공공정보 공개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세계적 흐름이다. 공공정보 공개를 위해선 올바른 기록 방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지만 현재 국내 기록학계의 연구는 아직 미미하다. 심지어 공공정보 기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도 손에 꼽힌다. 국내 기록학계의 전문가에게 올바른 공공정보 공개 방법을 물었다.

기록관리 가치가 있는 공공정보란
  단순 데이터와 공문서를 포함한 모든 공공정보는 하나의 ‘정보’인 동시에 ‘저술된 내용’이다. 이 내용 중 보존 가치가 있는 정보를 ‘기록’이라 부르며, 이를 전문 기술로 관리하는 것이 기록관리 영역이다. 조송암 한국기록관리학회 이사는 “사용 후 특별한 관리 없이 폐기되는 정보와 달리 보존가치가 있어 수명주기 동안 꾸준한 관리를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공공정보와 기록관리 영역의 교차점에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기록학계 전문가는 정보의 보존 가치를 판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해영(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기록관리가 필요한 공공정보는 접근범주 구별, 정보제한시기 지정 등 또 다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 보존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갈수록 보존가치 판단이 더 중요해지는 추세다. 조송암 이사는 “최근엔 ‘문서보존연한 기준’을 문서로 보존하는 연한을 정한 기준이 아니라 오히려 문서를 폐기할 시점을 정한 기준으로 본다”며 “그만큼 가치 없는 정보의 폐기가 중요해 졌다”고 말했다. 나아가, 정보의 가치 판단은 이용 주체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져 ‘어떤 정보가 가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긴 어렵다. 조송암 이사는 “기본적으로 정보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며 “특정 정보가 가치 있는지는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필요성을 파악해 판단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록학계에선 공공정보와 기록관리 영역 연구가 함께 진행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 노력한다. 심성보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사무처장은 “정보공개는 기록관리를 기저로 해야 한다는 점을 통합적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송암 이사는 “두 영역의 혼선은 용어에서 비롯됐다”며 “‘기록관리’란 용어 대신 ‘보존용 공공정보관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혼란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관리 도구와 시스템 방향성
  기록관리 시스템에는 올바른 공공정보 공개를 위한 도구가 존재한다. △기록의 식별 및 분류 △접근권 관리나 보안관리 △기록보존 및 폐기관리 △기록 메타데이터관리 △검색 및 모니터링 등이다. 이해영 교수는 ‘검색 및 모니터링’에 주목했다. 그는 “정부 부처나 팀에서 관리하는 기록관리 시스템은 검색기능이 약하다”며 “검색기능 확충은 물론 정보의 영구 보존을 위한 시스템 능력 향상과 내용 변화 없는 정보 기능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후속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록의 식별 및 분류’에 주목한 전문가도 있다. 심성보 사무처장은 “공공정보 공개의 활용성을 위해 정부기능분류체계 및 기록관리 기준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공개법상 최초 시점에서 비공개거나 부분공개였던 정보가 전체공개 될 경우 공식 기준표가 없어 기록학계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분류가 쉽고, 국민의 입장에선 활용하기 편한 공공정보 제공을 위해 공통된 체계가 필요하단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주체 정해서 공공정보 관리해야
  현재 공공정보 기록의 주체는 각각의 개별 공공기관이다. 기록 내용과 보존 가치, 활용 방안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생산기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산된 공공정보 중 영구보존 또는 반영구보존이 필요한 기록은 국가기록원 등 중앙기록관리기관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국내 공공정보 기록관리는 취약한 상태다. 한 교수는 “특정 중앙기록관리기관이 정부의 입장에 서서 정보를 검열하거나 삭제한다”며 “나아가서 한 관리기간에 정보가 집중되는 것은 정보 통제권 상 문제가 생겨 위험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관리의 주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안문석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부처별 전문성을 위해 국가기록원 뿐 아니라 각 부처 소관으로 공공정보 기록을 관리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보 사무처장은 “국가기록원은 수합된 공공정보를 방치하거나 말로만 독려하는 수준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도 “중앙기록물관리기관 중심의 관련 기능 역할 강화와 책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기록관리제도의 발전을 위한 정책 연구를 기반으로 정보를 식별 하고 분류하는 것이 중앙기록관리기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한편 조송암 이사는 “기록관리의 주체를 따지기에 앞서 합리적인 기록관리와 공익에 맞는 활용방법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의 기록관리 연구 방안에 일침을 놨다.

평등한 정보공개위해 노력해야
  공공정보는 모든 시민에게 제공됐을 때 가장 부가가치가 높아져 전문가들은 공개의 평등성에 관심이 많다. 버스도착알림, 지하철운행정보, 날씨정보 등을 담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인 부가가치 창출의 예다. 임진희(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 품질 검증과 차별 없는 정보 이용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특정인의 정보 독점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보공개 정책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공개 정보의 지정 요건을 세부적으로 제정해 정보의 비공개화 남발을 막자는 의견도 있다. 조송암 이사는 “지정대통령기록을 국회나 후임 대통령이 볼 수 있도록 규정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헌법 개정 수준의 국회동의로만 열람할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 모든 공공정보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에 정보 비공개 지정 요건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정보기록의 통합전산화
  ‘공공정보기록 통합전산화’를 두고는 ‘편리성을 위해 통합전산화 해야 한다’는 의견과 ‘국가수준의 기록정보 장기보존에는 통합전산화가 위험하다’는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한다. 효율 추구와 정보독점 우려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의 차이다. 이해영 교수는 “현재는 한 주제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찾기 위해 서울시 따로, 도서관 따로, 문화재청 따로 검색해야한다”며 “인터넷을 통한 통합검색개발이 이상적이다”라 말했다. 반면 심성보 사무처장은 “지금의 ‘정부 3.0’ 정책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란 이름으로 온갖 정보를 통합전산센터에 집중한다”며 “정보의 집중은 통합전산센터에 정보 통제권을 내줘 정부가 정보를 독점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노명환(한국외대 정보기록관리학과) 교수도 “공공정보기록을 전자시스템으로 조직화하면 하나의 권력이 이를 전부 통제할 수 있다”며 “이는 조지오웰과 헉슬리가 <1984>, <멋진 신세계>에서 그려낸 모든 것이 통제되는 세상”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통합전산화 된 기록의 관할권과 통제권을 누가 갖느냐는 문제도 있다. 심성보 사무처장은 “공공정보기록이 통합전산화 되더라도 해당 시스템 운영은 정부가 아니라 해당 기록을 생산한 각 정부기관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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