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국내에 학회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2013년 2월 기준 한국연구재단 KCI(Korea Citation Index) 시스템에 등록된 국내 학회 수는 총 3185개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이인규 한국통신학회 집행이사는 “최근 10년간 수많은 군소학회들이 세부분야 전공의 대표성을 주장하며 설립됐다”고 말했다.

  학회 수가 많아진 이유는 다양한 학회의 성격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현재로선 불필요해 보이는 학회도 있지만 한때는 필요성이 인정돼 설립됐다는 것이다. 이동환 한국초등교육학회 재무이사는 “지금은 연구의 필요성이 사라진 학문분야지만 관습이 이어져 존재하는 학회가 있는 반면, 시대의 필요성에 의해 연구자가 많아져 나타난 신생학회도 많다”고 말했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나라에선 외국 학회와의 교류에 언어적 제약이 있어 다양한 분야의 학회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발전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인규 한국통신학회 집행이사는 “같은 이유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내에도 학회 수가 많은 현상을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학회 수가 많아지면 한 학문 내의 세부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학문의 진화와 발전을 기존 학회가 따라가지 못해 이를 포괄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학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두희 경영대 학장은 “과거에 생긴 한류학회가 최근에 주목받는 것처럼 학회는 시장논리에 따라 사라지고 생성된다”며 “다양한 학회의 생성은 학자에게 여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동환 한국초등교육학회 재무이사는 “영문학의 경우 시대 상 고대, 중세, 현대로 분류할 수 있고, 장르로 소설, 시, 희곡으로 또 분류할 수 있다”며 “이를 모두 같은 분야로 보고 연구할 수 없으니 같은 학문분야라도 학회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학회를 설립해 주류와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 한 분야의 학회가 하나뿐일 경우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에 묻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시스템에 등록된 것에 기초함

  그럼에도 학계 내부에서는 학회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연구재단의 ‘국내학술지 현황분석을 통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교육학, 법학, 역사학, 경영학의 경우 학회 수가 100개 이상으로 타 학문분야에 비해 학회 수가 상당히 많다(표1 참조). 김소형 한국연구재단 연구원은 “한국○○학회, 한국○○과학회, 한국○○관리학회, 한국전략○○학회, 한국○○전략회의 등 동일한 학문분야임에도 다수의 유사 학회로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학회가 많아지니 학술대회와 학술지도 더불어 많아진다”고 말했다.

  3185개의 학회 중 절반은 영양가 없는 학회다. 동일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술대회 개최가 0건인 학회는 55%고 정기간행 학술지가 1건 미만인 학회 또한 48%다(표2 참조). 이남호(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교육부 자문위원이나 평가위원 등을 뽑는 과정에서 학회 임원을 우대한다”며 “모든 학자평가의 기준을 ‘등재학술지 게재 논문 수’로 하니 사람들이 여러 학회에 속하고자 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헌 대한금속재료학회 의원도 “학회 회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비해 학회 수는 적으니 새로운 학회를 설립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학문 연구를 주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술적으로 근거가 약한 학회가 증가하는 것이다.

  한 학문분야 내 학회가 많으니 인맥과 정보를 얻기 위해 학자 1인이 중복으로 속하는 학회 수도 자연스레 많아진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국내 학자 1인당 중복 가입한 국내 학회 수는 평균 5개 정도다(표3 참조). 김소형 한국연구재단 연구원은 “미국 학자들은 1인당 많아도 2, 3개의 학회가입에서 그친다”며 “동등한 비교는 무리지만 국내학회는 미국에 비해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 말했다. 학회에 중복 가입을 하면 학회 가입비와 회비도 중복으로 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이동환 한국초등교육학회 재무이사는 “학자들이 여러 학회에 가입해 경제적 부담이 많다”고 말했다. 학회 중복 가입은 학자들의 학회활동 효율성과 적극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인규 한국통신학회 집행이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분야별 적정 규모의 학회 수를 조절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학회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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