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교우회(회장=주선회)가 주최한 ‘제1회 고려대 교우회 학술상’ 수상자로 김문조(문과대 사회학과) 교수와 이철의(이과대 물리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6일 교우회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주선회 교우회장, 김병철 총장을 비롯해 500여 명의 교우와 학내외 인사가 참가했다. 이날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3000만 원이 수여됐다. 주선회 교우회장은 “국내 대학 동창회 사상 처음이라 할 수 있는 이 상의 제정을 통해 모교의 연구역량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음의 고향인 고려대 식구들로부터 인정받아 기쁘다”고 말한 김문조 교수와 “학술상을 개인의 공적에 대한 인정보단 고려대의 학문적 도약에 대한 기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이철의 교수를 만나 수상 소감을 들었다.

 김문조 교수 인터뷰
▲ 김문조 교수. 사진│이수빈 기자 lion@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김문조 교수의 연구실은 빽빽이 자리한 서적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자를 맞이한 김 교수는 “연구실이 조금 더럽죠. 자리를 옮기죠”라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제 1회 학술상 수상이 자신에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운을 뗐다. “제 평생직장인 고려대의 식구들,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선 노벨상을 받은 것처럼 기쁘죠. 반면 저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분들도 많은데 제가 1회 수상자가 됐다는 게 송구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김 교수는 ‘융합’을 향후 사회 발전을 전망할 수 있는 이해의 틀로 제시해왔다. “지금은 정보사회인데 그 이후 사회의 성격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해 많은 학자가 텔레코즘(새로운 통신 기술이 만들어 내는 세계), 공감의 시대 등의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저는 이를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풀어 봤습니다.” 김 교수의 저서 <융합문명론>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는 사건과 행동들이 분화나 전문화 과정을 거쳐 잘게 나뉜 ‘분할의 과정’이었으나 분할의 힘이 최근에는 ‘융합’적 힘으로 대체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네트워킹 기술과 합류하여 소통양식의 혁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화중에 계속 겸손을 강조했다. “본교 사회학과는 문과대 중에서도 꽤 큰 과이고 50년이나 됐기 때문에 자부심이 큽니다. 그런데 그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학과가 ‘사회란 무엇이다’라고 정의하는 권력을 행사하면서 제멋대로 사회를 재단하면 안 되기에 어느 학문보다도 학문적 겸손이 요구됩니다.” 학문에 정진하며 힘들었던 점에 대해 말할 때도 겸손을 되풀이했다. “학자들이 제일 극복하기 힘든 유혹이 하나 있어요. 교수는 상대적으로 금력이나 권력에 대한 욕망은 쉽게 뿌리칠 수 있어요. 하지만 가장 뿌리치기 힘든 게 명성이나 명망이라고 생각해요. 결과로서 명망을 얻는 건 괜찮지만 명망을 얻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되겠죠.”

 
▲ 이철의 교수. 사진│이수빈 기자 lion@
이철의 교수 인터뷰
  이철의 교수의 주요 논문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단연 ‘탄소 자석’이다. 2006년 물리학계의 저명잡지 <Physical Review Letters>에 탄소 자석과 관련한 첫 논문을 발표한 이 교수는 2013년 11월에도 ‘풀러린(fullerene)’ 자석의 존재를 실험으로 입증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풀러린이란, 다이아몬드나 숯처럼 탄소만으로 이루어진 물질로, 탄소 60개가 모여 지름 10억분의 1m인 축구공 모양을 이룬 구조를 말한다. “연필심 같은 탄소 물질은 보통 자성이 없습니다. 이런 탄소 물질에 적당한 처리를 해 자석의 성질을 갖게 한 것이 탄소 자석입니다. 지구가 세상에서 가장 큰 자석이라면 풀러린 자석은 가장 작은 자석입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연구실 학생들에게 고맙다며 소감을 전했다. “연구실 학생들이 열심히 연구해줘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또, 가르치는 게 배우는 거라고 하듯, 수업을 열심히 들어주고 좋은 질문을 해주며 자극을 준 학생들에게도 감사합니다.”

 현재 이 교수는 탄소 자석의 세기를 향상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연구는 기존의 탄소 자석 연구의 연장선에 있어요. 유연성이 낮고 무거운 금속 자석에 비해 탄소 자석은 더 가볍고 친환경적이면서도 단단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철 자석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탄소 자석은 세기가 철 자석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실용화를 위해 획기적으로 자석의 세기를 향상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꿈의 프로젝트’라며 필생의 과제로 ‘상온에서의 초전도체 발견’을 꼽았다. “인류 과학역사의 꿈 중 하나가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발견하는 것이에요. 학계에서는 의외의 물질인 탄소에서 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발견하고 구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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