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에서 7명의 선수를 배출한 부천북고를 제외하면 현재 고려대 선수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는 서울 경기고다. 경기고는 야구와 하키에서 각 6명씩 12명의 선수를 배출했다. 그 밖에 서울 경복고(농구 3명, 아이스하키 6명), 서울 중동고(아이스하키 8명, 축구 1명), 서울 배재고(럭비 5명, 농구 1명, 축구 1명) 순으로 선수를 배출했다. 그런데 이 순위는 얼추 그 학교의 스포츠부 예산과도 일맥상통한다.

  고교 운동부 예산의 대부분은 운동부 선수의 학부모가 낸 ‘학교발전기금(발전기금)’에 의존한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3개교의 학교 발전기금 중 ‘학교 체육 활동 및 기타 학예활동지원(예체능 기금)’ 비용은 억대를 넘는다. 경기고는 2012년 예체능기금이 5억 9519만 원으로 운동부 선수의 출신 고등학교 중 가장 많은 금액을 모았다. 이 밖에도 배재고는 3억 9539만 원, 경복고는 2억 6722만 원으로 고시됐다. 본교에 9명(아이스하키 8명, 축구 1명)의 선수를 배출한 서울 중동고교 역시 중동고는 2억 9031만 원을 조성했다. 반면 본교 운동부에 한 명의 선수만 진학시킨 대전 동아공고와 순천공고의 예체능 기금은 ‘0원’이다. 동아공고, 순천공고와 같이 발전기금이 없거나 부족한 학교는 학교 자체예산이나 소속 지역의 체육회, 교육청의 지원 등을 통해 예산을 메운다. 하지만 감독·코치진의 월급에 장비와 시설 구매, 교체 비용까지 충당하기엔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 때문에 감독을 해당 고등학교가 아닌 교육청에서 직접 고용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발전기금을 통해 확보된 예산은 코치 인건비, 전지 훈련비 등에 쓰여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충북 제천고의 필드하키 고교리그 쌍용기 우승을 이끈 제천고 박수진 지도교사는 “스포츠는 돈”이라고 일축했다. 박수진 교사는 “공립학교, 특히 지방 고등학교 팀에서 그만한(억대의) 자산을 운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큰돈이 아니더라도 안정적 예산이 뒷받침되면 훈련과 생활 시설 및 장비 교체, 국내 전지훈련 등 경기력 향상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 역시 상급 학교 진학 시 희망 교의 ‘재정’에 주목한다. 여러 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선수에겐 학교의 예산 규모가 상급 학교 입학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운동부의 조성 기금이 절대적으로 많은 서울권 사립 고교에 진학을 원하는 선수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천북고 럭비부 김철화 지도교사는 “중학교 선수들이 고교 팀을 선택할 때 전적과 대학 진학도 중요하지만, 예산 규모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재정적 지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 고교에는 학생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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