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는 2012년 11월 1일부터 ‘심야 안심귀가 마을버스’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성북구도 8개의 마을버스 운영업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성북구 내 17개 노선의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여성·학생·노약자는 오후 10시부터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하차 가능하다. 안심귀가 마을버스 서비스는 비예산 정책으로 2012년 12월 주민과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년 10대 사업’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서비스 실시 1년이 되는 지금 심야 안심귀가 마을버스 서비스가 적용되는 심야 버스에 탑승해봤다.

역 간격 짧아 이용자 없어

  오후 11시 경, 고려대역 3번 출구에서 승차한 마을버스 ‘성북20’에는 40대 여성과 두 명의 20대 여성이 탑승 중이었다. 마을버스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음악을 싣고 한적한 길가를 유유히 달렸다. 도로에서 골목길로 들어섰지만 버스는 순식간에 두세 정거장을 통과할 만큼 여전히 빨랐다. 기사에게 정거장 사이에서 세워달라고 말할 여유가 없었다. 김승연(여·26) 씨는 “안심귀가 서비스를 알고는 있지만 이용해 본적은 없다”며 “정거장 사이에 내려도 정거장 간 간격이 짧아 귀가길 안전에 큰 체감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전기사 이정선 씨는 “서비스가 시행된 지 1년이 됐는데 정작 이용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버스 노선 간 간격이 짧을 뿐 아니라 마을버스 성북20은 긴 노선을 3대로 충당하기 때문에 빨리 운행해 정거장 사이에 내리기 애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버스 ‘성북15’도 늦은 시간 버스를 이용하는 여성은 많았으나 아무도 안심귀가 서비스를 찾지는 않았다. 8명 정도를 태운 작은 마을버스는 비교적 천천히 운행됐지만 역 간격이 20초 안팎이었다. 정거장 사이에 따로 정차해달라며 안심귀가 서비스를 부탁하려 했지만 기사에게 말할 틈도 나지 않았다. 운전기사 최 모 씨는 “정거장 간 사이가 좁아 정거장이 아닌 곳에서 따로 내려달라는 사람이 없다”며 “비교적 간격이 긴 구간인 고려슈퍼 역과 죽립정사 역 사이에서 한 여성분이 안심귀가 서비스를 두 차례 이용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낮은 이용 수준을 감안해 전면적 홍보를 시행 중이다. 서울특별시 성북구청 교통행정과 오인백 주임은 “오후 10시부터 막차 시간까지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손님이 적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수치상 적은 것”이라며 “버스 전면 광고, 버스 내부 광고물 부착, 안내방송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전면적 홍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내 길가엔 정차 어려워

  마을버스 ‘성북04’는 골목길이 아니라 시내 길가로 운행돼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도가 낮다. ‘안암오거리 역과 대광중·고교 역 사이에서 내려달라’는 요청에 운전기사 박 모 씨는 갑자기 내려달라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을버스 안심귀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말에 “서비스에 대해 예전에 들어보긴 했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며 “큰 길가는 유동차량이 있어 원하는 곳에서의 정차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인백 주임은 “서울시와 7개의 마을버스 업체가 협의한 양해 각서에 따르면 운전기사가 학생이나 여성, 노약자가 다니기 힘들거나 위험한 골목이라 판단되는 일정 부분을 정차 대상으로 한다”며 “대개 시내보단 종점 부근 언덕이나 골목이 주요 구간”이라고 말했다.

  마을버스 ‘성북03’는 성북동 주민센터와 한성대 입구 지하철역 등 시내를 거쳐 후미진 언덕을 올라 종점인 슈퍼 역까지 들어간다. 운전기사 최성국 씨는 “시내 주변은 차량이 많아 정차하기도 어려워 내려주지 못한다”며 “현재까지 10여 명 정도의 여성이 서비스를 이용했고 30대에서 50대의 여성분들이 으슥한 골목 앞에서 내려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이용객이 많은 언덕의 오르막길에서 정차할 시 버스의 기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운전기사는 종점을 돌아 언덕을 내려올 때 정차한다. 최성국 씨는 “삼선 푸르지오아파트 역과 삼선초교 역 사이 두 골목, 삼선노인정 역 주변의 골목 한 곳에서 서비스 요청이 있었다”며 “거의 종점에 가까운 구간이기 때문에 종점을 돌아 내리막 상태에서 내려준다”고 말했다.


이름만 여성안심귀가 정류소

여성안심귀가 정류소인 종로구 구기동 현대빌라 정류소. 2010년 3월 9일부터 오후 11시 이후에 귀가하는여성의 안전을 위해 12곳의 여성안심귀가 시범정류소를 운영했지만 이용객이 전무해 9곳의 정류소가 21일 폐쇄됐다.

  서울시는 2010년 3월 9일부터 오후 11시 이후에 귀가하는 여성의 안전을 위해 12곳의 여성안심귀가 시범정류소를 운영했지만 이용객이 전무해 9곳의 정류소가 21일 폐쇄됐다. 아직까지 시행중인 정류소는 도봉구(대우아파트 104동), 종로구(현대빌라), 양천구(늘프랑제과점 앞)이지만 안심귀가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종로구 현대빌라 정류소를 이용하는 이영주(여·31) 씨는 “집과 가까운 정류소라 매번 이용했지만 왜 여성안심귀가 정류소인지 항상 의문이었다”며 “기존의 정류소 이상의 역할이 없어 여성 안전을 돕는 데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종로구 교통안전과 배상직 팀장은 “2010년 당시 종로구 내 경기상고 여성안심귀가 정류소가 있었지만 호응도가 낮아 폐쇄한데 반해 현대빌라 정류소는 당시 호응이 높았다”며 “버스가 집 앞까지 갈 수는 없어 귀갓길을 줄인 것으로도 안전에 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20대도 적극 이용하길”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강간, 강제추행범죄 발생 횟수'.  밤 시간대인 오후 9시~오후 11시 사이와 새벽3시~새벽 5시 사이 범죄 발생률이 각각 3110건, 2761건으로 가장 높았다.

  20대 여성이나 학생은 운전기사에 서비스를 요구하기보단 주어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최성국 씨는 “기사의 수고를 덜기 위해 학생들은 정차를 요구한 여성이 내릴 때 같이 내리고 심지어 다음 정거장까지 걸어간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성북10’ 운전기사 곽 모 씨는 “정차를 먼저 요구하는 여성은 대부분 30대 이상”이라며 “학생이나 20대 여성은 내려달라는 말을 하기 미안해하는데 전혀 번거롭지 않으니 학생들이 기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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