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문’을 간판에 내걸고 있지만 정작 ‘직업에 맞게 만들어 주겠다’는 말은 호객 행위를 위한 입에 발린 소리에 불과한 경우도 많았다. 취업에 절실한 대학생을 흔드는 일종의 ‘유인책’인 셈이다. 비싼 가격을 요구하며 직업별로 다르게 사진을 찍거나 성형해주겠다고는 하지만 막상 상담하러 가보면 차별성을 느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지원하려는 곳의 특성을 살려 사진 찍을 때 코치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스튜디오에 방문했지만 ‘자연스럽게 웃어라’는 말이 전부거나 사진 보정과정에도 ‘단정하고 깔끔하게 인상을 정리했다’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다. ‘취업 사진’으로 유명한 강남역 부근 ‘ㅈ’스튜디오를 찾아 방송기자에 지원할 프로필 사진을 찍고 싶다며 가격을 물었다. 점원은 머리손질, 메이크업, 의상제공까지 되는 6만 5000 원짜리 취업사진 패키지를 추천했다. 더 싼 건 없느냐고 묻자 촬영 후 사진관 자체보정만 하면 2만 원(레귤러)이고 고객이 2차 보정을 모니터링하면 3만 원(프리미엄), 고객이 처음부터 모니터링에 참여하면 5만 원(매스티지)이라 답했다. ‘대개 취업준비생은 3만 원 이상 쓰고 간다’는 말에 프리미엄을 선택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 앞에 앉았다. 사진사는 ‘방송기자로 지원하고 싶은데 어떤 표정과 자세가 좋으냐’는 물음에 “그냥 자연스레 웃으면 돼요”라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서 어색하게 이를 살짝 드러내며 웃자 사진사는 “이는 안 보이게 웃어보세요”라며 사진을 몇 방 찍더니 “이 정도면 취업사진으로 잘 나온 거에요”라고 말했다.
 
  촬영이 끝나고 약 5분 후, 점원이 1차 보정을 마쳤다며 기자를 불렀다. 어떤 점을 수정해 주는지 궁금해 높이 세운 머리를 가리키며 ‘머리 스타일이 가벼운 인상을 주진 않나요?’라 묻자 사진 보정 담당자는 “포샵으로 잔머리를 조금 정리했으니 이 정도면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초롱초롱하게 보이기 위해 눈을 키우고 어깨를 내렸어요. 보통 이 정도로 사진을 마무리 해 드려요.” 일부로 직업군을 강조했지만 ‘큰 문제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재차 물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취업 사진용 스튜디오라는 말에 거금을 주고 사진촬영, 보정의 과정을 거쳤지만 일반 사진관과 어떤 점이 유독 다른지는 알지 못했다.

  본교 근처의 스튜디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취업 전문’이라는 말에 찾아갔지만 사진 촬영을 할 때도 직업군을 묻지 않고 일반 증명사진보다 촬영 횟수를 늘리거나 포토샵 보정시간을 늘리는 정도가 다였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았는지 “이번 촬영이 마지막이니까 좀 환히 웃으세요”란 무뚝뚝한 얘기도 들었다. 가격은 4만 원 선으로 만만치 않았다. 김형섭(문과대 독문11) 씨는 “취업용 사진을 전문으로 한다고 홍보하지만 기존의 사진관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역시 ‘취업 전문’으로 유명해 찾았지만 실상 직업별 차이를 파악하진 못했다. ‘ㅎ’ 성형외과 전문의는 “실제 직업별로 데이터를 분석해 모델링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굳이 모델링 하지 않아도 통상적으로 공유되는 ‘미’의 개념에 맞게 고치면 취업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ㄹ’ 성형외과 상담실장 또한 “원하는 직업이 각기 달라도 결국 수술하는 부위는 눈, 코와 같이 비슷하다”며 “고객 스스로 원하는 직업에 따른 인상을 생각해오기 때문에 그에 맞게 상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성형이나 비싼 스튜디오를 찾는 것은 대학생에겐 부담스럽지만 취업준비생은 단지 ‘취업에 도움 된다’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돈을 아끼지 못한다. 이근영(여·24) 씨는 “부담스런 가격이지만 인생을 판가름하는 취업을 앞에 두니 돈을 쓰게 된다”며 “비슷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외모가 좋은 사람이 뽑히는 건 당연한 일이라 여겨 취업 사진 전문 스튜디오를 찾았다”고 말했다. 강다해(문과대 사회09) 씨는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말을 무시하기 힘들다”며 “당장의 돈을 아끼면 취업을 못할 수도 있단 생각에 지갑을 여는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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