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학칙 전부개정안’이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명순구 교무처장은 “본교 학칙은 지금까지 필요에 따라 1년에도 수차례 개정되어 전체적인 체계와 내용이 너무 복잡했다”며 “학칙에서 세부내용을 분리해 상위법으로서 학칙의 체계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2012년 4월부터 기초 작업에 들어간 학칙개정 작업은 2013년 12월 30일 법인이사회를 통과해 실질적으로 모든 과정을 마쳤다. 교무처 학적수업지원팀 김귀숙 과장은 “개정안의 문장과 내용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1월 말까지 모든 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생들 사이에 논란이 된 사안과 주요 신설 항목을 살펴봤다.

 수강신청 과목포기제도 폐지
 수강신청 과목포기제도가 폐지돼 학생들은 이제 개강 5주차에 수강신청 과목을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 학교 측은 △정확한 수강인원 예측 불가능 △학사 운영의 혼란 등을 제도 폐지 이유로 밝혔다. 김귀숙 과장은 “제도 폐지의 대안으로 수강신청 정정기간을 1주일 늦춰 학생들이 과목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늘렸다”며 “개강 첫 주 수업을 내실화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4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 정정기간은 3월 둘째 주(11~14일)로, 예년보다 약 1주 늦춰진다.
 대안에 관한 학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목선회(문과대 사회12) 씨는 “주 1회 수업인 경우 정정기간 안에 수업을 판단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과목 포기를 막기 위한 적절한 대안”이라고 답했다. 반면 김현수(자전 경영09) 씨는 “대안을 실시했을 때 정정기간에 들어온 학생들은 수업진도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명순구 처장은 “제도 폐지에 따른 문제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수강신청 정정이 줄어들 수 있게 과목에 대한 사전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성적 관련 제도
 학칙 개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교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서 가장 많이 논란이 됐던 조항은 △재수강제도 변경 △F등급 교과목 표기 △취득학점 포기제도 폐지다. 재수강제도는 재수강 여부를 성적표에 R(Retake)로 표기하고 3수강부터 최고 학점을 B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또한 대외용 성적증명서에는 표기되지 않던 F등급이 NA(Not Applicable)로 표기되며, 이전에는 6학점까지 가능했던 취득학점 포기제도 역시 폐지된다. 
 위 조항들은 ‘2014년 1학기 이수한 교과목’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소급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된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현직(문과대 사회13)씨는 “삼수강의 최고 학점을 B로 두는 것은 실질적으로 재수강 횟수를 제한한 것”이라며 “재수강 여부는 개인의 노력과 선택의 문제인데 굳이 횟수에 따른 학점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운영위원회(위원장=최종운, 중운위)는 “학생들이 재수강을 하는 이유는 취업의 어려움 때문”이라며 “이번 학칙 개정은 학점 인플레를 사회구조가 아닌 학생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불합리한 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명 처장은 “학점 인플레 근절 여부를 떠나 학생들이 들은 수업과 결과를 기록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당연하다”며 “‘정직’이 교육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신설 항목과 설계전공의 실효화
 신설 항목에는 △재학연한 부활 △학생설계전공 현실화 △임신·출산·육아휴학 및 창업휴학 등이 있다. 재학연한은 졸업을 위해 허용된 최장기간으로서, 2004년 학칙에서 삭제됐었지만 학사운영의 엄정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부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학연한은 수업연한의 2배다. 따라서 기본 수업연한이 4년 과정인 대부분의 학과 학생들은 8년까지만 학교를 다닐 수 있다. 명순구 처장은 “학사과정을 마쳤지만 졸업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재학생으로 분류된다”며 “이 때문에 재학생 대비 교수 충원율이 현격히 떨어져 학교 평가 지표에 불이익을 받는 문제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허예진(사범대 영교11)씨는 “대학생의 경우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는 시기인데, 졸업정도는 개인의 자유에 맡겨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설계전공은 학생이 제 2전공을 직접 설계하여 이수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는 기존 학칙에도 명시돼 있었지만 실효성 있게 활용되지 못했다. 명순구 교무처장은 “학생설계전공의 현실화는 교무처의 역점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소속 학과와 상관없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하겠다”며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전공의 품질 관리를 확실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설계전공과 관련된 세부 사항은 1월 말에 검토가 끝나는 학사운영규정에 실릴 예정이다.
 한편 임신·출산·육아휴학 및 창업휴학은 특별휴학으로 분류돼 기존의 일반휴학 제한 기간(6학기)과는 별로도 계산된다. 임신·출산·육아휴학을 통틀어서 2년, 창업휴학도 2년까지 가능하며 남성도 육아휴학의 대상에 포함된다. 특별휴학에 대해 학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재현(자전13) 씨는 “기존의 휴학제도에 비해 다양한 처지의 사람들을 고려한 세심한 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글|송민지‧이종은 기자 news@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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