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약 씨
사진 | 송민지 기자 ssong@

한국 사람이 한국에 방문학생으로 왔다면 감회가 어떨까. 김신약(방문학생, 칼빈대 2학년) 씨는 어릴 적 한국을 떠나 캄보디아에서 16년을 보내고 미국 대학에 진학해 방문학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학생증에 적힌 그의 이름은 ‘Shin Kim’이지만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땐 당차게 “제 이름은 김신약입니다”고 말한다.

  중등역사교육을 전공하는 신약 씨는 미국 칼빈대(Calvin College)에서 2학년 1학기까지 마친 후 본교에 왔다. 미국에서 아시아사를 배웠지만 지나치게 강대국 시각에 편중됐다. “미국은 약한 편, 패배한 편을 부정적으로 봐요. 한국의 독립에 대해 한국 사람의 독립운동에 대한 설명 없이 ‘미국이 도와줘서 일본이 도망갔다’는 식으로 가르쳐요. 한국에서 한국의 관점으로 한국사를 배우고 싶어 한국에 왔죠.”

  본교와 칼빈대 간에는 학생교류협정이 없어 신약 씨가 본교에 오는 절차는 매우 복잡했다. 이러한 불편에도 그를 이끈 것은 본교의 학풍이었다. “연세대는 칼빈대와 협정이 돼 있어 훨씬 가기 쉬웠어요. 하지만 고려대가 더 한국적이고 역사학이 유명해 오기로 결심했죠.”

  신약 씨는 교육학과에 소속돼 교육학 수업을 들으며 ‘삼국‧남북국 시대사’, ‘한국중세사’ 등 역사 전공 수업도 듣고 있다. 그는 언어 문제보다 한국 대학의 수업 방식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한국 수업은 ‘주입식’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강의 내용을 외워야 하는데 여태 그렇게 공부해본 적이 없어 어려워요. 미국 수업은 토론 위주거든요. 시험에서 더 두드러지는데 한국 시험 문제는 ‘이때 무슨 사건이 있었냐’고 묻지만 미국은 ‘이때 무슨 사건이 있었다. 이를 다른 사건과 연관 지으시오’라는 식이에요.”

  16년간 캄보디아에서 생활한 그는 이번 여름 방학에도 다시 한 번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그는 앙코르와트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며 앙코르와트(Angkor Wat)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문화에 욕심이 많은 일본이 앙코르와트 복원 사업을 주도했는데 조건으로 출토되는 사료 대부분을 가져갔죠. 그런데 일본이 복원을 연구를 하며 성실하게 한 것도 아니에요. 앙코르와트 벽면엔 비가 내릴 때 조각을 보호하는 수로가 있는데 일본이 복원하면서 콘크리트로 발라버렸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가슴이 참 아파요.”

  이처럼 캄보디아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신약 씨의 꿈은 캄보디아에 성장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1970년대 폴 포트(Pol Pot)의 대규모 학살 등 굴곡진 현대사 때문에 캄보디아 사람들은 무기력해진 것 같아요. 공부를 마치고 캄보디아에 가서 얼마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나라인지 일깨워 주고 싶어요”

  그는 덧붙여 한국-미국-캄보디아를 잇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약 씨는 세 나라에서 생활하며 습득한 한국어, 영어, 크메르 어를 바탕으로 각 나라를 이해하는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개하는 사람이 되려면 모든 나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20대가 되어 돌아온 한국 생활도 배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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