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열린 ‘2013 프로농구연맹(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드래프트)’에서는 22명의 선수가 프로 1군에 진출했다. 前 고려대 주장 박재현(서울 삼성 썬더스, 1라운드 4순위) 선수를 비롯해 경희대 김종규(창원 LG 세이커스, 1라운드 1순위), 김민구(전주 KCC 이지스, 1라운드 2순위) 등 지명된 선수들은 22명 모두 대학생 선수였다. 고졸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가해도 규정에 저촉되진 않지만, 이 날 신인선수 1군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고졸 선수는 없었다. 반면 8월 26일 실시된 ‘2014 한국프로야구(KBO) 신인선수 2차 지명회의(신인지명회의)’에서 대학 선수는 105명의 프로 지명자 중 50명이었다. 고려대는 4학년 선수 중 문상철(사회체육10, 유격수), 조윤성(사범대 체교10, 중견수) 선수가 프로의 지명을 받았다. 유망주 선수의 대학 진학은 선수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종목별로 프로 조기 진출과 비교해 대학리그의 경험이 선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고졸 신인 지명 피하는 프로농구

대학리그에서 보여준 좋은 슈팅능력과 돌파력으로 프로 무대에 적응 중인 박재현(서울 삼성 썬더스, G) 선수
사진 | 고대신문DB

  KBL이 2004년 신인드래프트 규정을 개정하기 전까지 고졸 선수는 원칙적으로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전미농구협회(NBA)의 경우 2005년부터 고졸 선수의 조기 프로 진출을 금했다. 프로농구 구단은 부족한 전술 이해도와 체격 조건을 이유로 ‘고졸 루키’를 선호하지 않는다. 김현국 경희대 농구부 코치는 “고등학교 농구의 경우 선수 개개인의 기량보다는 팀의 조직력 강화 훈련 위주로 진행된다”며 “아무래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들은 전술 이해도나 개인 기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코치는 “좁은 공간에서 신장이 큰 선수가 볼 소유권을 다투는 종목 특성상 체격 조건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며 고졸 선수의 신체적 한계를 지적했다.
프로축구 구단은 대졸 선수와 고졸 선수 중 특정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은 없지만 최근엔 대졸 선수를 선호하는 추세다. 대졸 선수가 경기운영능력과 신체적 능력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 신진원 스카우트는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의 기량이 예전보다 대폭 하향 평준화됐다”며 “드리블이나 킥 같이 특정 기술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다 보니 선수들의 개성이 사라져 고졸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신체적 능력 강화해야

  농구의 경우 통상적으로 1군 선수를 12명만 보유할 수 있어 드래프트에서 많은 선수를 선발할 수 없다. 프로팀 입장에서는 한정된 선택권을 지니기 때문에 고졸 선수들이 대학에 입학한 후 겪는 신체적, 기술적 성장을 예의주시한다. 김현국 코치는 “대학에 들어오면 선수들이 고교 재학 시절보다 개인 기량과 근력 향상에 더 신경 쓰게 되면서 선수들이 신체적으로 기술적으로 급성장하게 된다”며 “고등학교 때 근육량이 적었던 선수들은 근육량과 체중이 늘면 기량이 급격히 늘 확률이 높아 프로에서도 이 선수들을 탐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구단은 대학에서 급성장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얼리 엔트리’ 제도에 주목한다. 대학교를 3학년까지 마친 선수가 학교장의 추천을 받으면 당해 드래프트에 참가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의 한 스카우트는 “나이가 어려도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선수들은 일찍 프로에 입문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현국 코치는 “프로에 나간다는 선수를 말릴 수는 없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애써 키운 전력이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것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윤호 대한야구협회(KBA) 홍보이사는 “대학이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켜 프로 무대로의 진출을 돕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을 단순히 프로로 가기 위한 계단으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며 “대학에서의 시간을 통해 학생선수들이 자신이 평생 직업으로 삼아야 할 운동에 대한 충분한 고민하는 것은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순번 획득 힘든 프로야구

고려대에서 경험을 쌓고 프로 지명 순번을 대폭 끌어올린 문상철(KT 위즈, 유격수) 선수

   야구는 고졸선수의 프로 진출이 활발한 종목이다. 2009년부터 5년간 진행된 신인지명회의에서 지명된 선수 중 대학선수 비율이 50%를 넘은 적이 없을 정도로 고졸선수 선호도가 높다. 2007년 17%에 그쳤던 대졸선수의 신인 지명 비율은 2014 신인지명회의에서 50%에 근접한 비율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인 ‘NC 다이노스’와 열 번째 구단인 ‘KT 위즈’가 창단되면서 즉시 전력감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현장의 중론이다.

  야구의 경우 선수의 프로 진출 가능성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여겨 우수한 선수가 굳이 대학 진학을 택할 이유는 없다. 특히 투수의 경우 ‘타고난’ 어깨라 인정받으면 고등학교 졸업 이전에 이미 프로 스카우트들의 영입 대상으로 거론된다. 장윤호 KBA 홍보이사는 “좋은 투수는 대부분 선천적인 신체 조건이 타고나 조기에 프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에 진학하는 선수는 조기 프로 진출에 실패한 선수로 간주해 성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야수는 대학에 와서도 충분히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타격 부문은 투수와 마찬가지로 배트를 공에 맞추는 컨택 능력에 있어 타고난 부분이 많이 작용하지만, 수비나 장타력은 반복적인 수비 훈련과 근력 강화운동으로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졸업 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대학에서 기량이 향상돼 프로 스카우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는 선수들도 있다. 고려대 문상철(사회체육10, 유격수) 선수는 2010년 프로야구 신인선수 지명회의에서 6라운드 2번, 전체 42번으로 하위 순번을 받았지만, 대학교에서 충분한 훈련과 큰 경기 경험을 한 뒤 나온 2013 신인지명회의에서 1라운드 종료 직후, 전체 11번으로 KT에 특별지명됐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해도 야수들이 기량 향상에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 고졸 선수들은 대학 무대보다 프로 입단을 여전히 선호한다. 실제로 문상철 선수와 함께 고려대에 온 선수 중 프로의 하위지명을 거절하고 온 선수가 몇 명 있었지만, 졸업 후 다시 프로의 지명을 받은 건 문상철 선수와 조윤성(사범대 체교10, 중견수)밖에 없었다. 장윤호 이사는 “일찌감치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선수들은 웬만하면 신고선수로라도 프로에 입단하려 한다”며 “우수한 선수들의 대학 진학률이 낮다 보니 신인지명회의에서도 대학선수들이 상위 순번에 지명받기가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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