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반대가 강할 수록 사랑의 열정은 뜨거워진다’
 “그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난 로미오도 몬태규 가문도 아니오”
 “아가씨, 나무 가지를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저 축복 받은 달님에 두고 나의 사랑을 맹세하리다”

  문호(文豪)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 부모의 극렬한 반대가 제기될 수록 사랑에 빠진 커플의 애정 지수는 증가된다는 것을 입증시켜준 <로미오와 줄리엣>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클레어 데인즈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리바이벌 상영된다. 정열의 도시 이태리 베로나, 태양의 열기가 가득한 도시에서  몬태규 가문와 캐플릿 가문은 불구대천의 원수로 화해없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캐플릿 가문의 파티에 몰래 참석한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영화로 파생된 심리적 현상이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Romeo and Juliet Effect’이다.

 1962년 2월 28일 프랑스 누벨 바그, 영국의 프리 시네마 운동 여파로 독일에서도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고 현재 정치, 사회적 문제점을 다루는 ‘오버하우젠 선언’을 발표한다. 알렉산더 클루게 감독을 비롯한 26명의 혈기왕성한 독일 청년영화인들은 구 시대적 영화 유산과의 결별을 상징하는 표어로 ‘아버지 영화는 죽었다’는 폭탄 선언을 한다.

 <이유없는 반항> <에덴의 동쪽>을 통해 제임스 딘은 기성 세대와 융합할 수 없다는 반발 심리를 표출해 영원한 반항아라는 애칭을 부여 받았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아버지 영화는 죽었다’ ‘제임스 딘’의 모습에서 공통적으로 떠올려 지는 것이 바로 아버지 세대의 말이나 행동에 무조건적인 항거를 드러내는 아들 세대의 반응이다. 부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극심할 수록 커플의 뜨거운 열애 지수는 증폭된다는 것은 수많은 대중예술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작가 신언혁은 <지혜롭게 키운 자녀가 성공한다>를 통해 ‘부모의 사랑의 말이 때때로 자식들에게는 미움의 말로 전달된다, 훈계의 말은 반항으로 꿈꾸게 하는 말은 현실을 모르는 황당한 말로 받아 들이는 것이다’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 자식간에는 태생적인 간극(間隙)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금지된 영화는 더욱 관람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 시킨다는 일화를 보여준 틴토 브라스 감독의 <칼리굴라>
 
 부자(父子) 지간의 사례외에도 조물주가 절대로 먹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금단의 열매’를 태연하게 따먹었듯이 정치, 사회 제도가 억압하는 영역에 구태여 발을 들여 놓으려는 인간의 행동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티토 브라스 감독이 말콤 맥도웰을 기용해 선보인 <칼리굴라>(1979)는 과도한 성적 묘사와 폭력적 장면을 문제 삼아 미국 극장에서 공개 상영을 금지 시키자 여러 통로를 거쳐 불법 비디오가 대량 유통된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라는 소설집도 출간됐듯이 ‘금지의 강도가 강할 수록 인간은 그것에 대해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된다’. 칼리굴라 상영 금지 파문은 마침내 ‘칼리굴라 효과 Caligola Effect’라는 문화 용어를 파생 시킨다. ‘제발, 애비, 애미 말 좀 들어라!’ ‘싫어요, 내 뜻대로 할 거에요!’. 이 시간. 부모들의 극렬한 반대를 보란 듯이 반박하고 제 2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자처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중 마지막 대사는 ‘모두 벌을 받았구려 All are punished’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인간은 지나온 체험이나 역사에서 절대 교훈을  얻지 못하는 종족이다’.

 이솝의 잠언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영화칼럼니스트 이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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