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란 기본적으로 즐거워야 하는 ‘문화콘텐츠’다.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몰입, 해소, 만족감 등의 요소가 나타난다. 재미요소는 크게 몰입요소와 비몰입요소로 분류되는데 이는 ‘중독’과는 별개의 요소다. 몰입요소는 게임회사가 즐거움을 위해 투입한 것으로 중독을 염두해 두고 계량적으로 가감한 것이 아니다. 비몰입요소 또한 게임 콘텐츠의 소모와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 게임중독 방지를 위한 게임 회사들의 자구책이 아니다. 김동은 게임개발자는 “게임의 재미요소를 중독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오류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게임의 재미요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게임을 즐겨 하는 고대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실제로 게임 개발자는 게임에 어떤 몰입·비몰입 요소들을 투입하는지 자문을 구했다.

  몰입요소에 관해선 개발자가 투입하는 요소와 학생유저들이 인식하는 요소가 일치했다. 학생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성취감, 경쟁, 소속감을 높은 몰입요소로 평가했는데, 개발자도 게임의 주 몰입요소로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와 보상, 2~5인이 모여 하는 그룹플레이 등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심재훈(공과대 전전전13) 씨는 “목표 달성을 해서 느끼는 성취감 외에 즉각적 성취감 또한 높은 몰입요소”라며 “게임 롤(LoL, League of Legends)을 할 때 몬스터를 잡고 즉시 보상과 경험치를 받는 것이 즉각 성취감의 예”라고 말했다. 김동은 게임개발자는 “게임에서 부여되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본인의 능력을 집중하는 것이 몰입”이라며 “몰입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기 위해 유저들에게 기술과 과제, 보상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자아를 대신해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도 개발자와 학생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몰입요소다. 이성훈(가명, 사범대 체교과11) 씨는 “롤은 꾸준히 노력한 만큼 캐릭터의 성능이 좋아져서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게임을 더 자주 한다”고 말했다. 김동균(가명, 정경대 경제11) 씨도 “현실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다”며 캐릭터의 또 다른 몰입적 특성을 설명했다. 김동은 게임개발자는 “유저들이 실제로 게임 속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이입을 통해 가상현실을 대리 체험하도록 유도한다”며 “감정이입을 돕기 위해 캐릭터, 배경 그래픽, 사운드 등을 현실처럼 생생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반면 비몰입요소는 몰입요소와 달리 개발자가 투입한 요소를 학생들은 잘 느끼지 못했다. 게임 개발자는 다양한 비몰입요소를 게임에 투입하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몰입요소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규범(사범대 체교과10) 씨는 “비몰입요소로는 게임 중간에 나오는 접속 시간 경과 경고문이 생각난다”며 “하지만 이는 게임을 중단하게 만드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게임의 전체 플레이 시간은 학생들이 잘 느끼지 못하는 비몰입요소 중 하나다.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게임 기획단계에서 사람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게임을 설계한다”며 “대부분의 게임은 15~20분 단위로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시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승진 게임개발자도 “인스턴트 던전, 시간제 사냥터, 아이템 개봉 횟수 제한 등도 일종의 비몰입요소”라고 말했다. 비몰입요소를 고려해 게임을 설계하는 개발자의 의도와 달리 학생들에겐 몰입요소가 비몰입요소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임 개발자와 학생이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비몰입요소는 ‘피로도 제도’다. 응답자 중 유일하게 경고문 이외의 비중독요소를 알고 있던 정준하(가명, 자전13) 씨는 “도움이 된 비중독요소로 게임 ‘던전 앤 파이터’의 피로도 제도가 있다”며 “게임을 오래 하면 캐릭터의 피로도가 쌓여 플레이가 극히 제한돼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이승진 게임개발자는 “피로도 제도는 게임의 과몰입을 제한하고 동시에 게임 콘텐츠를 오랜 기간 동안 즐기게 하기 위한 개발자의 유도책”이라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게임 리니지는 첫 플레이 시 효율을 높여 주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본 효율로 돌아가게 해 유저의 플레이를 단념하게 만드는 비몰입요소를 게임에 투입했다.

  이처럼 게임에는 유저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다양한 몰입·비몰입 요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게임의 즐거움을 오랜 시간 즐기게 하기 위한 개발자의 설계일 뿐 게임중독요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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