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은 126주년 ‘여성의 날’이었다. 여성의 참정권 요구 운동에서 시작된 이 날은 여성의 참정권이 이미 보장된 오늘날에는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여성의 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본지는 여성주의 운동을 하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학생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주의에 대해 물었다. 좌담에는 △고희경 석순 편집위원 △김문주 문과대 학생회 여성국원 △노혜진 고대문화 편집국장 겸 철학과 새터주체 △이산 역사교육과 학생회 여성부원이 참석했다.

▲ 사진|이지민 기자 mint@
- 현재 여성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고희경|“여성주의는 우선 기존의 사회가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적인 사회라는 구조적 문제를 밝히고 그 안에 여성, 남성까지도 어떤 피해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아가야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여성과 남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성정체성이나 인종, 계급 등에 존재하는 권력의 차이를 고발하고 그에 대항해서 싸우는 이론인 것 같다.”
김문주|“여성주의는 여성뿐만 아니라 장애인, 근로자, 성소수자 등 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라 생각한다. 물론 여성주의니 만큼 그 중에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여성’이다.”
노혜진|“여성주의의 기본은 여성 해방이다.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여성이 억압받고 있고 불평등한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꼴페미’를 비롯해 여성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산|“지금까지도 여성주의가 무엇인지 스스로 모르는 상태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처음에는 모르는 상태가 굉장히 불안정하고 완벽하지 못한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여성주의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고 불편을 정의내리는 도구여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 말을 듣고 위안도 받고 여성주의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 처음 여성주의를 접하게 된 계기는
김문주|“문과대 학생회를 하면서 여성주의를 접했다. 처음에는 그저 ‘선배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가 궁금했다. 매주 회의 때마다 여성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행사들을 함께 하면서 여성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이산|“대학 입학 이후 학과 세미나에 참석해 여성주의를 접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이전에 들어보긴 했지만 여성주의라는 단어는 공개강의 여성주의 세미나 모집 자보를 통해 접하게 됐다.”

- 처음에 여성주의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지
김문주|“선배들이 바로 페미니즘에 대한 이론을 보여준 게 아니라 현실적인 사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했다. 직장 내, 가정 내에 존재하는 차별을 제시하고 그런 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는지 대화를 나눠 거부감이 없었다.”
노혜진|“거부감이라기보다는 의아함이 있었다. 대학에서 이런 얘길 하는 것이 신기했고 여성주의를 기조로 하는 학생회가 새터에서 보여준 성폭행 방지 프로그램도 새로웠다.”

- 여성주의 활동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무엇인지
고희경|“내부적으로는 학부생으로 학업과 여성주의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깊이 있는 글을 쓰기 어려운 점이 있다. 외부적으로 아쉬운 점은 여성주의라는 것 자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어떤 편견을 갖는다는 것이다.”
노혜진|“고대문화는 페미니즘을 계속해서 공부해온 집단이라 구성원들이 여성주의에 어느 정도 동의를 표하고 있지만 과반에서는 여성주의에 반감을 가진 학생들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성주의의 여성 해방을 얘기하기 위해선 여성이 억압받고 있는 현실이 전제돼야 하는데 전제부터 동의되질 않아 이야기를 진행시키기가 어려웠다. 여성이 억압받고 있는 현실이 뚜렷히 보이지 않아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 학교생활 중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부당한 행동은
고희경|“수업 중 교수님께서 남녀차별로 문제제기할 수 있는 발언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 한 대형 강의에서는 심리상담 사례를 설명해주시던 교수님이 가정폭력 사례를 언급하며 ‘솔직히 아내가 남편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도 욱할 것 같다’는 말씀을 농담조로 하셨다. 이런 식으로 수업 중에 가끔 정말 놀랄 만큼 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김문주|“술자리에서 러브샷이나 게이샷이 해당된다. 이는 남녀의 관계를 희화화하고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사람보다 연애 감정을 가진 이성으로 바라보게 하는 면이 강하다. 게이샷의 경우, 성소수자와 관련된 문제를 가볍게 만들고 그들에 대한 인식까지도 나빠지게 한다.”

-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데이트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김문주|“같이 페미니즘을 얘기하는 친구들끼리도 연애 얘기를 많이 한다. 왜 남성이 돈을 더 많이 내야 하는지, 왜 여성은 외모를 꾸며야 하는지, 나아가 임신, 출산, 군대 등 일반 사람들과 유사한 고민을 하지만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르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개인에게서 답을 찾는 것을 페미니스트들은 사회적 구조에서 답을 찾는다. 데이트 비용을 예로 들면, 남성이 돈을 더 많이 쓰게 된 것은 과거 가부장제 사회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성이 생존을 위해 남성에게 종속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해 여성이 돈을 벌기 시작했음에도 그 관습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고 그것을 타파해보고 조금 다른 시각을 키우자는 것이 페미니스트의 입장이다.”

- 올바른 여성주의를 접하기 위한 방법은
김문주|“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에서 아무런 감정 없이 여성주의를 논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처음 보는 여성주의자보다 지인을 통하면 여성주의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더 긍정적인 입장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노혜진|“가장 먼저 인터넷을 꺼야 한다. 인터넷 매체,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유포되는 글을 보면 여자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는 글이 많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끔 스킨십이 싫다는 여자 주인공에게 억지로 스킨십을 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에 부드러운 배경음악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현실 상황에서 데이트 강간이지만 아름다운 러브신으로 둔갑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눈에 자주 띈다. 영상 매체 보다는 직접 책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산|“세미나를 추천하고 싶다. 여성주의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세미나를 통하면 답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다.”

- 올바른 여성주의가 정착된 사회의 모습은
고희경|“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도 성별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이다. 여성의 경우, 여러 문제들이 시정돼서 임금을 남성과 동등하게 받고 고용 상의 차별이 없어지고 성적 대상이 아닌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게 될 것이다. 남성의 경우, 가부장제 하에서 본인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거나 여성을 리드해야 하는 억압적 면들을 벗게 될 것이다. 이 모든 면들이 함께 개선되면서 이제 미리 정해진 역할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간의 차를 서로 존중하고 성별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 예측한다.”
김문주|“‘여성주의’라는 말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조심하라는 것은 성폭력이 실제로 있기 때문이고 유리천장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유리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러 문제의식이 있다면 그러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여성주의가 올바르게 정착돼 있다면 모두가 여성주의적 문제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산|“여성주의가 정착된 사회는 개인 그대로를, 그 자체를 인정하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 정체성을 강요당하는 것까지도 타파할 그런 자유가 있는 사회일 것 같다.”

- 여성의 날이 가지는 의미는
김문주|“여성의 날은 외국에서 여성들이 참정권을 주장하는 운동에서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 이제는 여성의 날이 여성들의 연대를 더 강조하기 위한 날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은 경험이 많지 않지만 직장만 해도 유리천장, 임신과 출산 문제 등이 있다. 여러 문제들을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기보다 남녀 공동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이런 변화는 해당 여성들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지나치게 큰 문제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서로 다른 계층에 있는 여성의 힘이 필요한 것이고 남성의 힘이 필요한 것이며 이러한 힘이 연대했을 때 사회구조가 변할 수 있다. 여성의 날은 바로 그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이산|“여성의 날이 제정된 시기에는 여성이 억압당하는 상황이 눈에 보였다. 당시에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성의 날이 세워졌지만 현재는 ‘왜 여성의 날을 기념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혼자서 정의내리기로는 계속해서 여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관심을 환기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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