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재활 훈련은 선수의 기초 체력을 향상하고 부상 확률을 낮춘다. 국내 대학 중 체육학과 36개교, 사회체육학과 26개교, 체육교육학과도 25개교가 개설돼 선수의 ‘무대’는 작지 않지만 훈련과 재활을 담당하는 트레이너는 부족하다. 수도권과 지방 체육 ‘강호’ 대학의 선수 트레이너 채용 현황을 중심으로 훈련관리 실태를 짚어봤다.

훈련 성과 극대화에 집중
  ‘선수 트레이너(Athlete Trainer)’는 일반적으로 △경기 전 테이핑과 스트레칭 △부상 선수 응급치료 △부상 선수 재활 등을 지원해 선수의 몸 상태를 관리한다. 또한 선수 트레이너는 훈련 시 선수의 자세를 교정해 최대한의 근력을 사용해 훈련에 임하도록 돕는다. 바른 자세로 근육을 단련해야 부상위험을 낮추고 기량을 향상할 수 있다. 박기호 트레이너(야구, 아이스하키 담당)는 선수의 몸을 공장에 비유했다. “선수들의 몸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구조라고 보면 된다”며 “항상 같은 패턴으로 근육을 움직여야 부상의 위험도 줄고 충분한 힘을 낼 수 있어 트레이너들이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아준다”고 말했다.

  고려대 트레이너들은 특히 ‘코어 트레이닝(Core Training)’을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이는 복부에서 엉덩이에 이르는 골반기저근, 복횡근, 다열근, 횡경막 등 4가지 대표적인 ‘코어 머슬(Core muscle)’을 강화하는 중요한 기본 훈련이다. 김호빈 수석 트레이너는 “복근은 모든 종목의 동작에 관련된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수요보다 부족한 트레이너

  현재 고려대는 선수 트레이너 3명이 170여 명인 5개 운동부 선수의 몸 관리와 훈련을 돕고 있다. 고려대의 트레이너 지원 상태는 운동부를 운영하는 국내 대학 중에선 좋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충분한 인력’이라고 보긴 힘들다. 박기호 트레이너는 “최소한 1개 부 당 1 트레이너 체제가 돼야 정상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다”며 “특히 선수가 재활하는 경우에는 1대1로 지도를 해야 하는데 현재는 하루에 한두 명 봐주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의 트레이너 채용 규모는 특기생을 선발해 운동부를 꾸리는 연세대(5개 부 150여 명 선수, 5 트레이너), 경희대(14개 부 250여 명 선수, 2 트레이너) 등과 비슷하다. 선수 트레이너가 없는 학교도 많다. 100여 명 이상의 큰 선수단을 운영하는 중앙대, 부산 동의대도 선수 트레이너가 없다.

  고려대 트레이너들은 훈련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복수 종목의 선수를 관리하다 보면 일정이 빡빡하다고 말한다. 3월에 인력이 한 명 충원돼 5개 부 2 트레이너 체제로 진행되던 작년에 비해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김호빈 수석 트레이너는 “종목당 트레이너가 최소 3명은 있어야 업무의 능률이 대폭 향상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5개 운동부 행정 주무 부처인 체육위원회는 트레이너 추가 확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체육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선수 트레이너를 추가 채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확답을 줄 수는 없지만 내년 3월경에 트레이너 한 명을 증원해 5개 부 4 트레이너 체제를 확충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지방 대학의 경우 체육특기생을 뽑아 운동부를 운영하면서도 선수 트레이너 채용에 회의적이다. 학과 교수가 충분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과 수업은 비 특기자 학생도 함께 수강해 특기자 학생의 경기 관련 교육을 수업 때 다루기 힘들다. ‘스포츠 생리학’을 강의하는 변용현(본교·체육교육학) 강사는 “운동선수의 훈련법은 최신 이론이 자주 바뀌는 추세”라며 “빠르게 추가·수정되는 최신 이론을 훈련에 대입하지 못하면 선수의 기량이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 지식 강화하는 수업 개설 필요
  고려대는 선수 트레이너가 사실상 ‘2년 비정규직’의 형태로 근무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트레이너가 2년 계약직으로 정규직 전환이나 재계약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었다. 관리하는 선수가 많아 선수의 신체적 능력을 파악하고 원활한 정서적 소통을 하는데 오래 걸려 잦은 트레이너 교체는 선수의 기량 발전을 저해한다. 김호빈 수석 트레이너는 “새로운 트레이너가 채용될 때마다 선수의 특성과 성격을 파악하는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효율적인 훈련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선수 트레이너 임용에 대한 대학 스포츠 유관단체 차원의 구체적인 채용 기준이나 권고사항이 마련된다면 대학의 트레이너 영입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운동부의 인력 배치는 학교 측의 고유권한이라 권고가 강제성을 띨 순 없어도 대학 입장에서 영입을 참고할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다. 대학체육회 학교생활체육팀 정성훈 과장은 “아마추어 학원 체육 유관기관인 대한체육회에서 대학의 선수 트레이너 채용에 대해 명시한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박기호 트레이너는 “명백한 채용 기준이 생긴다면 선수들이 운동하는 환경이 훨씬 좋아지게 될 것”이라며 “최근 축구에서 U-17(17세 이하)이나 U-14(14세 이하) 같은 청소년 팀에 트레이너를 1명씩 꼭 두게 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이 보이고 있어 앞으로 트레이너에 대한 중요도 인식이 좋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학생 스스로 훈련과 재활 관련 기본 지식을 깨우치도록 학과 커리큘럼을 강화하면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효과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학교 고유 권한인 운동부 관련 채용 및 예산 문제를 단기간에 극복할 순 없기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단일 종목별 수업과정이 일원화된 용인대 골프학과가 좋은 예다. 용인대는 특기자 학생만 모집하므로 비 특기자 학생도 입학하는 고려대가 용인대의 예를 그대로 적용하긴 힘들지만 특기자의 종목별 ‘실무 수업’을 강화하는 모델로는 참고할 만하다. 용인대 골프학과는 ‘골프코스디자인’ 등 골프에 특화된 수업을 진행해 종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기량 발전에 실질적 도움을 준다. 용인대 골프학과 조교 김경록 씨는 “용인대는 단일종목으로 한 과를 이뤄, 과 내에서 종목이 나뉘는 타 대학보다 전문적인 실무 교육이 가능해 타 대학 체육학과생 선수들보다 훈련 이해도를 높이기 쉽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호빈 수석 트레이너는 훈련이 어느 신체기관 향상에 도움이 되고 왜 필요한지 알고 훈련하는 것은 이를 모르고 훈련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빈 수석 트레이너는 “현재 본교에 개설된 ‘트레이닝방법론’, ‘스포츠생리학’ 과목 외에도 훈련과정이나, 응급처치 등 경기 내적인 부분에 특성화된 수업을 추가 편성해 해당 종목 선수가 이를 수강하게 하면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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