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원광대 교수
한중관계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을 빼고는 경제를 말할 수 없게 됐다. 수교 이래 한중 양국은 선진국 시장이라는 공동목표를 기반으로 가공무역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제교류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ㆍ중 교류협력 시스템이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은 더 이상 확장하는 시장이 아니며, 중국은 더 이상 값싼 가공공장이 아니다. 대중국 무역과 투자의 틀인 가공무역 구조가 더 이상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급변하는 국제경제환경과 지역간 경제무역통합 추세 속에서 경제 전분야에 걸친 한중간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전환기에 들어섰다.이제까지 중국 노동력과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결합한 양적인 팽창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방향성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질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수교 20년, 우리가 중국에게 수출한 것이 총 1조415억 달러에 달한다. 1965-2013년까지 48년간 무역적자로 이어온 대일본 총수입액 1조21억 달러를 초과하는 규모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수출입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대외의존도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는 이미 112%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경제적 구조 등 다양한 조건과 한계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이다. 대외의존도가 이렇게 높다는 것은 무역과 해외진출 없이는 생존의 근본인 경제의 지속발전이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의 전체 대외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 중국의 對한국 수출비중은 7%이다. 비공식 통계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 기여율’에서 중국시장이 50%가 넘었다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는 중국의 가공무역특혜제도에 효과적으로 편승한 덕분이다. 2004년 중국의 가공무역특혜제도의 제한이 시작되었다. 중국의 전체 가공무역 비중이 2004년 47.2%에서 2012년 33.6%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중국 가공무역 비중이 50.7%에 달한다. 대중국 수출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한국 전체 수출액의 30%에도 못 미쳤다. 그 이유는 중국내수시장 개척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시장 개척이 부진한 이유는 중국시장의 소비능력 부족, 고가공산품 및 소비재에 대한 고관세제도, 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 부족, 비관세장벽,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잠행규제 등의 장애 때문이다. 중국시장은 전세계 기업과 로컬기업들이 가격과 품질로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전장이다. FTA(자유무역협정)는 관세인하 또는 철폐로 상품무역이 자유화되고, 서비스 및 투자가 자유화되며, 나아가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경제정책, 무역구제제도 등 정책부문까지 거래의 장애가 제거되고 거래의 자유와 안전이 보호된다는 의미이다.

  1992년 이후 우리는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고, 중국으로부터 눈부시고 경이로운 이익을 거두었다. 하지만 1단계 대중국 골드러시의 시기는 저물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향후 2013-2020년 평균 7% 성장률을 지속하고, 2021-2030년 5.3%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2년 6000달러에 불과한 중국의 1인당 GDP가 2020년 1만4천 달러, 2043년 2만5천 달러에 달할 것이다. ‘2단계 대중국 골드러시’가 시작되었다.
필자는 중국에서 12년을 지내며 현장에서 조사 연구했다. 일부 중국진출 한국 기업과 관계자들은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각종 공업제품 및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높은 관세 비관세 잠행규제 등 수 많은 장애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인 서비스시장을 개척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미국 유럽 일본 기업들은 중국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여왔고,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예를 들어 광고업계 중국 내 10대기업이 모두 미국 및 유럽계 다국적 기업이 진출한 회사이다. 그러나 한국기업들은 가공무역이라는 안전하고 달콤한 과실에 취해있었고, 한국 내 독과점 기득권에 눌러앉아 도전하지 않았다. 동일한 중국시장의 장애와 제도장벽 앞에서 도전하고 인내하여 고부가가치 열매를 맛보는 이들과 우리는 무엇이 다를까.


  지금까지 중국은 우리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었다. 사실과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지금까지 거둔 과실에 만족할 것이 아니다. 한중FTA로 시작되는 ‘2단계 골드러시’를 향해 우리의 꿈과 미래를 실현해가야 한다.

  경쟁상대인 미국과 유럽 일본은 내심 중국과 한국이 부러워하고 가로막고자 한다. 한국과 중국의 지리적 인접성, 한국인과 한국기업의 기민함 역동적 추진력을 말이다. 그래서 거짓 선전과 모략 합종연횡을 다반사로 한다. 이제 우리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의미에 대한 확실한 주견과 판단, 실천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한반도라는 열악하고 고립된 곳에서 2천여 년의 간고신산(艱苦辛酸)한 세월을 견뎌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이제 황하의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21세기 과학발전과 새로운 세계질서의 시작과 함께 약자가 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를 맞고 있다. 활짝 열린 세계 최대의 시장과 전장으로 당당히 나아가 만년을 이어갈 자손에게 강급(降級)없는 진급(進級)의 터전을 물려주어야 한다. 중국은 우리에게 위기이고 기회이다.

박재현 원광대 교수 한중관계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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