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는 2012년부터 ‘든든하고 안전한 여성안심 특별시’를 기치로 현재 △심야 안심귀가 마을버스 △여성안심 귀가 스카우트 △안심택시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검찰청 2012 범죄분석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평균적으로 성폭력 범죄가 하루에 60.4건이 발생했다.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과 늦은 시간 학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 등의 여성에게 치안은 늘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서울시 여성안전 정책 각각의 운영 현황과 추진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서비스 요청전화를 받은 안심귀가 스카우트가 여성의 이름, 전화번호, 만날 장소를 메모 중이다.


   ‘30분 전에 미리 전화 달라는 말을 들을 걸…’ 밤 12시 10분, 영하의 추위 속에 여성안심 귀가스카우트를 기다렸다. 성북구 귀가스타우트 담당처(02-920-3000)에 전화해 이름과 전화번호, 집 주소, 현재 위치를 말하니 “잠시만 기다리면 집까지 동행해 줄 스카우트 두 분이 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여 분 뒤 어두운 길거리 저편에서 붉게 반짝이는 두 개의 야광봉 빛이 점점 다가왔다.

  귀가스카우트 유니폼인 노란모자와 노란 조끼를 입은 지연희(가명, 여·51) 씨와 박금수(여·54) 씨를 만났다. 삼선동 주민센터 앞에서 서로 신분증을 확인하고 귀가지인 안암동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스카우트 두 명은 규정상 신청자의 양쪽 뒤편에서 거리를 두고 걷게 돼있지만 걷는 동안 자연히 나오는 이야기꺼리에 스카우트와의 거리는 점점 좁아졌다.

  “다 딸내미들이나 친구 같어” 지연희 씨와 박금수 씨는 2인 1조로 안암동 귀가스카우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안암동을 전담하는 덕에 고정적으로 데려다주는 딸 같은 학생이나 친한 동생도 생겼다. 지연희 씨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엔 학원에서 늦게 끝나는 중학교 1학년, 3학년 자매를 집까지 데려다준다”며 “40대 아줌마 한 분은 월요일과 금요일마다 귀가스카우트를 요청해 매주 만났고 여러 얘기를 주고받다 친해졌다”고 말했다.

  “아무리 유급이어도 봉사심이 있어야 새벽까지 일하지” 스카우트는 자치구별 여성단체에서 지원자를 받아 서류, 면접 전형을 거쳐 선정된다. 선발 비결을 묻자 두 분 모두 ‘봉사경험’을 꼽았다. 박금수 씨는 “동 주민센터와 봉사 단체에서의 꾸준한 봉사실적이 2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연희 씨는 “구청은 구민의 치안을 믿고 맡기기 위해 봉사 실적과 지원자의 신분을 분명히 파악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인적이 드문 골목, 안암동 집 앞에 도착했다.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겠다”고 하자 박금수 씨는 “대문열고 들어가는 것까지 봐야 우리의 임무가 끝난다”며 “집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방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감사의 표현과 인사를 한 후 집에 들어서자 그제야 대분 밖으로 스카우트 두 분이 발걸음을 떼는 소리가 들렸다.


호응 좋아 연장 시행

  ‘여성안심 귀가 스카우트’ 시범운영은 월동기를 제외한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예정됐지만 시행 4개월 만에 이용자 1만 1000명을 돌파하는 등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아 12월 31일까지 연장 실시가 결정됐다. 서비스는 내년부터 정식 실시될 예정이며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시행 범위가 현재 15개 자치구에서 서울시 전체로 확대된다. 서울시의 스카우트 시범운영에는 총 495명의 스카우트가 선발됐다. 서울시 다산콜센터 안선경 상담원은 “여성 350명과 남성 140명이 서울시에서 스카우트로 활동 중이고 스카우트는 배정받은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출퇴근하며 활동한다”고 말했다. 이 중 성북구에는 20명의 여성 스카우트와 10명의 남성 스카우트가 배정됐다. 성북경찰서와 종암경찰서에서 각각 18명, 12명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서울특별시 성북구청 여성가정과 이지혜 주임은 “성북구, 종로구를 비롯해 총 15개의 자치구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홍보가 계속될수록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형 뉴딜일자리사업의 일환인 ‘여성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배정된 예산 대부분이 인건비로 쓰인다. 스카우트는 일당 2만 2500원과 교통비 3000원을 포함해 총 2만 5500원을 받고 추가적으로 주차, 월차 수당과 기타 사무용품 구매예산을 받는다. 이지혜 주임은 “초기 투자비용이 거의 없는 사업이라 시행 예산에 인건비만 포함된다”고 말했다.


