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필립 조지 짐바르도(Philip George Zimbardo,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슬럼가에서 한 실험을 진행했다. 슬럼가의 골목에 두 대의 차량을 주차해 놓고 1주일간의 변화를 살펴보는 실험이었다. 한 대는 보닛만 열어놓았고, 다른 한 대는 동일한 조건에서 유리창을 추가로 깨놓았다. 보닛만 열어놓은 차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바퀴와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이 사라지고 낙서와 오물로 범벅된 폐차가 되어 있었다. 이는 일명 ‘깨진 유리창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깨진 유리창의 집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는 그 지역이 무질서와 범죄가 만연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셉테드 디자인(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 CPTED)은 이러한 이론에 근거한다. 범죄는 피해자, 범죄자에 환경이라는 요소가 더해졌을 때 발생한다. 이 중 환경을 통제해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 셉테드 디자인의 기본적인 논리다. 셉테드 디자인은 △자연적 감시 △자연적 접근통제 △영역성 △활용성의 증대 △유지관리 등 총 5가지의 원리에 근거해 적용된다. 한국셉테드학회 학회장을 역임한 이경훈(공과대 건축학과) 교수는 “범죄 분포를 살펴보면 지역에 따른 집중도가 존재하는데 이는 이런 지역이 환경적으로 취약하다는 반증”이라며 “이러한 지역의 환경적 요소를 변화시켜 범죄의 기회를 제거하면 범죄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지역사회의 범죄율 감소와 범죄에 대한 심리적 불안의 안정을 위해 셉테드 디자인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범죄의 위험이 다분한 지하주차장에 밝은 조명과 비상벨을 설치하거나 놀이터를 아파트 단지 중앙에 위치시키고 주변에 시야를 가리지 않는 나무를 심어 CCTV를 설치하는 것도 셉티드 적용의 사례다. 대전발전연구원 이형복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신도시개발 초기단계부터 셉테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세종시는 계획수립 단계에서 셉테드의 기본원리를 녹여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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