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실행위원
사진제공| 서정원 씨

바그너의 음악은 대체로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긴 호흡의 독일어 가사와 여러 신화적 요소가 섞인 줄거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몇 개월을 들어도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한국바그너협회 실행위원 서정원 씨는 약간의 이해만 있으면 누구나 바그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바그네리안(바그너 애호가)’ 서정원 씨를 만나 바그너 음악의 매력과 매력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바그너에 빠지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해선지 문학과 음악을 결합시킨 바그너 오페라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바그너 오페라의 매력은 단연 ‘재창조된 신화’다. 바그너는 북유럽, 그리스·로마, 게르만 등 여러 종류의 신화에서 모티프를 따 자신만의 가상 신화를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바그너 오페라의 줄거리는 소위 ‘짜깁기’가 아닌 하나의 새로운 문학작품으로 여겨질 만큼 완성도가 높다. 이러한 ‘바그너 신화’의 문학적 완결성이야 말로 바그너 음악의 매력이다.”

- 바그너의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니벨룽의 반지>는 네 개의 오페라로 구성돼 전부 듣는데 10시간 이상이 걸리는 대작이다. 특히 2번째 작품 <발퀴레> 3막 후반부 북유럽의 신 보탄(Wotan, 오딘)이 가장 아끼는 딸 브륀힐데(Brunnhilde, 발퀴레)를 어쩔 수 없이 불의 장막에 가둬야 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처음엔 7개월이 넘도록 음악이 뭘 전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줄거리와 독일어 호흡을 좀 더 공부하고 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음악이 ‘이해됐다’. 바그너가 표현하고자 했던 브륀힐데와 보탄의 이별의 절절함이 완전히 이해됐을 때 상당한 희열을 느꼈다.”

- 바그너 음악이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탈리아 오페라에 비해 독일 오페라는 대체로 호흡이 길고 내용이 어렵다. 특히 바그너는 한 막이 3시간 반 정도로 다른 오페라에 비해 1시간 정도 길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줄거리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음악을 감상하면 다양한 등장인물과  많은 양의 독일어 노래대사에 당황할 수 있다. 음악을 감상하기 전 바그너 음악이 가진 신화적 줄거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막 등을 통해 난해한 독일어 가사를 숙지한다면 누구나 바그너를 즐길 수 있다.”

- 한국에서 바그너 음악의 현주소는 어떤가
“이전까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 국내에서 초연한 <파르지팔>의 매진이 대표적인 예다. 클래식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대중화됐다. 이전에는 바그너를 접하기 힘들었던 사람들도 대중적 관심의 확대로 바그너를 쉽게 접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바그너 음악의 매력이 한국인에게 잘 어필된 것 같다.”

- 바그너를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나
“바그너의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는 시대적 상황에 휩쓸린 결과다. 바그너는 분명 반유대주의자였다. 그러나 이는 바그너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 아닌 유럽의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 역사에서 기인한 일이다. 실제 바그너에겐 유대인 하인도 많았고, 유대인 지휘자가 바그너를 존경해 작품을 연주하는 일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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