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 교수
사진제공 | 적정기술미래포럼

한밭대 적정기술연구소 소장이자, 적정기술을 주도하는 ‘적정기술미래포럼’ 대표 홍성욱 교수(한밭대 화학공학과)는 국내 적정기술 연구의 선구자다. 홍성욱 교수를 만나 현재 한국 적정기술의 현 주소를 물었다.

- 적정기술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7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의 카탈로그를 보고 적정기술을 처음 접했다. 과학기술을 활용해 직접적으로 남을 돕는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더라. 이후 2009년 한밭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적정기술 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연구와 개발을 시작했다.”

- 국내에서 ‘적정기술’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과거에는 정부가 적정기술과 관련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거의 전무했다. 최근에는 이전보다 적정기술에 관한 포럼도 증가하고 사회적 인식도 높아졌다. 2010년부터는 특허청,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코트라 등 정부 기관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진대회나 적정기술 공모전 등의 행사참가자도 예년에 비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까지의 노력으로 맺어진 결실이다.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최근의 추세를 볼 때 앞으로의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 적정기술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사실 적정기술은 굉장히 넓은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개도국을 위한 기술’이라는 정의가 아무래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요즘엔 귀농한 사람들이 조합을 꾸려 농촌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적정기술을 개발하기도 한다. 또한 국내 노약자와 저소득층,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몇 년 전부터 적정기술과 유사한 개념인 ‘국민편익증진기술’을 실시하고 있다. 일종의 사회적 기술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인지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 부처 간의 연계된 프로그램이라던지 지속적인 노력이 있다면 한국에 적정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크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21세기에는 20세기보다 적정기술의 필요성이 더욱 크게 증가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율 감소, 재난대응을 위해서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접근이 필요하다. 20세기 에너지 자원의존적 발전은 21세기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형태의 발전이다. 때문에 자원절약과 인간친화를 지향하는 적정기술이 가지고 있는 함의와 컨셉은 21세기의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다.”

- 대학이 적정기술 연구에 소극적인 이유는
“한양대 적정기술연구회, 한동대 그린적정기술연구협력센터, 한밭대 연구소를 제외하면 일반 교수가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MIT나 스탠포드 등의 대학에서 적정기술에 대한 연구를 10년 이상 진행해 왔기 때문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이 그런 단계까지 도달하기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 한국대학생들의 관심부족이다. 한국대학생은 창업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경향이 아주 짙어 관심을 가져도 장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판단하면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더라. 이차적으로는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진행돼야 하는데 국내의 여건들이 단기적 성과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에 대학의 투자가 소극적인 것이다.”

- 앞으로 정부의 지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박근혜정부에서 적정기술이 창조경제 국정사업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하나의 세부사항으로 선정됐다.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우선 기존의 단체들이 좀 더 원활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단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의 병행도 필요하다. 적정기술 단체의 재정적 상황이 여의치 않다. 또한 기존의 활동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해 새로운 프로젝트나 사업을 진행하기 보다는 기존활동을 도울 수 있는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청소년의 적정기술 교육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적정기술은 단순히 기술개발, 제품개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고, 가치관이며 철학적인 것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 또한 기술연구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인데 간이소각장, 온돌을 이용한 곡물 건조와 같은 적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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