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수학여행의 필수코스인 석굴암이 쓰러질 위기에 처했다. 석굴암 본존불의 대좌(臺座)와 동자주(童子柱, 작은기둥)에 여러 개의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지속적으로 본존불 하대에 압력이 가해지고 있어 균열이 좀 더 심해진다면 본존불이 붕괴될 수 있다.

   또한 지난 5월에 5년의 공사 끝에 복원된 숭례문은 복구된 지 한 달 만에 단청이 벗겨졌다. 게다가 기와 손상, 재료로 쓰인 나무 부재와 현판의 균열 등 심각한 문제가 수차례 발견돼 결국 문화재청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최근 4대강 사업 역시 문화재 훼손과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다룬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최근 5년 사이에 역사유적과 문화유적이 훼손된 일은 4대강 사업을 하면서가 아마 건국 이래로 가장 많은 것 같다”며 개탄을 표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아직까지 문화재 훼손에 대한 뚜렷한 방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 문화재청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았다. 인터뷰 중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문화재 훼손에 대한 질문에 대변인실은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화재청부터 문화재 훼손에 대해 말하기 꺼려하고 앞으로의 방향이나 대안에 대해 준비된 답변조차 없다면 문화재 문제에 대한 답은 누구에게 구해야 할까.

   로마에는 아우렐리우스 성벽을 중심으로 2500년 전의 문화 유적들이 고대의 원형 그대로 현존해 있다. 가능한 옛 모습의 로마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행정력을 쏟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마는 훼손 우려가 있는 문화재의 경우 유지적 차원의 보수를 시행하고 보수 중에는 철저한 고건축 기술을 동원하여 완벽히 복원 될 때까지는 어떠한 이들의 출입도 금지한다. 반면 석굴암은 일제강점기 때에도 1960년대에도 시멘트를 바르는 것으로 보수됐다. 적어도 21세기의 대한민국은 그러지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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