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연탄을 들고 꽃동네로 멀리 떠나야만 의미 있는 봉사일까. 이공대 후문에 위치한 ‘아름다운안암지역아동센터(센터)’는 올해 4월에 개원한 안암동의 새 이웃이다. 센터에는 2명의 복지사가 19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3일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로 복작이던 센터를 찾았다.

“찾아오시기 힘드셨죠?” 장남순 센터장의 인사말과 달리 센터는 이공대 후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기자가 도착했을 땐 19명의 아이들이 의젓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인기 많은 대학생 선생님 부족
센터의 아이들은 매일 학교 수업을 마치면 센터에서 다양한 자체 활동을 한다. 그 중 아동센터를 찾는 대학생 지원팀의 수업은 호응이 좋은 편이다. 대학생 봉사자마다 자신의 개성을 살려 수업을 진행해 다양한 수업이 이뤄진다. 장남순 센터장은 그 중에서도 예체능계 대학생이 가르쳤던 연극과 핸드벨 수업을 손꼽는다. 당시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은 다툼과 갈등도 겪었지만 연습을 거듭하며 갈등을 해소하는 법을 배웠다. 특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가 무대에 올라 멋지게 공연을 마쳤을 때를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한다. 

인기 많은 ‘대학생 선생님’은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특히 과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을 도와줄 이공계 학생이 절실하다. 이밖에도 독서, 음악, 외국어 등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 과목을 가르칠 학생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 “아이들은 언니, 오빠와 식사만 함께해도 좋아해요. 꼭 학습도우미가 아니라도 센터에 마련된 보드게임을 같이 즐겨도 좋고요.”센터가 주력하는 활동 중 하나는 센터 아동의 가정 계도다. 주의력 장애, 분노 조절 미숙 등의 문제는 아이와 가정이 함께 변해야 해결할 수 있다. 센터는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부모에겐 보건소 치료 프로그램을, 자식과의 소통이 서툰 아버지에겐 ‘좋은 아빠 교실’을 연결하며 가정의 근본적인 변화를 돕는다. 하지만 두 명의 복지사가 아이와 가정의 계도를 함께 진행하기엔 일손이 부족하다. 아이의 지도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봉사자는 센터에 큰 힘이 된다.

센터는 한국장학재단, 성북구청 등을 통해 대학생 봉사 인력을 수급 받는다. 하지만 대학생 봉사 인력을 오래 잡아두긴 힘들다. 학생의 평균 봉사기간이 2~3개월로 짧다. “봉사자에게 정을 붙이려 하면 봉사기간이 끝나 아이들이 새 선생님이 와도 따르지 않거나 소통하지 못할까 걱정돼요. 1학기 이상 아이들과 함께하며 봉사할 학생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린 저녁 식사와
핸드벨 수업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대놀이’
저녁 식사를 아이들과 함께 했다. 보쌈과 굴국 등 푸짐한 상이 나왔다. 하얀 콜라비를 무라고 생각한 아이들이 먹기를 주저하자 15살로 맏형격인 태경이가 먼저 한 입 크게 콜라비를 베어 물었다. 그제야 9살 창민이, 예인이도 조금씩 콜라비를 먹기 시작했다. 센터에서는 반찬을 골고루 먹도록 아이들을 지도해왔다. 맞벌이 등으로 부모가 직접 보살피기 어려운 아이에겐 균형 잡힌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태경이를 주축으로 낯선 음식을 먹게 하는 것도 그 간 센터가 진행한 노력의 결실이다.

모든 문제가 이처럼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이의 집중력을 기르고 분노를 조절하는 것은 복지사에겐 어려운 숙제다. 이 날도 밥을 먹다 13살 여학생과 태경이 사이에 작은 시비가 붙었다. 복지사들은 이럴 때 ‘고대놀이’를 이용한다. 고대놀이는 매주 주 1회 개별학습 후 진행되는 이공계 캠퍼스의 잔디밭과 애기능 도서관의 경치를 구경하는 일정이다. 고대놀이’는 산만한 아이들도 쥐죽은 듯 조용하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다. 8살 고은이는 애기능 언덕길을 맘껏 뛰논다. “센터에서는 아래층이 시끄러울까봐 뛰어놀지 못하는데 언니들과 맘껏 뛰어 놀아 좋아요!”

임대료 인상으로 밀려나는 센터
공간문제와 인력난 문제는 센터의 살림살이를 빠듯하게 한다. 센터는 본교 법인 소유 건물에 세를 내 4월에 개원했다. 하지만 22년간 고정됐던 임대료가 갑자기 상승해 인가 전부터 쓰던 2층의 넓은 공간 대신 4층의 교회와 공간을 함께 쓰게 됐다. 당장 2014년 2월에 성북구청이 실시할 시설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교회가 부담하는 두 복지사의 급여와 일부 활동비가 지원된다. 하지만 구청의 중간 점검에서 ‘부엌 등을 다른 시설과 공유하면 정확한 지출내역 등을 알 수 없어 지원금 지급이 불가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센터는 이전할 건물을 급히 알아보고 있다. 장남순 센터장은 건물 임대료 인하를 바란다. “22년 전부터 고려대가 지역 주민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간을 내 준 것은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꾀했기 때문이에요. 지역아동센터야말로 대학의 사회 환원에 걸맞은 공간인 만큼 임대료 인상 재고가 간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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