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다른 용도로 이용해 수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 | 이지영 기자 ljy@

  수업 진행하는 교수님의 말 사이로 진동음이 울린다. 또 카카오톡 알림이다. 과연 우리는 수업 중 얼마나 자주 핸드폰 메세지를 확인할까? ‘스마트 폰 중독’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만큼, 수업 중에도 스마트 폰,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이러한 습관적 행동은 수업시간에도 지속돼 학생 스스로의 수업 집중력 감소와 주위 학생과 교수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쳐 수업분위기를 저해한다. 수업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집중하기 위해서 우리는 왜 습관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지 그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절반 이상이 수업 중 디지털기기 이용
  14일 오전, 180여명 이상이 참석한 교양관 대형 강의실에서 기자가 특정 구역(34명)을 설정해 학생들이 수업 중 얼마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지 관찰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75분 동안 34명 중 절반인 17명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했고 그 중 14명이 스마트폰을, 나머지 3명이 노트북을 사용했다. 3명의 노트북 이용자는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과제작성, 웹사이트 서핑 등을 했다. 이들은 과제를 하면서도 동영상을 보기도 했다. 한편, 스마트폰 이용자 14명 중 7명은 수업시간 내내 카카오톡, 페이스북, 게임, 동영상 시청 등을 했다. 이 중 3명은 4~5분 주기로 수업을 듣다가도 틈만 나면 카카오톡을 확인하고 다시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머지 4명은 간간히 다른 수업 과제를 하다가 10~15분 주기로 카카오톡 채팅을 했다. 그 외에도 잠깐 스마트폰을 꺼낸 학생도 있었고, 수업 내용을 녹음하며 수업 외의 일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 수업에서 주기적으로 카카오톡을 했던 한 남학생은 “수업에 집중이 잘 안되면 대신할 것을 찾게 된다”며 “마침 스마트폰이 있어 계속 딴짓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의 디지털 기기 이용이 수업에 많은 방해가 된다고 밝힌 한 교수는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이용해 강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강의 자료를 보고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타인의 집중도까지 낮춰
  수업 중 무분별한 디지털기기 사용은 주변 학생들의 집중도를 떨어트리고 교수의 강의진행마저 방해한다. 박정호(과기대 제어계측10) 씨는 “디지털 기기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수업시간에 타 수업 과제나 SNS활동을 위해 마구잡이로 타자를 치거나 카카오톡 진동 알림을 켜놓는 학생들이 있어 수업에 방해된다”고 말했다. 이혜인(문과대 인문13) 씨는 “주위에서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껴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고 말했다.

  교양관 대강의실 602호에서 ‘한문소설과 야담’ 수업을 진행하는 윤재민(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대형 강의여서 학생들이 다른 행동을 하는 지 전부 다 보이진 않지만, 학생들이 수업 외 용도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걸 볼 때면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습관적 디지털 기기 사용 원인은
  디지털 기기 이용은 자극, 각성, 통제욕구 등의 요소로 설명 가능하다. 학생들의 경우, 특정 행동(SNS활동)에 긍정적 피드백(답장, 댓글 등)이 오면 동일한 행위를 반복, 강화하고자 한다. 김학진(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특히 카카오톡의 경우,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바로 그 답장을 받을 수 있어 긍정적 느낌(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며 “계속 오는 메시지 내용에 의해서 욕구가 강화되고 반복돼 습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은 통제할 수 없는 수업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 가능한 환경을 선호한다. 이도준(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생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수업환경에 쉽게 지루함을 느낀다”며 “메시지를 입력했을 때 바로 답을 받아낼 수 있는, 스스로 통제하는 환경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강의 내용을 녹음하고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스스로 당시 환경을 통제 가능하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신지원(문과대 철학12) 씨는 “보험을 들어놓는 식으로 수업 내용을 녹음하고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멀티태스킹은 실패를 불러
  수업을 녹음하고 다른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까. 인지심리학에선 수업 중 디지털 기기 이용을 ‘멀티태스킹’으로 간주한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학생은 자신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해 업무를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특히 디지털 기기를 습관적으로 이용하는 학생이라면 주체적으로 전환되는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정신이 자극 중심의 프로세스에 의해 좌지우지 돼 이와 반비례 관계에 있는 목적 중심의 프로세스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도준 교수는 “학생은 멀티태스킹을 하며 자기가 스스로 과제를 조절할 수 있다고 믿지만 결과적으로 외부 자극에 의해서 모든 결정이 주도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매우 산만해지며 목적에 집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혜인(문과대 인문13) 씨는 “수업 듣는 중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면 내용 흐름이 끊기고 결국 수업에 지속적인 집중이 힘들다”며 “나중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2배의 시간을 투자해 경제적으로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마주 앉도록 배치만 바꿔도
  수업 중 무분별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해결책으로 ‘차세대 교수법과 Flipped Classroom’이 제시된다. 이희경 교수학습개발원 원장은 “이전에 MIT학생들의 기기 사용을 다룬 TV 프로그램 있었는데 기기 사용 통제는 불가능하다고 나왔다”며 “차세대 교수법으로 보다 많은 그룹 활동과 토론을 하는 소그룹 활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기기통제가 된다”고 말했다.

  Flipped Classroom은 학생들이 강의를 예습하고 강의 시간엔 마주보는 테이블에 앉아 교수에게 질문하는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 방식을 지칭한다. 소그룹 활동이 어렵더라도 서로 마주보는 형태의 배치만으로도 디지털 기기사용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소재의 몇 대학을 포함한 외국대학 강의실은 이러한 배치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희경 원장은 “Flipped Classroom은 일반적인 강의실 내 계단식 배열이 아닌 4~5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로 구성돼 있고 강의실 벽면마다 모니터가 있다”며 “학생들이 서로 마주보고 앞에 교수님이 계시기 때문에 기기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지를 바꾸자
  학생 스스로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수업 중 디지털기기의 습관적 이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도준 교수는 “동물과 같은 유기체는 모든 피드백에 반응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며 “자극에 의해 자신이 지배되는 사실을 인지해 미래에 예상되는 손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스마트폰 사용 집단의 해석수준 및 자기통제와 스마트폰 중독사용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한국연구재단 강원대학교 SSK 연구팀의 장예빛 박사(전임연구원)는 “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기 전 1~2분이라도 공부를 왜 해야 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학생에게 환기한다면 스마트 폰 통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기통제 방식은 행동으로 인한 결과의 가치를 강조하는 행동에 목적을 두는 상위 해석수준의 사람에겐 효과적이다. 하지만 얻기 쉬운 결과와 수단에 집중하는 하위 해석수준의 사람에겐 적용되기 힘들 수 있다. 상위 해석수준의 사람은 즉각적으로 오는 쾌락이 아닌 ‘지연된 결과물’이라도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예빛 박사는 “해석수준은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통제정도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개인이 인지하는 목표 중요성이 얼마나 뚜렷한지가 중요하다”며 “학생이 왜 수업에 집중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자기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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