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언어로 공감 이끌어

박용우(사범대 역교09) 씨는 사회 문제에 수동적인 대학생들을 질책하고 명령하는 어조의 기존 대자보에 비해 안부를 묻는 듯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쉽게 공감되고 이해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이터일렉션 정치연구소 최요한 소장은 “내 목소리를 들으라는 식의 ‘주장’이 아닌, 안녕들하시냐는 ‘질문’ 자체에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연대하자는 의미가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사회구조적 문제로 시선 돌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에서 빚어지는 문제로 인해 자신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가지면서 ‘안녕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대중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고쳐나가야 한다는 실천적이고 행동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확장성에 한계 있어
 

일각에서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의 확산 양상이 청년층과 지식인 중심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대자보가 게재된 당시 동우여고에 재학 중이었던 여소희(여·20) 씨는 “인터넷을 통해 우리 고등학교의 대자보를 처음 접했다”며 “현실 사회의 문제에 무관심했던 생활태도에 대한 반성과 행동으로 움직이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요한 소장은 “젊은 층은 군부독재정권, 권위주의 독재정권과는 다른 사회화 과정을 거쳐 안녕들 하시냐는 질문에 과감하게 응답을 하는 반면 기성세대에는 오히려 움츠러드는 있는 편이다”고 말했다.

 정치적 무력감을 맞이할 수도
 

개인 페이스북에 “대자보 열풍이 뜨거운 냄비가 돼선 안 된다”는 글을 남긴 이규빈(문과대 철학12) 씨는 “몇 년 만에 대학가에 찾아온 ‘안녕들하십니까’열풍이 짧은 시일 내에 식어버린다면 정치적, 사회적 무관심의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안녕하지 못함을 알면서도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삶으로 귀결될 위험도 높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안녕들하십니까’를 통해 교환되는 목소리가 한국 정치 현실에까지 전달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정의론’ 차원의 접근법이 제시된다. 본교 정대후문에 대자보를 작성한 강태경(문과대 철학07) 씨는 “이념이 그동안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 표명을 억눌러왔던 프레임 중 하나였다"며 “실제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이념과 관계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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