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2 12:02 (목)
"일을 통해 삶이 문화적으로 풍부해지는 느낌"
"일을 통해 삶이 문화적으로 풍부해지는 느낌"
  • 한재윤 기자
  • 승인 2014.03.09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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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어디까지 알고 있니?] ②건축가

 건축 인테리어 사무소 ‘Studio OL’로 출근한 이혁(남․43세)

▲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인테리어 구상을 위해 스케치를 하고 있다.
소장이 청담동 83-1번지 5층에 위치한 사무실 문을 연다. 서울대 조소과를 나오고 하버드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기자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문이 열리며 보이는 사무실은 전등 하나 없었지만 밝고 탁 트인 느낌이었다. 사무실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이 반쯤 잘린 간이 벽과 책상 틈 사이로 비치며 좁은 공간에서도 넓은 공간감이 느껴진다. 유리문 반대편에는 색색의 드럼통이 펼쳐져 붙어있고, 그 위에 조그만 자석이 사진과 스케치 작업을 고정하고 있다. “잘린 벽이 있던 자리에는 원래 전면으로 벽이 나 있어 분리된 공간이었지만 그 공간을 열고 개방감을 줬죠.”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안양 삼덕도서관 설계와 서울대 문화관 전시실, 서울대 사회공헌단 학생센터, Bloomsbury's 꽃꽂이 학원 인테리어의 스케치업(건축 설계에 쓰이는 3D모델링 프로그램) 작업을 보여줬다. 이 소장은 건축설계나 인테리어 시공 요청을 받으면 가장 먼저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갖고 건물이나 공간의 목적을 파악한다. 다음엔 스케치업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모델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건물과 건물 내부의 가상 모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클라이언트나 동료들과 모델을 발전시킨다. “건축가란 우리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도록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갖고 공간을 구상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인테리어 구상을 위해 스케치를 하고 있다.

 오후 1시 30분 논현동 ‘윤현상재’, 이혁 소장은 'Blooms bury's' 꽃꽂이 학원의 내부 타일 인테리어를 상의하기 위해 사무실 동료인 최용훈(남·40세) 소장, 그리고 클라이언트와 함께 ‘윤현상재’ 타일가게에 들렀다. 이혁 소장은 클라이언트와 직접 타일을 고르면서 재질과 색감에 따른 분위기를 상의한 후 전체적인 인테리어 스타일을 결정했다. “처음부터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결정하기보단 바닥 색이 정해지면 벽지가 쉽게 정해지듯이 인테리어 요소 하나를 결정하면서 바뀌는 느낌과 공간 분위기가 중요해요” 이에 최용훈 소장도 맞장구를 쳤다. “클라이언트와 대화를 하며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파악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공간을 구상하는 작업이 이뤄지죠. 그만큼 건축가에게는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기술이 중요해요.”

 대략적인 공간의 분위기가 결정되면 구체적인 인테리어 소품을 구상해보며 클라이언트와 가격, 설계비용 등을 결정한다. 오후 2시 30분, 신사동 카페 코발트. 이혁 소장은 클라이언트가 공간을 상상하도록 노트북으로 가구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연필로 직접 스케치를 하기도 하며 공간의 배치에 따른 느낌을 보여줬다. 이를 바탕으로 구성된 전체적인 공간 이미지를 갖고 시공 가격과 설계비용 등을 논의하고 카페에서 계약서 작성까지도 마쳤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게 무엇이고, 건물이 들어설 대지를 이해하고, 주변 환경 속에서 그 건물의 의미를 생각해봐야겠죠. 그리고 나면 그 정답을 찾는 과정은 사람마다 또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 이번 인테리어 작업의 경우 상업적 목적을 갖는 공간이기에 ‘Blooms bury's'라는 학원이 갖는 브랜드 스타일을 결정해야 해요. 클라이언트 미팅은 이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죠” 최용훈 소장은 예산을 조율하는 부분도 전체적인 설계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바를 파악해서 그 선에서 적절한 예산을 계산하고 거기에 맞춰서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부터 거창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조금씩 이를 조정해가는 과정이 학교에서 배우는 건축설계와 실무가 다른 부분이죠.”

 클라이언트의 요구와 건축가의 생각이 충돌해서
▲ 이혁 소장이 서울대 사회공헌단 학생센터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종이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건물을 재개발하면서 로비를 구상하는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어요. 저희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했지만, 건물 대표들 중 한 명은 고전적이고 평범한 스타일을 원했어요. 그를 설득시키려고 몇 달에 걸쳐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몰라요. 수없이 미팅을 했지만 그 사람 한 명의 생각을 바꾸지 못해 결국 우리는 로비 부분의 설계를 다른 회사에 뺏겼죠.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있는 그대로 설계에 옮길 수는 없기에 의견을 조율하는 부분은 중요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건축가는 자와 연필로 도면을 그리는 모습으로 종종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이 대다수다. 오후 5시 이혁 소장은 사무실로 돌아와서 상의한 내용을 간단히 스케치로 정리해보고 컴퓨터로 이전 작업들을 좀 더 다듬었다. “요즘은 도면을 손으로 그리는 일이 거의 없어요. 모형이나 컴퓨터 3D 모델, 또는 최근 도입되기 시작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등이 보통 프로젝트 초기 구상단계부터 디자인 과정까지 도구로 사용됩니다. 지금 건축과 학생들이 졸업 후 일할 때쯤이면 컴퓨터 모델이 시공과정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이용될 거라 생각해요. 그만큼 컴퓨터와 더 친해져야겠죠.”

 이혁 소장은 건축가의 일상이 재미있고 보람차다고 말한다. “건축가로 성장하는 과정이 다른 직업보다 길고, 일하는 양에 비해 외부적인 보상이 적은 것 등은 단점이긴 해요. 하지만 이 일을 하다 보면 내 삶이 문화적으로 풍부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좋은 프로젝트를 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도 이 직업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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