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이 창간 66주년을 맞았다. 고대신문 창간기념축사를 의뢰받았을 때 기분이 묘했다. 1986년 고대 정외과에 입학을 하면서 성북구와 인연을 맺은 내가 지금은 48만 성북구민을 대표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대화하는 행정을 표방하면서 시작한 ‘걸어서 성북한바퀴’를 통해 성북구 이곳저곳을 누비다 보면 때때로 나의 대학시절이 말을 걸어온다.

  1986년 안암동은 그 어느 곳보다 뜨겁게 여름을 나고 있었다. (거리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다가 전투경찰들이 쏜 최루탄을 피해 골목으로 숨어들라치면 어디에선가 사복경찰들이 나타나 선배, 동기, 후배들을 끌고 갔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사망했고 우리는 그 죽음을 알리기 위해 죽어라 도망 다녔다. 그런 때였다.)

  우리는 입학과 동시에 당연하게 데모현장으로 달려갔고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했다. 그렇게 1987년 6월 항쟁과 6.29선언을 이끌어냈고, 그때 거리의 우리들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사회를 위해 치열하게 자신을 태웠다는 훈장을 스스로에게 달아주었다.

  지금의 안암동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캠퍼스를 누비는 후배들의 눈빛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1986년과 2013년의 치열함의 내용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우리가 입학과 동시에 거리로 달려가 독재타도를 외치며 달렸던 것처럼 지금 후배들은 취업을 위해 전력질주를 한다. 

  나는 그때의 우리가 옳았다고 주장하거나 지금의 후배들에게 연민을 보내고 싶지 않다. 우리에게는 의도하건 그렇지 않건 주어진 상황이 있다. 1986년 거리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던 나를 있는 그대로 2013년으로 호명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색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의심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당연함의 밖으로 나가 우리를 냉철한 시각으로 조망하고 경종을 울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고대신문이다.

  1986년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맹목적인 투쟁이었다. 고대신문은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냉정하게 우리의 맹목성을 물고 늘어졌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 지, 그것이 옳은 것인지를 돌아보게 했다.

  지금 후배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도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당연한 것을 자꾸 돌아보아야 한다. 주어진 현실에 머물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위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고대신문이 그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주문을 한다. 

  고대신문의 창간 6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한 가지 주문을 하고 싶다. 우리의 타성을 부수고 이성을 깨우는 목소리로 응답하라, 고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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