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벌써 누적 관객 수가 1억 명을 돌파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영화시장 전체에서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2년 58.8%에서 2013년도올해가 끝나지 않은 지금도 이미 60%를 달성해 전년도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시장의 호황에 가려진 다양성 영화시장의 그늘은 넓기만 하다.

부족한 상영관, 줄어드는 상영기회

다양성 영화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는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등 상업적인 목적의 영화가 아닌 나머지 비주류 영화를 통칭한다. 다양성 영화는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제안한 용어로 상업영화 이외의 영화들에 대한 정책적인 분류를 위해 쓰는 용어다. 다양성 영화시장은 2009년 개봉된 다큐멘터리(예술)영화 <워낭소리>의 폭발적인 반응이후로 호황을 맞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09년 이후로 관객 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2009년 추산 515만 명의 관객을 모은 다양성영화 시장은 2012년 약 15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해 4년 새 70% 정도 감소했다.

다양성 영화 내에서도 특히 저예산 독립영화들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독립영화 작품 수는 증가하지만 상영관의 수는 큰 변화가 없어 영화 1개당 상영기회는 오히려 줄었다. 2013년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슬-끝나지 않는 세월2>의 고혁진 프로듀서는 “이익이 되지 않는 독립영화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상영되더라도 상영 시간대가 관객들이 찾기 힘든 시간대에 배정된다”고 말했다. 상영되더라도 상영일수가 한 달 이상을 넘기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독립영화사에서 기적과 같은 존재인 <워낭소리>의 경우에도 상영 초기 입소문으로 1년간 이상의 상영일수를 보장받아 293만 관객을 모을 수 있었다. <워낭소리>의 경우 전 국민적 관심과 지지에 힘입어 더 오랜 기간 상영을 할 수 있었다. 고혁진 프로듀서는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는 2~3주 동안 상영된다”며 “어떤 계기에 의해 엄청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상 일반 독립영화가 한 달 이상의 상영일수를 얻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일반 복합상영관에서 상영이 어려운 다양성 영화를 위해 예술영화전용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본교 KU시네마트랩과 같은 예술영화전용관은 전국에 현재 총 39개가 운영되고 있다.

한국영화 의무상영제에 따라 극장은 365일 동안 영화를 상영하면 그 중 73일을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하는데 영진위 지정 상영관의 경우 219일 중 73일을 한국 다양성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진흥위 관계자는 “예술영화전용관은 한국 다양성 영화의 상영 비율을 늘려 한국 다양성 영화의 활성화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술영화전용관은 위 조건을 충족시키면 최대 200석 까지 좌석규모에 연동해 좌석 점유율의 6~10%의 운영지원 보조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한 해에 180~200개 정도의 독립영화들이 4~50개 남짓한 상영관에서 상영되다 보니 1편 당 상영일수는 자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독립영화전용관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원승환 이사는 “제작편수는 증가하는데 반해 상영관 수에는 변화가 없고, 해외 독립영화 수입은 많아지니 한국 독립영화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의 제작비 회수를 위해서라도 전용상영관의 개수를 확대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성이란 이름 뒤에 숨겨진 그늘
일각에선 ‘다양성 영화’라는 개념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다양성영화의 선정 기준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인정심사가 예술실험영화로 인정한 작품과 다양성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영화로 규정된다. 세부항목으로는 △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단편영화‧실험영화 등 시장 점유율 1% 이내인 영화형식의 작품 △직전 3개년 평균 기준 서울지역 시장점유율 1% 이내인 국가의 작품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배급지원 작품 △당 해년도 1% 미만의 스크린에서 개봉된 한국영화 등의 항목을 충족시키는 영화들이 다양성 영화로 분류된다. 결국 주류가 아닌 나머지 영화들을 모두 다양성 영화로 부르는 것이다.

이런 식의 구분이 마땅한 통계지표가 없는 독립영화시장 자체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원승환 이사는 “과거 <테이큰>, <13구역-얼티메이텀> 등 거대 제작비를 들인 상업영화들이 예술영화로 인정받아 다양성 영화에 분류된 적이 있었다”며 “이러한 분류는 소외된 독립영화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 내 비주류 영화의 상황을 잘 파악하기 위해선 구분되는 용어와 각 영화시장에 맞는 통계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영진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예산 규모가 있는 영화의 경우 개관 첫날 스크린 수가 200개 이상이 넘는 작품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양성 영화에 거대 주류자본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방편도 마련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MBC에서 제작한 ‘아마존의 눈물’, ‘북극의 눈물’과 KBS에서 제작한 ‘울지마 톤즈’ 등은 다양성 영화로 분류돼 있다. 거대 방송사가 만든 TV다큐멘터리는 ‘극장판’이라는 이름으로 확장돼 독립영화와 동등한 위치로 분류된다. ‘울지마 톤즈’와 ‘아마존의 눈물’은 현재 역대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에서 각각 13위와 33위를 기록하고 있다. 원승환 이사는 “일반적으로 TV다큐멘터리는 TV시장에서 판매가 된 것을 추가수익을 위해 재편집, 영화관에서 상영된다”며 “거대 방송사에서 만든 컨텐츠가 독립영화와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TV다큐멘터리의 확장판은 영진위 예술영화심사 소위원회의 심사과정을 거쳐 다양성 영화로 인정된다. 영화진흥위 국내진흥부 이현아 주무관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심사위원회 내부적으로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양성 영화지원에 나선 지자체
어려운 속사정에 지자체가 다양성 영화를 통한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경기도는 4월부터 지자체 중 최초로 다양성영화전용관(G-시네마) 9개 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로서는 다소 획기적인 다양성영화관 사업은 지역문화자원의 개발에 관심을 가진 경기도청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경기도 문화산업관 김나윤 주무관은 “지역 문화자원의 발전을 위해 사업을 실시하게 됐다”며 “6개월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해 현재까지 약 1만 2천명이 다양성영화관을 통해 영화를 접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도심형’과 ‘지역밀착형’의 두 방식으로 다양성영화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도심형은 일반적으로 도시지역에 있는 복합상영관에 다양성영화 전용 상영관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지역밀착형은 지방마다 존재하는 미디어센터와 박물관, 미술관 등에 상영관을 설치해 복합문화 시설로서의 역할을 강화시켰다. G-시네마는 사업시작 6개월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해 현재까지 약 1만 2천명의 관객을 모았다. 

경기도는 매달 1일부터 21일까지 공모를 받아 선정위원회에서 작품을 선정해 상영한다. 김나윤 주무관은 “영화종사자들이 경기도로 모여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영화산업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앞으로 매년 30편 이상의 작품을 개봉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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