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분 경사

   “안암 지구대는 성북 산하 31개 경찰서 중에서도 범죄율이 낮은 곳이라 평소에는 이렇게 조용한 편이에요. 하지만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안암 지구대의 노력은 오늘도 진행 중입니다”

  영화에서 봤던 ‘거친 경찰’은 없었다. 욕설과 고성이 오갈 줄 알았던 안암 지구대는 조용하고 안락했다. 55명의 대원으로 구성된 안암 지구대는 교대제로 평소 12~15명의 인원이 근무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지구대원들은 순찰을 위해 여러 차례 출입했다. 안암동을 순찰하는 지구대원은 치안 유지에 어떤 노력을 쏟고 있을까. 안암 지구대 박은분 경사와 안암 지구대의 활동 상황을 살펴보고, 안암동 일대의 범죄 유형과 예방책에 대해 들어봤다.

학교 인근 단속에 집중
  안암 지구대 관할에는 본교와 성신여대 2곳을 포함해 11곳의 학교가 있다. 이 때문에 안암 지구대가 다루는 사건 중에는 학생이 연루된 사건도 많다. 늦은 밤 대학생들의 ‘주폭’은 대표적인 단속 대상이다. 사소한 말다툼에서 번진 상호폭행이 가장 많다. 최근엔 캠퍼스 내 절도신고가 급증했다. 특히 스마트폰, 자전거 절도는 하루에도 1~2건씩 접수될 정도로 흔하다. 박은분 경사는 스마트폰은 작고 가벼워 절도가 쉬우면서도 고가에 거래할 수 있어 절도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말한다. “화장실에 가는 사이에 스마트폰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캠퍼스는 24시간 개방돼 밤사이 자전거가 없어질 때도 있고요. 결국 학생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학생 보호도 이들의 몫이다. 원룸 밀집지역인 대학가 주변은 지구대원이 특히 치안유지와 거주자 안전에 신경 쓰는 구역이다. 밤 시간대 귀가에 불안함을 느끼는 여학생을 위해 순찰을 강화하기도 한다. 특히 원룸촌이 집중된 참살이길과 보문동 재개발 구역은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돼 집중 순찰 대상이다. 여성안심구역 2개소를 중심으로 집중 순찰을 하고 있다. 본교생이 많이 거주하는 개운사길 또한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해 여성안심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오토바이 절도, 도벽 학생 등 비행 청소년 계도도 대원들의 주 업무다. 계도의 목적은 처벌보다 선도다. 많은 대원이 ‘심리상담사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청소년과의 소통에 힘쓴다. 이 때문에 학교와 지역 아동센터에서는 학생의 선도를 대원들과 함께하는 경우도 많다. 기자가 방문한 21일에도 초등학생 A군이 아동센터 장과 함께 지구대를 찾았다. 초등학생이 도벽으로 처벌받는 일은 드물지만 센터장은 반복된 도벽을 개선하기 위해 이병도 주임과합을 맞췄다. 이 주임은 A군에게 엄한 얼굴로 ‘도둑질은 큰 죄’라고 훈계하고, 반성의 기미를 보이자 ‘다시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며 A군을 훈방조치했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할 때는 추궁만 하지 않고 제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듣습니다. A군은 친구에게 맞은 일 등 여러 일을 털어놓더군요. 그동안은 들어줄 사람이 없었대요. 이처럼 대화를 통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길을 열어줍니다.”


안암동에선 방범창이 없는 원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학가 빈집털이 경보 

빈집털이는 대학가에서 가장 흔한 범죄다. 낮 시간대 오래 집을 비우는 대학생의 거주패턴을 빈집털이범은 교활히 이용한다. 빈집을 털기 위한 수법은 치밀하다.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는 건 기본이다. 내부에서 전기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계량기가 작동하지 않는 점을 노렸다. 박 경사는 “집이 비었을 때 라디오나 형광등을 켜두면 전기계량기가 작동해 이들의 눈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범행 사실을 알았다면 112 신고가 우선이지만 없어진 물건을 살핀 후에야 경찰에 신고하는 피해자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혹시 남아있을 지 모르는 범인의 흔적을 훼손해 범인 검거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범인의 지문은 물론 발자취, 머리카락 등도 수사에 유용한 단서가 된다. “빈집털이범을 단번에 잡기는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범인이 남긴 흔적들을 조합하면 범인을 잡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 대원들은 CCTV와 사람의 통행이 없는 ‘사각지대’에서 횡행하는 빈집털이 범죄를 막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건물주에게 보안시설 보완을 요청하라고 덧붙였다. “침입절도 현장에 가보면 사각지대의 방범창을 뜯고 침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특히 지하는 절도범이 사람들 눈에 덜 띄어 더욱 위험해요. 사각지대에 거주하는 학생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확실히 대비를 해야 해요.”

  한편 안암 지구대 역시 교활해지는 도둑의 수법에 발맞춰 ‘맞춤형’ 치안을 제공한다. 안암 지구대는 2010년 12월부터 상가와 주거촌을 대상으로 ‘테마별 방범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 주거지 역시 안암 지구대가 신경 쓰는 구역 중 하나다. 올해는 본교와 성신여대, 한성대 주변의 원룸 42개소를 선정해 책임 담당 경찰관을 지정하고 건물주와 취약점을 주기적으로 보완하도록 협의했다. 대원들이 주거지 점검에서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은 방범창이다. 대원들은 방범창이 없는 집은 반드시 방범창을 설치해야 하고, 설치된 방범창도 소재를 다시 점검하라고 강조했다. 알루미늄 소재의 방범창은 힘을 가했을 때 쉽게 휘거나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속적인 테마 방범진단 결과 2012년 대비 절도 등의 범죄 발생건수는 약 28% 감소했다.


사람 있는 것만 알아도 침입 못해
  안암동에선 강력범죄도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5월 관내 하숙집에서 새벽 5시경 한 남자 대학생이 문이 열린 여학생 하숙방에 침입해 자위행위를 하고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무기와 폭력을 수반한 범행은 아니지만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112 신고를 접수한 안암 지구대원이 신속히 검거했지만 박 경사에게는 범인을 잡았다는 안도감보다 더 큰 사건으로 번질 수 있었다는 위기감이 컸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CCTV와 순찰로는 부족해요. 거주자와 건물주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특히 문단속은 범죄예방의 첫걸음이에요” 박 경사는 외부의 침입시도를 감지하면 반드시 소리를 내 사람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알리라고 충고한다. “대학가에는 귀중품이 없다는 것을 범인도 알기 때문에 굳이 침입이 힘들 것 같은 집에는 침입하지 않아요. 문이 잠겨있는데 사람까지 안에 있으면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침입자와 직접 대면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자가 ‘흉기를 든 가해자에게 육체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징역을 살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은 가해자를 옹호한다’는 속설에 대해 묻자 지구대 내에 있던 경찰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도한 상해를 입혔을 경우에 ‘민사상으로’ 책임을 질 수는 있지만 형사상으로는 물리적으로 대응했다고 처벌하지 않아요”

  하지만 박 경사는 물리적 대응에 법적 문제가 없어도 적극적인 대응 자체에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흉기를 든 상대에게 섣불리 대응하는 것은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경사는 직접적 대응보다는 ‘기지’를 발휘하라고 권했다. 범인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어주고 안심을 시킨 뒤 ‘물 한잔 마시라’며 물컵을 건네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이 그 예다. 박 경사는 이밖에도 범인의 키와 생김새를 유심히 기억하는 것도 범인을 잡는 데 큰 보탬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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