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최다희 전문기자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중독예방치료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중독예방치료법은 10월 7일 교섭단체 연설에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4대 중독에 게임이 포함된다”고 발언한 이후 ‘게임중독법’이란 명칭으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다. 중독예방치료법은 4월 30일 신의진 의원 등 14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으로, 법안이 통과되면 게임 규제 및 관리는 보건복지부(복지부)와 국무총리실 하에 놓이게 된다. 중독예방치료법 논란의 핵심은 게임을 비롯한 미디어콘텐츠가 알코올, 마약 등과 같은 중독물질인가에 대한 시각차에 있다. 이에 ‘게임은 중독을 유발할 수 있어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찬성 측 입장과 ‘게임을 중독물질로 정의하면 결국 게임산업에 일부 규제가 가해질 수 있다’는 반대 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중독예방치료법을 둘러싼 논란을 학회 관계자의 자문을 통해 진단해 봤다.

게임은 ‘중독물질’인가
  알코올 중독이 특정 기준에 따라 중독 여부가 결정되는 것처럼 게임을 중독물질로 판단하기 위해선 일정 기준이 필요하다. 정신의학회에선 중독성 질환을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으로 구분하는데 물질중독인 술, 마약, 담배와 달리 게임은 물질중독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때문에 게임이 ‘행위중독’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하는데 행위중독의 판단기준은 학자마다 엇갈렸다. 최삼욱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연구이사는 “술, 마약, 담배 등의 물질중독은 미국 정신의학회의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 제시한 9가지 진단기준에 맞춰 중독여부가 판단된다”며 “집착, 내성, 금단, 조절력 상실 등의 9가지 기준 중 6가지 이상 해당되면 정신질환으로 판단하는데 행위중독 역시 이 기준에 따라 중독의 대상으로 볼 지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민규(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향후 연구와 논의 대상이긴 하지만 아직 게임 등의 콘텐츠 이용과 관련해 의학적으로 중독 규명이 된 바 없어 게임 등 콘텐츠에 중독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게임을 중독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는 개인이 행동에 달려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정해상(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법제상 중독물질로 규정하기 위해선 일관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정 게임에 빠져 끊지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특정 게임에 흥미가 떨어졌을 때 다른 게임을 찾거나 게임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에서 게임을 행위중독물질로 보기엔 사람들 간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중독예방치료법의 역할은
  발의된 중독예방치료법의 역할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중독예방치료법 외에 현재 국내 게임규제 관련 법안은 △여성가족부(여가부)의 셧다운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게임시간선택제 △새누리당의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법(셧다운제 확대 및 게임업계 매출 1%를 게임중독치유기금으로 강제 징수하는 법으로 중독예방치료법과 다름) 등이 있다. 중독예방치료법이 이런 산발적 법안을 한데 묶어줄지, 혼란을 가중하는 또 다른 법이 될지에 대해서도 학자들의 의견이 나뉜다.

  최삼욱 연구이사는 “중독예방치료법은 각 부서에서 산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중독예방 부분을 국가에서 책임지고 관리하기 위한 법안이기 때문에 앞선 법들의 기본법이 될 것”이라 말했다. 반면 신재호(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여가부와 문체부의 소관업무에 관한 다툼을 관리할 범부처 차원의 법이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중독예방치료법은 이와 별도의 새로운 법이어서 혼란을 가중할 뿐”이라며 중독예방치료법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길상 한국컴퓨터게임학회 이사도 “기존 게임 산업 법들을 토대로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게임뿐 아니라 미디어콘텐츠까지 중독으로 규정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은 중독예방치료법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한편, 중독의학계에선 중독예방치료법이 중독관리의 기본법인 동시에 복지부의 소관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최삼욱 연구이사는 “산업을 증진시키는 부서(문체부)가 보건과 치료를 맡았던 사례는 없다”며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문체부가 게임시간선택제 같은 규제법을 만드는 것 보단 복지부가 나서서 중독예방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홍석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국민 건강을 담당하는 복지부가 주무 부서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나 중독 예방에 대해선 문체부, 여가부와의 통합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서 간 협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법의 실효성 문제
  중독예방치료법을 둘러싼 논의는 결과적으로 법안의 실효성 여부로 귀결된다. 실질적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측은 가장 큰 문제로 법의 포괄성을 지적한다. 정해상 교수는 “사행성 게임부터 어린이 교육용까지 게임의 범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법이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다면 국가가 예방책이나 치료를 강제할 때 위헌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모든 게임은 기본적으로 중독으로 귀결될 수 있는 몰입요소가 있어 법안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독예방치료법의 이런 문제에도 ‘선언적 의미로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태경 전문의는 “중독예방치료법은 중독관리 업무를 효율성 있게 조율할 수 있도록 부서 간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비단 게임에 한정짓지 않아도 자신과 지역 공동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여러 ‘중독’들을 통합 관리할 기구와 법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며 법의 필요성을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