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의 과도기를 겪는 대학생에게 사회적 지지망은 필요하다. 대학생을 위한 대표적인 사회적 지지망은 각 대학에 설립된 ‘학생상담센터’다. 본교 역시 안암캠퍼스 학생상담센터(센터장=이원규 교수)와 세종학생상담센터(센터장=이혜원 교수)가 설립돼 학생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맘 편히’ 고민을 터놓기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본교 학생상담센터를 중점적으로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의 문제를 알아봤다.

사진 | 송민지 기자 ssong@

평가기준이지만 의무는 아닌   
  국내 대학에 학생상담센터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62년. 이후 ‘학생생활연구소 설치령’에 따라 학생생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전국 대학에 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조직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학생상담센터 설립이 대학의 의무는 아니지만 한국대학평가원 대학기관평가인증의 평가지표에 ‘대학 구성원 영역의 학생 부문에서 학생상담체제 구축 및 운영’이란 지표가 포함돼 있어 대다수의 대학은 학생상담센터를 설립한 상태다. 이원규 센터장은 “학생상담센터는 학생들 정신건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한 명이라도 도움을 받는다면 학생상담센터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생활연구소 설치령’이 폐기되면서 사실상 학생상담센터 설립을 의무화하는 규정은 없어 설립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 서강대 학생생활상담연구소가 ‘대학생담소 운영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안명희 서강대 학생생활상담연구소 소장은 “대학 상담센터 역시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복지, 심리적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취업에 밀리는 대인관계 문제
  대학상담센터의 업무는 보통 교우관계, 선후배관계, 가족관계 등 대인관계 상담과 진로선택과 미래설계 등 취업상담으로 나뉜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대학상담센터의 현황(최윤미, 2012)’에 따르면 국내 대학상담센터는 취업과 경력개발에 관련된 상담에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이 논문에선 특히 건강서비스를 우선순위에 두는 미국 대학상담센터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2013년 1학기 세종학생상담센터에 방문한 학생들이 주요호소 문제란에 표기한 항목 중 ‘학업, 진로’는 26.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상민(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상담센터는 취직과 관련된 부분의 상담도 좋지만 학생들이 극단적, 부정적 사례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방법으로 해결 안 돼
  대학상담센터가 현재 운영하는 대인관계 상담 프로그램이 형식적이고 기술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본교 학생지원센터는 대인관계 상담과 관련해 현재 ‘집단상담’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집단 상담은 비슷한 고민을 가진 학생들과 상담자가 모여 8주 동안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집단상담은 특히 편안한 인간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대화기술, 자기주장방법, 분노표현 방법 등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긍정적으로 말하고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하는 등의 기술적인 부분 역시 자신을 숨기고 형식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수단”이라며 “이런 방법은 대인과의 문제를 감출 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색다른 시도로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대인관계 상담 프로그램도 있다. 건국대 학생상담센터가 진행하는 ‘또래상담자’ 프로그램과 세종학생상담센터가 진행하는 ‘그린나래 멘토링’은 학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또래와의 관계에 있어 고민하는 학생들이 고민 대상인 또래나 선후배와의 대화를 통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린나래 멘토링’에 참여한 한 학생은 “강연을 듣고 기술을 배우는 것 보다 선배와의 지속된 관계를 경험하는 게 실질적으로 더욱 도움이 됐다”며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서인지 고민이나 속 얘기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어서 든든했다”고 말했다.

예산과 인력부족의 문제도 있어
  예산과 인력부족은 현재 국내 대학상담센터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인이다. ‘대학생담소 운영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모두 ‘예산 부족’을 현 대학상담센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예산 부족은 학생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산 부족으로 상담원이 부족해져 제 때 상담 받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본교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한 학생들은 ‘긴 대기시간’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현재 본교 학생상담센터에 상담접수를 하면 평균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한 달의 기간이 소요된다. 본교 학생상담센터에 상담을 신청했던 이 모 씨는 “친구와의 관계 문제로 상담을 신청했지만 상담이 이뤄지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며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이용자였다면 한 달은 너무나 긴 시간이다”고 말했다. 
  부족한 예산은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하는 학생 수는 매년 느는 추세다. 본교 학생상담센터는 2011년도 이용자 총 8636명의 학생이 이용했고 세종학생상담센터는 1582명의 학생이 이용했다. 학생상담센터 김현정 연구교수는 “매년 학생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올해 이용자 수는 아직 집계하지 않았으나 2011년도보다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국상담심리센터는 전문 상담가는 3000여 명 당 1명꼴로 있어야 한다고 권장한다. 안암캠퍼스 재적인원은 2013년 기준 2만7000명이 넘지만 학생상담센터의 상담원은 4명뿐이다. 이원규 센터장은 “현재 학교에서도 이 문제를 받아들여 2014년도 학생상담센터의 예산 지원을 1억 원 정도 늘린 상태”라며 “현재 상담원 충원을 위해 모집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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