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해 동북아는 격변의 시기였다. 한중일 3국은 수장이 바뀐 채 한 해를 시작했고, 일본의 극우화,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다. 2013년 동북아 국가들의 외교전략과 이후를 기약하는 계획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중국·러시아·북한을 중심으로 2013년 동북아를 알아봤다.

일러스트 | 최다희 전문기자

중국의 비상(飛上)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 18기 삼중전회를 개최해 앞으로의 외교·안보·경제 전략을 논의했다. 주요하게 논의된 사항은 반부패와 경제정책심화다. 우선 반부패정책 심화를 통해 중국 내부 경제의 약점을 제거하고 기존 국가통제 생산방식 강화로 국제 사회에 막강한 경제력을 어필하겠다는 의도다. 피경훈 본교 중국학연구소 교수는 “후진타오 이래로 중국 외교의 모토가 된 돌돌핍인(咄咄逼人, 자신의 힘을 드러내 상대방을 압박하다)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가려는 중국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내치에 있어 시진핑 정부는 기존 중국의 보수적 가치를 그대로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터넷 통제, 언론 감시 등 정치적 영역은 물론 내수 진작, 수출 강화를 등의 경제적 영역까지도 포함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피 교수는 “시진핑은 태자당(太子黨) 출신답게 공청단(共靑團) 출신 후진타오보다 더욱 보수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G2’ 미국과 알력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중국과 미국이 서로에게 ‘켕기는’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쪽 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막대한 채권을 소유해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를 두고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어, 정치경제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미국의 기선을 잡으려 하고 있다. 반면 중국 내부에서는 중국이 ‘G2’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정치·경제·외교 분야에서 대국에 어울리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중국 내 산재하는 소수민족,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외부에게는 ‘G2’에 걸맞지 않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G2의 이미지를 앞세워 전략을 구사하지만 대내적으로는 내부의 모순을 안은 채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피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G2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중국이 압박감을 가지게 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적극적 외교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을 위시로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외교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 동안 러시아는 같은 공산권 출신 국가인 중국과 손을 잡고 미국에 대항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기존 러시아 영향권 국가들에 경제적으로 손을 뻗치기 시작하면서 중국을 저지하면서도 동아시아 외교에 관련해 중국의 방향을 따라가는 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푸틴 재취임 이후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에서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완석(한국외대 러시아어과) 교수는 “21세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떠오름에 따라 러시아 역시 이 지역에서 세력 확보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는 현실주의 외교노선을 취해 과거 소련시절의 경제적 실패와 국제적 고립을 극복하고자 한다. 러시아는 현재 자국의 이익에 맞으면 편승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하는 매우 현실적인 외교노선을 취하고 있다. 홍 교수는 “러시아의 신현실주의(New Realism)는 성장하는 경제적 역량과 국내 정치의 안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발전하는 러시아의 정치·경제를 언급했다. 홍 교수는 이러한 러시아의 전략은 이미 한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러시아의 적극적 외교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홍 교수는 “푸틴은 박근혜 정권 취임 이후 동북아 국가 수장 중 최초로 방한했다”고 방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푸틴의 방한은 러시아가 동북아, 특히 북핵문제를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최근 시리아 문제와 이란 핵 협상 타결 등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 러시아가 외교적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안고 한반도의 북핵 문제 중재를 자처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한국을 중국에 대항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홍 교수는 “러시아의 아시아 진출을 껄끄러워 하는 중국과는 달리 한국은 러시아와 별다른 영토, 국경 분쟁이 없기 때문에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러시아가 한국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한 문제 역시 푸틴이 남한과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 고무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홍 교수는 “최근 개성공단 복구와 나선항 문제 등의 남북한 외교적 사건들이 러시아가 남한을 신뢰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장성택 실각, 북한의 미래는?
4일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북한의 실질적 2인자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동북아 정세는 북한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은 중국이다. 장성택 부위원장이 북한 내 대표적인 개혁개방 지향파인 동시에 친중파였기 때문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 실각은 실질적 1인자설 등 때문에 김정은의 세력과시용으로 일어난 일일 수 있다”며 “중국은 김정은의 결정에 매우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그 동안은 중국과 장성택이 긴밀한 관계를 통해 북중 경제협력을 주도해왔으나, 장성택이 실각한 이상 북중 경제협상의 북한 측 주도권은 김정은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성택 실각은 중국과 북한의 혈맹(血盟)의식 약화를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2월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북한의 소위 ‘막나가는’ 행보 때문에 북한에 대한 협력·동맹을 약화시켰다.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5월 중국에서 푸대접을 받은 것이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기존의 행보를 계속 반복한다면, 중국은 북한과의 동맹을 점차 끊어나갈 것이다.

한편 북한은 계속되는 딜레마에 시달리고 있다. 개혁파인 박주봉을 총리로 등용해 경제개혁과 개방을 시도하려고 하나 부족한 인프라와 정권유지에 대한 위협이 걸리는 상황이고, 나라 문을 닫아두기에는 경제개발이 문제가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미국·일본·남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경제적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상태고, 중국은 3차 핵실험 이후 정상회담을 개최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갈등은 당분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북한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당분간 고심할 것”이라며 “하지만 경제와 군부 예산을 따로 편성하는 군부경제가 계속되는 이상 딜레마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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