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학생에겐 사회 부조리에 맞서 적극적 개혁 요구에 앞장서는 일이 의무처럼 여겨졌다. 당시 기득권에 안주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대학생은 사회에 관심을 갖고 사회개혁을 위한 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면서 대학생의 개혁의식은 많이 약화되거나 방향을 달리했다. 그 방증으로 비(非)운동권 총학생회의 약진을 들 수 있다. 본교의 경우 2007년부터 2013년까지 5차례 비운동권(비권)을 표방한 총학생회가 당선됐다. 최근 2014년도 단과대 회장단 선본이 제시한 공약 역시 사회 참여보다 복지와 소통에 관한 공약이 대부분이었다. 비권 총학이 대두되는 현상과 대학생이 실제로 체감하는 대학생의 의식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비권 총학 등장과 높은 호응
  1960년 4월 18일 본교생이 이승만 정권 반대 시위를 벌인 뒤 11월 12일 학생 자치기구인 총학생회가 정식 발족됐다. 당시 총학은 박정희 독재 치하에서 반정부적 사회 운동을 주도했다. 안종근(법학과 64학번) 씨는 “1964년 6월 3일 김종필 당시 공화당 의장이 한일국교정상화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자 서울대, 연세대를 포함해 10여 개의 대학생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며 “군부 정권은 학생들을 탄압하기 위해 학내에 형사를 배치하고 정치적 발언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총학은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고 사회 운동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사회 참여적 총학이 학생사회 전체 의견 수렴보다 정치적 사안에 따라 자체 결정을 하면서 학생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기 시작했다. 이에 2007년과 2008년 ‘비운동권’을 기치로 내건 ‘고대공감대’가 당선됐다. 김 모(대학원·전기전자공학부) 씨는 “2005년 이건희 회장에 대한 명예철학 박사학위 수여를 반대하는 총학이 수여식 진입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일 당시, 학생들의 동의 없는 총학의 격한 사회 운동에 대해 학생 사회 내부에서 비판하는 시각이 점차 생겼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고대공감대’는 40대, 41대, 45대, 46대 총 4차례 당선됐고 43대 총학 역시 비운동권인 ‘2010소통시대’가 당선돼 최근 비권 총학이 높은 당선 빈도를 보이고 있다. 강 모(정경대 정외08) 씨는 “총학이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학생에게 꾸준히 설득하는데 실패해 학생 사회 내 사회 운동의 필요성이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성진(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총학과 학생 간 소통의 부재로 총학은 학생의 사회 참여적 성향을 과신했고 이를 바라보는 학생은 총학의 참여 운동에 대한 반대적 시각이 싹튼 것”이라며 “요새 학생은 사회 개혁보다 취업 등 개인적 경력에 관심이 큰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대학 사회는 어느새 사회참여 운동보다 문화복지 선택이 자연스럽다.
사진│송민지 기자 ssong@

학생 사회의 자기이익 지키기
  본교생 대다수는 학생 사회가 사회 참여보다 학생복지를 선호하는 경향을 띤다. 현상의 원인으로는 △경쟁 과열 사회 △시대적 변화 △기존 운동권 학생회의 문제 등이 제기된다. 최근 대학생은 치열한 경쟁 사회를 의식해 취업과 경력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강 모(정경대 정외09) 씨는 “과거의 학생 투쟁은 국가권력에 대항했는데 현재 학생 사회는 비정규직 강사 문제나 미화노동자 문제 등 자본권력에 대한 투쟁이 더 많다”며 “자본에 투쟁하다가 취업이나 장래에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회 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사회 발전과정에서 대학생의 사회 운동 필요성이 감소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세훈(자전13) 씨는 “과거엔 대학진학률이 낮아 대학생은 지식인으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지만 최근엔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이런 요구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과거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민주화 시대가 도래해 대학생의 사회 참여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장우영(대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같이 아직 민주화가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는 학생 사회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경쟁 사회 속에서 학생이 개별적 이익을 위해 사회 변화에 소극적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거 운동권 학생회가 학생 복지를 간과한 사회 운동만 강조했고 학생 전체의 의견 수렴 없이 학생회 운동을 진행한다는 불만이 일반 학생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김 모 씨는 “복지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학생들도 대학 내 복지를 찾게 돼 복지 공약을 중심으로 한 총학이 출연한 것”이라며 “2005년 이건희 회장의 학위수여 반대 운동 당시 학생들 호응이 크지 않았는데 독단적으로 시위하는 느낌을 받아 운동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었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의식변화는 이번 단과대 학생회 공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언석(공과대 건축08) 씨는 “최근 대학생 전반의 우경화 현상이 계속해서 확산되는 듯하다”라며 “단과대 학생회 공약 중 사회 참여를 내세운 곳이 정경대 밖에 없는 것도 대학생 자체의 우경화에 따라 학생회가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가 원하는 공약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47대 총학 공약, 상이한 시각
  제47대 안암총학 선거를 앞두고 비운동권의 고대공감대(고공) 선본과 ‘필요에 따라 정치 사안에 적극 개입한다’는 WE CAN(위캔) 선본의 공약 노선을 두고 본교생의 시각이 상이하다. 일부 학생은 고공은 학생복지 위주의 노선을 택하고 위캔은 사회 참여적 성격을 띤다고 인식한다. 권기우(공과대 건축13) 씨는 “고공과 위캔은 각각 복지와 사회운동을 강조하는 성격의 선본 같다”며 “당선된 선본은 운동권 혹은 비운동권이라는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고 국정원 시국선언과 같은 애매한 입장은 취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공과 위캔 모두 학생 복지를 중점에 둔 선본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박세원(공과대 기계12) 씨는 “위캔이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등록금 인하 문제, 학교예산 문제는 학생편의 문제로 복지를 내세우는 선본 같다”며 “학생 사회는 현시대에 사회 부조리에 대해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비판할 거의 유일한 조직이므로 총학이 사회 참여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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