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 해에만 215권의 책을 본교 도서관에서 대출한 다독왕, 이영진(문과대 사학09)씨를 만나 그의 독서이야기를 들어봤다.

- 원래 독서를 즐기는 편인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세계문학전집을 사다주시는 등 주변에 책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됐고 한창 책에 빠졌을 때는 한번에 30만원 어치 책을 구매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경제적, 공간적 문제 때문에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편이다. 읽지는 않더라도 평소 2~3권의 책을 항상 들고 다닌다. 지금도 가방에 3권이 들어있다.”

- 본인의 독서습관에 대해 소개해 달라
“예전엔 소설책을 주로 읽었지만, 요즘엔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해 관련 서적을 여러 권 대출해 읽는다. 대출한 책 전부를 완독하는 것은 아니다. 목차와 서론을 읽고 필요하거나 관심이 가는 부분만 발췌해 읽는 책도 있다. 전체 분량 중 읽은 페이지 수는 책을 이해하는 것과 관계가 없다. 완독해도 작가의 뜻을 곡해할 수 있고, 일부만 발췌해 읽어도 해당 내용만 온전히 이해한다면 책을 충분히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선 마지막 4장 ‘자본주의 정신의 변질과 타락’ 구절만 온전히 이해했고 머리에 남았다. 이렇듯 전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해도 자신에게 꽂힌 구절이 하나라도 남으면 성공한 독서라고 할 수 있다.”

- 독서를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는가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SNS에 올리거나 공책에 기록한다. 군대에 있을 때에는 공책 5권을 채워 적기도 했다. 미리 적어놓은 구절들은 평소 레포트를 쓰거나 개인적인 글을 쓸 때 유용하게 사용한다.”

- 대출하는 책 말고도 구입하는 책이 따로 있는가
“1학년 땐 장학금으로 받은 220만 원을 책 사는데 모두 사용했다. 요즘엔 책을 구입하기 전에 책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지 따져보고 신중하게 구매한다.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두 세 번 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만 선별해 구입하다 보니 고전이 단골 구입서적이 되고 있다.”

- 책을 읽고는 싶지만 시간이 없다는 학생이 많다
“정약용은 ‘여가가 생긴 뒤에 책을 읽으려 한다면 결코 책을 읽을 기회가 없을 것’ 이라고 했다. 책은 계획을 세워 시간을 마련해 읽어야 된다. 또한 책은 읽고 싶은 순간 망설이지 말고 바로 책을 펴서 읽어야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읽는 것도 좋다.
책을 어렵게 대하지 마라. 책을 읽을 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읽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해 안 되면 그것을 인정하고, 읽는 과정을 계속해 해당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 실마리를 제공할 내용을 찾으면 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인접 도서로 독서 영역을 확대할 수도 있다.”

- 방학동안 독서 계획이 있다면
“현재까지 해오던 교내 독서모임을 방학 때에도 계속할 예정이다. 여름 방학엔 <국부론>, <종의 기원> 등을 읽었는데 겨울엔 로마사에 대한 책을 읽을 예정이다. 또한 사학과에서 진행되는 ‘사기’강독 수업도 들을 예정이다.”

- 독서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책을 읽으면서 ‘책의 해석과 의미에 파악에 있어 정해진 답이 없다’ 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보통 칸트, 헤겔 등이 쓴 책은 어렵다며 경계심을 갖고 접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읽어보면 ‘이 구절은 실망스러운데’, ‘여기는 설명이 불충분한데’ 하는 부분이 있다. 어느 순간 이해를 하며 깨달음을 얻는 순간도 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각기 다른 새로운 것을 알아가며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기존에 인지하고 있는 책이나 작가에 대한 이미지나 고정관념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읽기 전에는 그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절대 알지 못한다’ 는 것을 독서를 통해 알게 됐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