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한국을 가장 뜨겁게 달군 구절은 ‘안녕들하십니까’가 아닐까. ‘안녕들하십니까’는 이제 조직적인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본교를 포함한 전국의 여러 학교, 지역, 사회단체 등에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안녕들하십니까’ 모임을 조직하고 있다. 본지는 전국 단위의 ‘안녕들하십니까’ 네트워크를 연결하기 위해 서울과 지방을 오르내리는 강태경(문과대 철학07), 조현재(성균관대 노문08), 윤형원(한국외대 중국학부09) 씨를 만나 ‘안녕들하십니까’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이지민 기자 mint@kunews.ac.kr
  - '안녕들하십니까’ 단체의 향후 활동 계획은
강태경
│“여러 단체들에서 열리는 행사들에 참여해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묶고 있다. 작은 목소리들을 듣고 공유하면서 커다란 생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하나의 큰 흐름이다. 그리고 중심적인 두 개의 팀이 있는데 행사를 기획하는 기획팀과 책을 출판하는 출판팀이다. 출판팀에서 만들어진 책은 전국에 있는 대자보들을 엮어 출판할 예정이다. 이는 지금 현상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고 차후에 ‘안녕들하십니까’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될 것이다.”
조현재│“출판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15일까지 거의 150여 장의 자보가 수합됐다. 자보를 모으면서 지속적으로 편집하고, 출판사와 논의중이다. 아직 시작 단계여서 팀원사비로 준비가 이뤄지고 있지만 조만간 소셜펀치(social funch) 등을 이용해 모금을 진행할 생각이다.”
윤형원│“기획팀의 팀장을 맡고 있다. 아직 정확한 행사 내용이나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2월 말쯤 전국 ‘안녕들하십니까’를 묶는 대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기획팀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거나 실무적으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자원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더 모집할 계획이다.”

 - ‘안녕들하십니까’가 지속될 수 있을까
강태경
│“분명히 얘기하기는 어렵다. 한국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들을 논의하는 과정이 유지돼야만 활동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흐름상 쉽게 끝나진 않을 것 같다.”

 - ‘안녕하십니까’의 활동이 대학생 현실 참여에 미칠 영향은
강태경
│“대자보를 썼던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것이고, 대자보를 썼던 대학생들이 취업을 할 것이다. 각자의 공간에서 최소한 지금 이대로는 문제가 있다는 고민을 가지고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당장 사회가 변화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안녕들하십니까’를 통해 논의했던 것처럼 앞으로 자기 공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진짜 민주주의 정치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조현재│“대학에는 아직까지 정치를 멀리하거나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이 장기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깨는 기회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형원│“앞으로의 영향력을 묻는 것이라면,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안녕들하십니까’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구성원들은 대부분 기존의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안녕들하십니까’가 원래 학생운동 등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들은 많이 포섭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지속된다면 안타깝지만 ‘안녕들하십니까’가 일시적인 단체로 끝날 수도 있다고 본다.”

 - 직접 체감하는 대자보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강태경
│“크다. 대자보는 공개적인 글쓰기인 만큼 작성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새로운 대자보들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그것을 읽었을 때 지금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페이스북 메시지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에 참여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대한 고민이 심하게 억눌려왔었고 그 생각이 지금에서야 분출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현재│“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대자보의 영향력은 세계적 관심을 들 수 있다. BBC, NHK,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즈 등 여러 외신기자들의 취재가 이어지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 단체에서도 모두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행사들이 산발적으로, 자발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사실도 그 영향력을 체감케 한다.”

- 2010년의 김예슬 선언과 많이 비교되고 있다는데
강태경
│“김예슬 선언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본다. 자보를 쓰는 것까지는 따라할 수 있어도 자퇴를 따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김예슬 선언은 사람들에게 ‘왜 대학에 다녀야 하는가’하는 고민거리를 주었음에도 사람들을 직접 모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안녕들하십니까’의 경우, 그 물음에 대한 답이라는 형식만 정해져 있고 내용은 자기의 이야기로 채울 수 있다. 모두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어려워도 자기가 인지한 문제에 대해 발화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나아가 사람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연대도 이뤄지고 있다.”
 