주말엔 적용 안 돼

  오후 10시부터 새벽 1시 사이에 귀가하는 여성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 스카우트 서비스는  공휴일과 휴일을 제외한 주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밤 시간대 뿐 아니라 새벽에도 성폭행 발생 빈도가 높다는 점에서 시간 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기지방경찰청 2011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강간과 강제추행범죄 발생률은 밤 시간대인 ‘오후 9시~오후 11시 59분’에 16%, ‘새벽 3시~새벽 5시 59분’의 새벽시간대에 14.2%, ‘자정~새벽 2시 59분’ 시간대는 13.4% 순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사법·경찰행정학과 김재봉 교수는 “성범죄는 새벽이나 동틀 무렵에 이뤄지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귀가여성들과 협의해 서비스 시간을 1시간 늦추거나 연장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출 빈도가 높은 공휴일과 휴일에는 정작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다. 이지혜 주임은 “시간을 늦추거나 휴일에도 확대 적용 해달라는 주민의 민원이 있었다”면서도 “어느 시간대로 운영하든 혜택을 못 받는 여성은 발생해 요일과 시간대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중과 주말 교대 업무를 실시할 수 없냐는 의견도 있지만 서울시는 예산이 부족해 지금 당장은 실시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과 안심 스카우트 담당 박종관 주임은 “예산이 부족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실시하는 내년에 시간 변경이나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이 목적지일 때만 이용 가능

  안심귀가 스카우트는 원칙적으로 밤늦게 출근하는 여성이나 집이 아닌 곳으로 가는 여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정유진(여·24) 씨는 “12시에서 1시 사이 야간근무를 위해 집에서 큰 길가로 나가야하는데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한밤 중 길거리를 걷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귀가길 여성과 같은데 서비스 취지인 귀가길 보호가 아니란 이유로 비(非)귀가길 여성을 배제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서비스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지혜 주임은 “귀가길 여성을 돕는 것도 벅차 경찰 파출소에서 도움을 받는 실정이라 확대는 힘들다”고 말했다.


심야 위험에 노출된 스카우트
  근무가 끝난 새벽 한 시, 스카우트의 귀갓길도 위험할 수 있다. ‘남편이 데리러 오지 않냐’는 질문에 지연희 씨는 “남편은 내일 출근해야해 데리러 올 수 없다”며 “학교에서 늦게 끝난 자식들도 집에 혼자 간다”고 말했다. 스카우트는 귀가 시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거나 인근 지역에 사는 스카우트끼리 함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로구 소속 여성안심 귀가스카우트 최 모 씨는 “종로구도 스카우트 본인의 귀가길이 무서운 건 마찬가지”라며 “지구대가 순찰할 때 스카우트 여성을 태워준다는 논의가 있었는데 진전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성북경찰서는 신고 출동이나 112업무를 제외한 때에는 성북경찰서 산하 스카우트 18명의 귀갓길을 최대한 돕는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역시 지구대가 스카우트의 귀갓길을 돕도록 협력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구대의 협조는 저조한 실정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과 전세일 경사는 “대부분의 지방경찰서는 서비스가 본격 시행될 때부터 순찰동선을 고려해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연희 씨는 “대부분의 경찰청이 업무 과중을 피해 스카우트 귀가 길 안전에 협력하지 않는 것 같다”며 “여성가족과가 아니라 경찰청에서 스카우트 업무를 담당하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의견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우트의 호신용품 구비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카우트에게 지급된 호신용품은 호루라기와 야광봉이 전부다. 구청은 스카우트가 비상 시 지구대에 연락을 취하도록 방안을 마련했지만 위급 상황에서 이 조치가 얼마나 효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금수 씨는 “밤거리를 다니면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할 때도 있다”면서도 “흉기나 위협적인 물건은 소지할 수 없어 감수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재봉 교수는 “스카우트를 대상으로 비상시의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하거나 비상 연락체계를 미리 구축해놓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혜 주임은 “내년부터 스카우트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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