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감독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로 어린시절의 기억에 갇혀 사는 개똥이라는 소외된 한 청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 영화 <개똥이>. 김병준(동서대 영화학과) 감독의 데뷔작인 개똥이는 대학생 감독으로는 2번째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계의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 영화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굳이 계기라고 한다면 내가 인생에서 처음 영화를 접한 순간이 지금 감독으로의 삶을 살게 해준 계기가 아니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 영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큼은 지금보다도 컸었다. 집에서 TV로 보던 영화가 너무 좋았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누가 만드는지조차 몰랐지만 그 컨텐츠가 주는 감동과 재미는 잊을 수 없다. 그런 막연한 관심이 나를 영화학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진학이후 영화는 카메라와 배우만으로는 만들어 질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 모든 것을 이끌어 하나의 예술로써 만들고 싶었고 감독에 대한 욕심이 더 커져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 <개똥이>에 무엇을 담아내고자 했나
“사실 담아낸 것이 특별한 소재나 어떤 철학이 담긴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수없이 많이 했다. 결국 가장 부담 없이,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나의 이야기’더라. <개똥이>는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더 극적이고 과장되게 제작한 것이다.

- 개똥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
“조금 모순적이라 할 수 있는데 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개똥이가 나와는 조금 다르다. 개똥이는 방치된 삶을 사는 인물이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재 아래 불우한 환경에서 살았다. 단지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하나만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온 거다. 개똥이는 ‘이런 마음조차도 없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까’는 궁금증에서 탄생하게 됐다.”

-제작비나 상영관 부족 등의 문제는 어떻게 극복했나
“제작비는 학교지원과 사비를 모아 해결했다. 솔직히 제작비나 상영관 등의 문제는 독립영화 감독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독립영화나 작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진 문제겠지만,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시나리오에 투자해줄 사람이 없고, 설사 영화가 만들어 진다고 해도 그것을 틀어줄 상영관이 없다는 것은 모든 작은 영화를 하는 감독들이 겪는 고통이다.”

- 한국 영화시장에서 독립영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화를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예술로서 인정하는 관객들이 많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영화들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독립영화들이 사회에서 공론화돼야 한다. 관객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영화를 통해 삶의 진리를 찾거나 예술적인 뭔가를 느끼는 관객들이 많아져야 한다. 또한 영화시장 구조적인 측면에서 제도적인 규제와 지원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독과점이 심하다. 일례로 대기업 영화관에서 다양성 영화를 상영해주는 극장들이 속속 생기고 있지만 자신들이 밀어주는 영화만 계속 틀어준다던지, 외국영화를 대거 수입해서 틀어주는 경우가 많다. 좀 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존재이유를 생각한다면
“영화의 역사는 겨우 100년이 조금 넘었다. 사람들이 돌도끼를 들고 다니던 시절에도 동굴벽화로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한 것처럼, 영화도 따지고 보면 무수하게 많은 감정 표현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는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진 다각적인 표현방법이다. 또한 미술이나 음악과 달리 그 표현 방식이 직선적이다. 그만큼 만드는 사람의 의도를 잘 전달 할 수 있는 것이 다양성 영화다. 그렇기에 대중성에 무게를 두는 상업영화에 비해 훨씬 순수하고 감성적이다.”

-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공부를 해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감독으로 영화사에 남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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