- ‘안녕들하십니까’가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조현재
│“사람들이 보통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주어가 보통 대통령, 정부, 여당 등이다. 그러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내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정치 속에서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윤형원│“청년들이 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꼽고싶다. 그동안 취업, 개인주의적인 성향, 자기 계발 등으로 정치에 무관심하다 인식됐던 20대가 현실에서 자기 이름을 내걸고대자보를 붙이고 기성세대로부터도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냈다. 기성세대도 고민해왔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함으로써 그들 역시 ‘안녕하지 못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도록 유도했다고 생각한다."

 - ‘이석기 내란 음모’ 등을 주장하는 대자보도 소수 게재됐다
강태경
│“쓸 내용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의 대자보가 등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대자보가 소수였던 것은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어서다. ‘철도 민영화’나 ‘밀양 송전탑’을 안녕하지 못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석기 내란 음모 등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보다 덜 보도됐다고 본다. 하지만 어떠한 내용이든 대자보를 보내면 책에 모두 실을 예정이다. 책 출판은 현상, 그 자체를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 ‘안녕들하십니까’ 단체는 어떻게 구성됐는가
강태경
│“만들었다기보다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각 학교와 지역, 주제에 따라 개별적인‘안녕들하십니까’ 단체들이 생겨났고 규모가 계속해서 커져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단체들은 구체적인 공간에서 발생된 대자보들은 자체적으로 모우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특정한 목적이 ‘안녕들하십니까’ 단체를 창설한 것이 아니라 개별자들의 발언이 충분히 관철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었다고 본다.”
윤형원│“어떠한 주제든 관계없이 그동안 억눌려서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들을 나누기 위해 구성된 것 같다. 하나의 독립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모였다기보다 여러 가치와 목적이 혼합됐다. 그것이 ‘안녕들하십니까’ 단체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며 이 단체가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본다. 그래서 ‘안녕들하십니까’는 피라미드 형식대신 각 단위별 네트워크들이 위계질서 없이 존재하고 모두가 연대하기 위한 중심이 있다. 네트워크 단위로 논의된 내용을 중심 ‘안녕들하십니까’에서 공유하고 새롭게 결정된 것이 있으면 다시 네트워크로 갈라져 활동을 한다. 그래서 의사결정기구는 있지만 명확한 리더는 없다.”

 -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이 젊은 층에 집중돼 있고 지식인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다
강태경
│“젊은 층이 주어진 시간이 기성세대보다 길기 때문에 사회가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을 더 자주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직장인, 노동자,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는데, 수합된 청소년들의 자보가 전체 자보의 10% 이상이었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다는 안정감이 사회 상황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 더 쉬운 환경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라고 본다.”
윤형원│“동의한다. 젊은 층이 중심이 된다는 것은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넘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사회생활의 경험이 없어 현실감각이 부족한 면도 있다. 경제적인 면도 문제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에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애로사항이 있다. 결정적으로 젊은 층만 가지고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거나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성세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네트워크가 생기기를 개인적으로 희망한다. 이런 네트워크가 생기면 젊은 세대의 약점을 보완하면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안녕들하십니까’라는 구절 자체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데
강태경
│“‘안녕들하십니까’와 대조할 만한 문구로 ‘부자되세요’가떠오른다. ‘부자되세요’라는 인사는 오랜 기간 유행했었다. ‘안녕들하십니까’로 그 유행이 옮겨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질문은 진짜로 안녕한지 묻는 어투다. 이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노력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기 시작했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가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진정 안녕하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정말 이대로 살아도 안녕한 것인지 등의 고민이 녹아있다. 좋은 유행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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