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의 학회가 사회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대학생의 학회도 사회 변화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대학생 학회의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본교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의 ‘자유홍보’ 게시판에서 대학생 학회 홍보 게시물을 검색해봤다. 11월 한 달 간 올라온 학회 회원 모집 글 36개 중 32개가 경영, 경제 실무 등 취업을 겨냥한 학회였다. 학회가 실전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자료에서 강조하는 경우도 많았다. 경영전략학회 MCC는 ‘현직에서 일하는 선배들이 강연을 통해 직업에 대한 정보와 조언을 해준다’고 홍보했다. 경영컨설팅학회 C-ESI는 이랜드와 산학협력을 맺어 이랜드 전략기획본부 인턴기회를 제공함을 알렸다. 실전마케팅공모전 학회 KUDOS는 학회의 공모전 수상경력을 홍보지 전면에 제시해 실전에 강한 학회임을 강조했다.

  대학생 학회가 순수 학문만 다루는 시대는 아니다. 사회에서 경영, 경제 전공의 수요가 많아지고 취업을 위해서 실무 지식이 중요해졌다. 학생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재 학회를 하는 대학생을 만나보았다.

  학생들은 최근 대학생 학회가 실무에 치우친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취업난을 몸소 겪어 조금이라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학내에서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본교 경영학과 내 학회 FES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시영(보과대 보건행정12) 씨는 “본래 철학 학회에 들어가 공부하고 싶었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취업에 도움이 될 경영학회를 선택했다”며 “학회에서 학문을 깊이 공부하기보다 경영학 이론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는 활동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본교 미디어학부 내 광고PR학회에 속해 있는 김종우(미디어13) 씨도 “딱딱한 지식보다는 실무를 배울 수 있어서 광고PR학회에 들어왔다”며 “꿈꾸는 직업을 맛보기로라도 경험할 수 있어 실무를 배우는 학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라 말했다. 학생들은 본인의 목표를 위해서 특정 학회를 지향하는 경향성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학과 공부를 위해서 학회에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전공하는 학문 분야를 깊게 배운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결국 학점을 위한 의도도 있었다. 교내 한문강독학회에서 공부하는 오주희(단국대 한문교육학11) 씨는 “전공수업을 미리 심층적으로 배울 수 있어서 학회에 들어왔다”며 “학문 탐구가 목적이 아니라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들어온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홍익경영연구학회 HI-BRAIN에서 공부하는 이다은(홍익대 경영학12) 씨도 “경영학을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어 학회에 참여했다”며 “단순히 학업이나 취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학회에 가입하는 학우들은 본인과 학회 모두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사회 흐름과 관계없이 학문적 호기심을 위해 학회에 가입해 공부하는 학생도 있었다. 교내 북한인권학회 LIBERTAS에 속해있는 좌혜은(사범대 체교11) 씨는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학회에 가입했다. 대학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고 싶다는 혜은 씨는 “학회 회원이 먼저 북한 인권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주 세미나를 통해 공부한다”며 “대학생들이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와 관련한 학회에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회도 결국 사람의 모임이기에 사람의 요구를 반영해 움직인다. 대학생 학회 내에서도 다양한 요구가 있고 학생들이 순수한 학문적 관심을 따라가기엔 취업의 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대학생 학회가 실무를 중시하는 경향도 우리 사회의 반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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