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테리 교수

5일 ‘남북한과 미국: 통일에 대한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수미 테리(Sue Mi Terry, 한국이름 김수미) 콜롬비아대 국제관계학과 겸임조교수의 강연이 아세아문제연구소 3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 수미 교수는 CIA선임북한연구관 경험 등 미국 정부부처의 재직 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입장에서 본 남북한과 동북아의 외교·안보 문제, 통일에 대해 강연했다.

변하지 않는 북한
수미 교수는 산업화가 진행되어도 기아를 겪는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며 북한을 ‘유일무이한 나라’라고 평했다. 현재 북한은 타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벼랑 끝 전술’은 핵무기 개발을 통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최고조로 만든 후, 평화를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내는 북한의 대표적 외교 전략이다. 북한은 이 방법으로 정권을 유지했고, 지금까지도 한국과 미국에게 전술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수미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정치적 목적은 화해나 평화가 아닌 경제적 지원이다. 전후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경제성장을 한 남한과 경제체제가 붕괴한 북한이 경쟁구도에 있는 이상, 북한의 목적은 변하지 않는다. 수미 교수는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전략

수미 교수는 “미국은 북한을 제어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주기적으로 대북정책을 강화시켜왔다. 2002년 미국은 군 장비 시설 축소를 조건으로 약 180만 달러에 해당하는 식량을 북한에 보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과감한 조치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한 채 1994년 맺었던 핵 동결 협약을 깨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 칭하며 강경정책을 폈지만 미국 내부 여론의 비판으로 대화정책으로 선회했다. 이후 부시 정권은 북한과의 협상에 실패하고,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오바마 정권은 초반부터 유연한 자세로 북한에 대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국방장관과 함께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2007년 파행된 6자회담을 복구시키려 했다. 그러나 북한의 연이은 대남도발로 무산됐다. 이에 미국은 ‘전략적 인내’로 정책방향을 선회한다. 전략적 인내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의 핵심인 도발 후 보상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정책이다.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과 협력해 비핵화와 대북 협상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이 정책의 문제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도발 사이클 역시 없애기 힘들다. 수미 교수는 “미국 대북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기적 계획의 부재”라며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공동 장기계획을 세우기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 위해선 중국 역할 중요해

수미 교수는 통일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무력통일 시나리오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이 이판사판 격으로 남한이나 미국을 선제공격하는 시나리오 역시 정권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북한의 특성상 발생확률이 낮다. 때문에 미국은 흡수통일 시 주변 국가들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국가는 중국이다. 북한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유사시 북한정세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미 교수는 “미국은 중국 개입 시나리오를 이미 염두에 두고 있으며 개입의 정도가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이 주변국가와의 대화에서 집중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주권 국가로 자립할 수 있느냐다. 통일 한국이 탄생하든, 북한 자체가 완전한 독립성을 가진 국가로 성장하든, 주변국들은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동북아에 새로운 세력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과의 대화에 주력하고 있는다. 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가 일어나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북한에 혼란이 일어나도 북한 정권을 미국과 자신들의 완충지대로 설정하려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수미 교수는 “북한 급변사태는 동북아의 전환기”라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주요 국가 간 대화가 필요한데 중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미 교수는 “일본과 러시아의 역할은 중국에 비해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한미동맹에 대한 경제적 원조 이외에 북한에게 외교적 영향을 미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에 속해있긴 하지만 한중일 3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다고 설명한다. “일본과 한국의 협력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수미 교수는 “양국 간 뿌리 깊은 악감정이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통일 전략은 무엇일까. 수미 교수는 정책 사이의 균형과 통일 이후의 초기 성공을 들었다. 그녀는 “흡수통일 이후 전략에서 단기적 편리함과 장기적 재건 간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초기에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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