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하늘에는 학교운동장의 왁자지껄함이 제일 어울린다. 이런 즐거운 소란이라도  태풍‘매미’로 할퀸 국민들의 마음이 쉽게 위로받지 못할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모로 고달픈 국내 상황에서 미국의 한국군 이라크파병 요구는 정말 지나쳐 보인다.

이 요구를 놓고 한미동맹관계나 외교적인 이해관계를 고려한 파병동의 의견이나 이라크전의 부당성을 근거로 한 파병반대론, 게다가 타협책으로서의 비전투병 대체파병론 등 다양한 견해가 제기된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요구도 40년전인 1964년 비전투병의 파병으로 시작돼 전사자 4,624명, 부상자 1만5천명을 낳은 베트남전의 비극을 되풀이하는 초입처럼 보인다. 

정부당국은 주체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다짐하며 이라크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정부조사단을 파견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잘 알려진 대로 부시 미대통령은 이미 종전을 선언했지만, 전쟁기간 이상의 미군희생자는 계속 발생하고, 이라크 국민의 미국에 대한 적개심은 미군 스스로 테러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인정할 지경이다. 더욱이 아직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은 확인되지 않았고, 미국의 이라크 점령상황만이 지속되는 형국이다.

정부는 대이라크 파병 결정에 있어서 지난 봄과 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듯 이라크 파병여부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의 도출이 국론의 분열이라고 여길 필요는 없다. 월드컵에서 한국팀 응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 같은 국가사안에 단시일내에 일치단결한 의견을 낸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도리어 다양한 의견과 관점, 또 거기에 또 따른 반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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