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종 교수
사진 | 이상욱 기자 lsw@

 “개운산 속에 샘이 되고 싶다. 사람도 지나가다 마시고, 토끼도 마실 수 있고. 귀천에 상관없이 누구나 한 모금 먹고 가는 샘이 되고 싶다.” 김언종(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10월 22일부터 4일까지 성동구치소에서 수인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을 한성열(문과대 심리학과), 이상민(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권내현(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 박현숙(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와 함께 진행했다. 다방면의 재능기부를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는 김언종 교수의 ‘선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성동구치소에서 수인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열자는 제의가 왔다. 유학(儒學)을 위주로 인문학적 지식과 지혜를 나눠 주고 같이 공감하고 싶어 기꺼이 응했다. 인문학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시켜준다. 40년 이상 인문학을 공부한 나 역시 생로병사에 대한 두려움이 적고 마음이 평온하다.”

- 어떤 주제로 인문학 강좌를 진행했나
“수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인 ‘위로’라고 생각했다. 요즘 치유란 뜻의 영단어, ‘힐링(healing)’이 유행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에게 치유란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치유보다는 ‘위로’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류에게 가장 큰 위로를 준 사람은 위대한 종교지도자라고 생각해 종교지도자, 특히 유학을 중심으로 강좌를 준비했다. 현실과 경전을 연결시켜 의미를 짚고, 동양의 지혜를 수인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 강좌 대상자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
“거부감이나 부담은 전혀 없었다. 공자라면, 석가모니라면 어떤 위로를 했을까 고민했다. 공자의 경우, 사상의 핵심은 ‘인(仁)’에 있다. 인은 사랑이며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인을 배운 사람으로서 수인처럼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진심을 담긴 위로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는 유학의 ‘추기급인(推己及人)’이라는 개념에서도 배울 수 있다.”

- 강연에 특별히 신경 쓴 것은
“수인들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이수하지 못해 사회상식이나 지식이 한 쪽에 치우쳤거나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는 보편적인 진리나 객관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나타난다. 범죄행위를 했다는 것은 마음의 평형상태를 잃은 것을 뜻하므로 심성을 편안하고 고르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인문학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 강의를 진행했다.”

- 학교 강의와는 달랐을 텐데
“조는 사람 한 명 없이, 진지하게 긴장해서 강의에 집중하는 태도가 정말 좋았다. 학생들은 피곤해 졸고 집중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치소에선 사람들이 강의에 몰입해 놀랐다. 수인들뿐만 아니라 간수들도 같이 강의를 들으면서 성실히 질문을 주고받았다. 나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많은 질문을 받았고 주어진 시간을 초과할 정도로 열정적이어서 흐뭇했다.”

- 재능기부 형식으로 여러 강좌를 진행했다
“지금은 본교 라이시움 강의실을 빌려 교우들에게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위주로 한 공개강의를 진행한다. 누구나 등록이나 학비, 출석 없이 수강할 수 있다. 올해로 10년째로, 매주 100~150여명의 사람들이 온다. 유학의 지혜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생각한다. 건강이 허락하고 시간이 수업과 겹치지 않는다면 계속 봉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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