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미 교수

  적은 비용으로도 암 세포만 골라 없앨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본교 이경미(의과대 생화학과) 교수의 개발 성공을 목전에 둔 입양면역치료(adoptive cell therapy) 덕분이다. 이 교수와 본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나노기술을 통해 체내에 존재하는 암 세포 면역체인 ‘NK 세포(Natural Killer cell)’만을 선택적으로 체외 배양과 활성화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생명공학의 학제 간 융합을 통한 암 면역의 발전’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를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혈액 내에 10~20% 가량 존재하는 NK 세포는 다양한 종류의 체내 암세포만을 골라 자체적으로 치료하는 면역체다. NK 세포는 혈액 내 백혈구의 일종으로 면역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주제 중 하나다. 암 환자에겐 이 NK 세포의 수와 기능이 현저히 저하돼있다. NK 세포는 배양하기 힘들어 현재까지의 암 치료는 고 비용의 방사선 치료 혹은 암세포 절단 수술 등으로 이뤄졌다. 이 교수는 “수술로 제거된 암세포는 재발 가능성이 높아 완전한 암 치료의 방안으로 ‘면역학(Immunology)’이 주목 받는다”며 “면역 치료법은 환자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의과대학 연구진은 체외에서 배양한 NK 세포를 동물에 주입해 암세포를 살상하는 실험에도 성공해 인체 임상실험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교수는 “NK 세포를 주입받은 쥐와 그렇지 않은 쥐는 종양의 성장 속도가 3배가량 차이 났다”며 “NK 세포는 암 세포만을 골라 종양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사용하는 것은 어떻냐”는 호현주(한성과학고) 양의 질문에 이 교수는 “컴퓨터 등을 통해 유전적 변조(genetic modulation)를 알 수 있지만 실제 생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해선 생체와 동일한 환경을 기술적으로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대안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배양에 성공한 NK 세포는 체외에서 30분 이내에 해체되고 체내 주입 시 지속성도 낮아 세포 자체의 기억·유지 기능은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 교수와 연구진은 NK세포의 체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NK 세포가 자체기억력과 수명을 늘리면 앞으로 암 치료 뿐 아니라 면역학 전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전자 변형과 치료에도 뛰어난 비용절약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치료 가능성이 없는 말기 암 환자에게도 이 치료법은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면역 치료법은 특성 상 병의 진행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NK 세포를 자신의 신체에도 적용할 수 있냐는 이태현(금성과학고) 군의 질문에 이 교수는 “앞으로의 과제이지만 가능할 것”이라 답했다. 세계가 암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까지 이제 멀지 않았다.

<이경미 교수 프로필>
한국 국적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소속
2012 동아일보 선정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
2011 EMM 학술지 공로상
2008 대한 생화학 분자생물학회 젊은 의과학자 상
1995 찰스 히긴스 생리학자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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