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최다희 전문기자

‘나 휴학 할까 말까?’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본 휴학. 휴학이 대학 커리큘럼의 필수코스처럼 자리 잡았다. 실제로 대학생 휴학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 조사결과(2012년 9월 기준)에 따르면 2012년 국내 4년제 대학생의 휴학 비율(휴학생/재적인원)은 29.5%다. 본교 역시 대학알리미(2013년 4월 기준)에 따르면 1년 간 36.7%의 휴학 비율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은 어떤 이유로 휴학을 결심하고 휴학 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유형별 휴학 원인
대학생은 크게 경제적, 개인적, 교육기관적 원인으로 휴학을 결심한다. ‘대학재학 기간의 휴학경험과 직장생활간의 관계’를 연구한 김현동(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구 논문에서 휴학 사유를 어학연수, 취업 및 진학 준비, 경제적 사유로 분류했다. 김현동 교수는 “한국 대학생의 휴학 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증가해 매년 30%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사유로 휴학하는 대학생은 학기마다 고액의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한다. 김도원(정경대 정외04) 씨는 “2009년 휴학 후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고액 알바, 신발 공장에서 신발 말리는 알바, 전단지 배부 알바 등을 했다”며 “등록금 준비와 집안 살림에 돈을 보탰다”고 말했다.

취미생활, 여행 등 평소 하고 싶은 일이나 어학연수 등을 위한 휴학은 개인적 원인으로 분류된다. 김유진(문과대 서문11) 씨는 “현재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 중”이라며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면 스페인에 남아 어학연수 활동과 해외여행을 위해 한 학기 휴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와 소위 ‘스펙 쌓기’도 개인적 사유에 속한다. 김유진(경영대 경영09) 씨는 “영어실력을 늘리고 해외인턴경험을 쌓기 위해 1년 반을 휴학했다”며 “기대치만큼 회사에서 얻은 게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나 학교에 재입학하기 위해 휴학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 최예지(춘천교대 영교12) 씨는 “학교가 비수도권이고 적성과 맞는 않는 학과여서 휴학 후 반수를 결심했다”며 “수능 공부와 논술 공부를 병행했지만 체계적인 휴학계획이 없어 실패했고 후회 중”이라고 말했다.

휴학 비율 낮은 이공계와 의대
이공계와 의대 학생은 인문사회계 학생들에 비해 휴학하는 비율이 낮다. 학과 특성 상 학업 교육과정이 1년 단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년 단위로 커리큘럼이 운영되는 학과는 휴학도 1년 단위로 해야 학업에 무리가 없다. 박지연(생명대 생명공학11) 씨는 “유전학1은 1학기에만 열리고 유전학2는 2학기에만 열린다”며 “이처럼 1년 단위로 끊어지는 과목들은 2부터 들으면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년마다 들어야 하는 과목이 빠듯하게 짜여 있는 의대생도 휴학을 잘 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진로가 정해져 있는 편인데다 재수, 삼수를 한 학생들이 많아 졸업 전까지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찬일(의과대 의예10) 씨는 “비록 지금은 포기하고 학과로 돌아갔지만 행정고시 준비를 위해 휴학을 했었다”며 “보통은 휴학을 잘 하지 않아 나는 특수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의대생은 군 입대도 인턴 수료 후 군의관으로 가려 해서 군 휴학율 또한 낮은 편이다.

또한 이공계는 인문사회계에 비해 진로가 정해져 있고 학과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 휴학을 당연시하지 않는다. 이공계 학생은 취업을 위한 추가적인 스펙이 아닌 반수나 전공 재탐색을 이유로 휴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턴 활동’은 인문사회계 학생들이 휴학을 하는 이유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이공계 학생들에겐 해당 사항이 아니다. 박지연(생명대 생명공학11) 씨는 “방학 때 한 달쯤 실험실 인턴을 하거나 학기 중에 학부 연구생이란 이름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이공계의 인턴”이라며 “인턴 때문에 휴학을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공계에서 휴학을 하는 학생 대부분은 학과와 적성이 맞지 않아 휴학을 하는 편이다. 본교 공과대 화공생명공학과를 자퇴한 김정현(남·26 세) 씨는 “뜻이 없어 휴학을 하고 뭘 하고 싶은지 생각했다”며 “결국 자퇴를 하고 PEET(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휴학 후 나태함 경계해야
학생의 휴학을 곁에서 지켜본 교수는 학생이 휴학 후 나태해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커리큘럼이 정해진 학교를 벗어나면 갑작스럽게 시간적 자유가 주어져진다. 윤호성(국민대 임산생명공학과09) 씨는 “휴학기간 중 많은 시간을 집에서 나태하게 보낸 것이 후회 된다”며 “목표를 막연히 길게 잡은 것이 원인”이라 말했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교수들은 구체적인 단기 목표를 설정할 것을 권한다. 한용진(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휴학 기간 중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계획표와 일기 혹은 자성록(自省錄)을 작성하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알찬 휴학을 돕기 위해 학교 당국과 교수가 도울 필요도 있다. 홍후조(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당국이 학생의 휴학 사유를 파악해 유형별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취업이 안 돼 휴학계를 내 막연히 졸업을 미루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백옥미 학적수업지원팀 과장은 “휴학신청 시 질병, 고시준비, 경제적 사유 등으로 휴학 이유를 구분하지만 성인인 대학생에게 휴학 이유와 대안을 행정 절차로 파악하는 것은 간섭이 될 수 있다”며 “휴학을 고민한다면 지도교수와 상의하는 것도 불필요한 휴학을 막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교 일반대학원은 휴학신청을 수기로 진행해 지도교수와 학생이 휴학신청 전에 면담시간을 갖는다. 지도교수 1명 당 학생 수가 적은 대학원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이는 불필요한 휴학을 막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학원학사지원팀 이정희 주임은 “휴학신청을 전산화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교수님들이 학생 한명 한명을 관리하도록 휴학신청을 수기로 진행하자고 요청하셨다”며 “전산 시스템과 수기 시스템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개정 필요한 육아 휴학
본교 대학원생은 2000년도부터 출산·육아 휴학을 인정받았고 학부생 역시 2014년도부터 적용될 개정안으로 육아 유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에 학부 남학생은 배제된 상태다. 반면 본교 대학원은 남녀 구분을 두지 않고 육아 휴학을 인정하고 있다. 대학원학사지원팀 이정희 주임은 “자녀 한 명당 최대 1년 출산·육아 휴학이 가능하다”며 “출산 휴학은 출산 증명서 제출이 필요하고 육아 휴학은 남녀 모두 별다른 서류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휴학 추세만큼 학생들의 경계심과 학교 당국의 대처 능력도 신속히 뒤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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