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슬프든 기쁘든 박물관 소장품 대부분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소장품이 모여 만들어진 박물관은 이 세상을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어떻게 한자리에 모였을까. 본교 박물관의 소장품 수집 경로를 알아봤다.

구입은 어떻게?
  본교 박물관은 매년 구입하고자 하는 소장품을 회의를 통해 정한다. 박물관 소장품 중 ‘어떤 연대의, 어떤 유형의 문화재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부족한 소장품에 대한 구체적인 구매 기획안을 작성한다. 기획안이 만들어지면 구매를 위해 박물관 직원들이 직접 나선다. 배성환 주임은 “구입 목적에 맞는 문화재를 찾기 위해 주로 인사동, 황학동 일대의 골동품 가게를 방문해 조사한다”고 말했다. 검증된 골동품 가게에서 구입하고자하는 문화재를 발견하면 조사를 거쳐 직접 박물관으로 가져와 면밀히 분석한 뒤 구입을 결정한다.

  이외에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국내 경매시장에는 도자, 미술품 등 상당한 가치를 지닌 문화재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가게를 찾아다니며 구입하는 것보다 단기간에 좀 더 효율적으로 원하는 문화재를 찾을 수 있다. 배성환 주임은 “국내에 문화재를 판매하는 경매시장이 굉장히 많다”며 “경매를 통한 구입은 입찰과정의 가격적인 문제로 구매를 신중히 결정한다”고 말했다.

  직접 판매를 하러 찾아오는 판매업자도 있다. 과거엔 도굴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문화재를 취득한 사람들이 판매를 하러와 곤란한 경우를 겪기도 했다. 한국대학박물관협회 김도형 회장은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나쁜 방법으로 문화재를 취득해 막무가내로 구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는 문화재를 일반적인 판매업자들은 허가를 받아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판매하는 사람들은 그 신원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에는 구입을 하지 않는다.

  가격협상은 박물관 직원들에게는 정말 피를 말리는 접전이 아닐 수 없다. 골동품 가게에서 문화재를 구입할 때 일반적으로 가게 주인이 일반인에게 파는 가격보다 낮게 파는 경우가 많다. 배성환 주임은 “기관에 판매할 때는 상대적으로 싸게 판다”며 “그럼에도 한정된 예산에 맞춰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며칠간 가격협상을 벌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 신중히 받아야 하는 기증
  자발적으로 자신이 소장한 문화재를 박물관에 기증해 훈훈한 광경을 만들어내는 기증문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문화재 기증은 구입보다도 훨씬 신중한 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기증자들은 박물관의 발전과 문화재 보존을 위해 기증한다. 그러나 검증받지 않은 기증자에게 받은 기증품이 후에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습득된 것으로 밝혀지면 박물관의 명예와 신뢰는 큰 타격을 입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박물관은 기증자 주변 인맥과 타 박물관에도 기증 요청의사를 밝혔는지 등 기증자에 대한 사전 조사를 철저히 진행한다. 기증자가 사례비를 원하면 판매가의 20% 미만에서 사례비도 지급하고 있다. 배성환 주임은 “가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개인 기증자들이 존재해 무조건적인 기증은 받지 않는다”며 “어떤 경로로 문화재를 소장하게 됐는지, 주변 박물관에서 기증의사를 밝혔다 거절당한 적은 없는지 등을 조사해본다”고 말했다.

  박물관에서 기증을 직접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지속적으로 예술작품을 생산해내는 예술작가들이 그 대상이다. 현대 미술관 개관 이후 현대예술작품 작가들에게 기증을 권유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현재 본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품은 2000점이 넘어 작품 수만 따졌을 대 국립미술관보다 많다. 배성환 주임은 “보관된 현대 미술 작품의 다수가 작가들에게 기증을 요청해 확보한 것들이다”며 “순회하며 전시해 모든 작가 분들의 작품이 전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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